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對韓 전략은 분명한데 한국은 무엇을 내주고 있는가
이미지 확대보기복원이라는 말이 가리고 있는 질문
한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은 공식적으로는 한중 관계 복원을 위한 정상 외교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문이 진정한 의미의 복원인지, 아니면 전략적 공백 속에서 진행되는 관계 정상화의 제스처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외교에서 복원이란 단절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환경 속에서 새로운 균형을 설계하는 행위다. 지금 문제는 한국이 무엇을 회복하려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대가를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의 대한 전략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 있다. 대만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핵심 민감 사안에서 주변국의 정치적 태도를 사전에 관리하고,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동맹국들의 선택지를 좁히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목표다. 반면 한국의 이번 방중은 그러한 중국의 전략적 방향에 대한 분명한 대응 구상 없이, 관계 개선 자체를 목표로 설정한 듯한 인상을 준다. 전략이 없는 복원은 복원이 아니라 노출에 가깝다.
중국의 계산은 끝났고 한국의 설명은 시작되지 않았다
중국은 이미 한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에 조급한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언어 선택, 신년 첫 정상회담이라는 상징적 요소에 대한 집착, 경제 협력과 기업 외교를 앞세운 접근 방식은 중국 입장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신호였다. 중국은 이 신호들을 조합해 한국이 전략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어느 선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왔다.
그 결과는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은 관계 복원의 문을 열기 위해 민감한 외교적 표현에서 스스로를 제한했고, 중국은 이미 필요한 외교적 메시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회담의 격과 의전을 조정하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얻고자 하는 실질적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무역인가, 공급망 안정인가, 외교적 신뢰 회복인가, 아니면 단지 긴장 완화라는 추상적 목표인가. 목표가 불분명한 외교는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외교다.
대기업 총수 동행 외교의 착시
이번 방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동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 외교를 강화하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 형식이 과연 실익을 담보하는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은 이미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산업 구조, 의존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개별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동행한다고 해서 중국의 국가 전략이 바뀌는 단계는 지났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은 중국이 한국을 국가 대 국가의 전략 파트너가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 조정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도록 강화할 위험이 있다. 기업 총수들이 앞에 서고 국가는 뒤로 물러서는 외교는 단기적 거래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중장기 안보와 전략 신뢰에는 공백을 남긴다.
안보와 동맹 신뢰의 보이지 않는 비용
이번 방중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경제도, 의전도 아니라 안보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핵심 축으로 동맹국들의 전략적 일관성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이 이 문제에서 어떤 언어를 선택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는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라, 향후 위기 상황에서의 행동 예측과 직결된다.
한국이 관계 복원을 이유로 민감한 안보 사안에서 모호성을 택할 경우, 이는 중국에게는 성공적인 압박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고, 동맹국들에게는 신뢰의 불확실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향후 자력 억지력 강화나 독자적 안보 선택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선택은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안보는 말이 아니라 누적된 행동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즉각적으로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회담이 끝나고 큰 갈등이 없었다는 이유로 성공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신뢰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가 아니라, 위기를 가정했을 때의 태도로 평가된다. 지금의 방중은 바로 그 가정 속에서 여러 질문을 남긴다.
복원의 조건이 아니라 방향이 문제다
한중 관계의 안정은 한국 외교에 있어 중요하다. 그러나 안정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그것은 분명한 전략과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중국은 이미 자국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만 문제에서는 한 치도 물러설 의사가 없고, 주변국에 대해서는 군사와 외교를 병행해 선택지를 관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전략 없는 복원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안정이 아니라 종속적 평온에 가까워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회담의 성공 여부를 미리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외교가 한국의 장기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묻는 일이다. 무엇을 복원하고, 무엇을 새로 설계하며, 무엇만큼은 넘지 않겠다는 선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복원은 목표를 잃은 채 진행되고, 그 대가는 시간이 지나서야 드러날 것이다.
전망
이번 방중은 단기간의 외교적 긴장을 완화할 가능성은 있다. 일정 수준의 경제적 메시지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한 전략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이번 사례는 중국이 주변국을 관리하는 새로운 기준점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회담이 끝난 뒤 무엇을 얻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신호를 남겼는지다.
외교의 언어는 국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다. 그 언어가 전략 없이 사용될 때, 그것은 상대의 전략을 완성시키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이번 방중은 바로 그 갈림길 위에 놓여 있다. 전략 없는 복원은 관계를 회복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선택의 대가를 미래로 이연(移延)시킬 뿐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