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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특사에 루이지애나 주지사 임명…덴마크 “주권 침해”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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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특사에 루이지애나 주지사 임명…덴마크 “주권 침해” 강력 반발

지난 3월 24일(현지시각) 백악관을 방문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24일(현지시각) 백악관을 방문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특사를 임명하자 덴마크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선은 미국이 북극 지역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루이지애나주 주지사인 제프 랜드리를 그린란드 특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랜드리 주지사는 그린란드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에 속한 자치 지역이다.

랜드리 주지사는 같은 X에 올린 글에서 “그린란드를 미국의 일부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린란드와 직접적인 연관이나 북극 문제에 대한 전문 경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덴마크 정부는 사전에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공동성명을 내고 “국경과 국가 주권은 국제법에 기반한 원칙”이라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며 미국이 이를 차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부 장관도 이번 특사 임명이 “전혀 예고 없이 이뤄졌다”며 미국 대사를 초치해 공식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발언과 인선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도 덴마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은 “영토 보전과 주권은 국제법의 핵심 원칙”이라며 “EU는 덴마크와 그린란드 주민들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그는 덴마크가 그린란드의 안보를 충분히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 왔으며 이같은 발언은 두 번째 임기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는 이에 대응해 북극과 북대서양 방위 예산을 올해 66억 달러(약 9조7746억 원) 증액했다. 이 예산에는 드론과 항공기, 레이더를 활용한 감시 역량 강화가 포함돼 있다. 덴마크는 또 미국산 F-35 전투기 16대를 추가 도입하는 데 45억 달러(약 6조6645억 원)를 투입해 보유 대수를 43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 특사 임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인사 조치 가운데 하나다. 앞서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켄 하워리는 지난해 10월 덴마크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됐으며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그린란드 문제가 포함돼 있다. 또 벤처투자가 토머스 댄스는 미국 북극연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그린란드와의 민간 교류 확대를 추진해 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