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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中 공습에 ‘3만 달러 전기차’로 맞불… 韓 자동차 업계 ‘긴장과 기회’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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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中 공습에 ‘3만 달러 전기차’로 맞불… 韓 자동차 업계 ‘긴장과 기회’ 교차

“내연기관과 가격 대결 끝낸다”… 테슬라 출신 별동대가 빚어낸 ‘가성비’의 역습
배터리는 줄이고 주행거리는 늘리고, F1 기술로 탄생한 ‘바람을 가르는’ 전기 트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월 13일 방문 중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포드 집행의장 빌 포드, CEO 짐 팔리, 포드 리버 루즈 공장장 코리 윌리엄스와 함께 걸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월 13일 방문 중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 포드 집행의장 빌 포드, CEO 짐 팔리, 포드 리버 루즈 공장장 코리 윌리엄스와 함께 걸었다. 사진=로이터
미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 포드 모터(Ford Motor)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맞서기 위해 미화 3만 달러(약 4,000만 원) 규모의 저가형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생존을 위한 도박’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최근 195억 달러의 예산 감축안을 발표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상황에서도 오히려 차세대 플랫폼을 통해 내연기관 차량과 대등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 ‘배터리 다이어트’와 공기역학으로 구현한 가격 혁명


포드가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신형 전기차 라인은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보다 약 2만 달러 저렴한 3만 달러 수준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포드는 전기차 제조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고가의 배터리 크기는 대폭 줄이면서도, 공기역학적 혁신을 통해 주행 거리를 오히려 80km(50마일)가량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더그 필드 포드 최고 전기차·디지털·설계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과 거의 같은 비용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며, "차량의 효율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혁신적인 설계가 이를 가능케 했다"고 강조했다.

◇ 테슬라 출신과 F1 전문가가 이끄는 ‘별동대’의 혁신


포드의 이러한 변화는 짐 팔리 CEO가 "존재론적 위협"이라고 규정한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 때문이다. 팔리 CEO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용을 낮추는 혁신뿐"이라며 이번 저가형 라인업 개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포드는 기존 미시간주 본사의 관료주의적 개발 체계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에 전 테슬라 엔지니어 앨런 클라크가 이끄는 독립 개발팀을 별도로 구축했다.

이 팀에는 포뮬러 원(F1) 레이스 팀의 공기역학 전문가들이 합류해 차량의 무게와 공기 저항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었다. 앨런 클라크는 엔지니어들이 비용과 무게를 줄일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현상금 문화’를 도입해 부품 수를 20% 줄이고 제작 시간을 40%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 단순함 속의 첨단 기술… 중국과 ‘기능 전쟁’ 예고


단순히 가격만 낮춘 것은 아니다. 앨런 클라크는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 때문에 모든 기능을 포기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2028년형 모델부터는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도 되는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차량 설계의 단순화를 통해 확보한 여유 비용을 이러한 첨단 기술 도입에 재투자하고 있다.

한편, 짐 팔리 CEO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미국 내 기업과 합작 투자(JV) 형태로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중국의 기술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 韓 경제 직격탄… 배터리·부품 ‘생존 경쟁’ 가속화


포드의 이번 행보는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북미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해온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강력한 경고등이 켜졌다.

포드가 가솔린차 수준의 가격 장벽을 무너뜨릴 경우, 한국 차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역시 조지아주 신공장(HMGMA) 가동을 통한 보조금 확보는 물론, 근본적인 제조 원가 혁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배터리 업계 역시 포트폴리오의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포드의 핵심 파트너사들은 그간 주력해온 하이니켈 배터리 외에도, 포드의 저가형 플랫폼(UEV)에 적합한 LFP(리튬인산철) 및 미디엄 니켈 배터리 양산 체제를 빠르게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포드가 배터리 소형화를 선언한 만큼, 제한된 크기 내에서 최대 효율을 뽑아내는 기술력이 향후 수주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포착된다. 포드가 부품 수를 20% 줄이고 일체형 구조를 채택함에 따라 단순 부품 납품사들은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반면, 차량 경량화를 위한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기술이나 단순화된 전기 아키텍처에 강점을 가진 국내 부품사들에게는 포드의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대형 수주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포드의 반격은 한국 경제의 한 축인 자동차 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혁신 사이에서 어떻게 생존 전략을 재편할지 시험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