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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의 마두로 축출, 중국의 중남미 전략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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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의 마두로 축출, 중국의 중남미 전략 흔든다

지난 2014년 7월 21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4년 7월 21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중국의 중남미 외교 전략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지는 지역에서 중국의 핵심 동맹이 무너진 이번 사태로 중국은 대미 전략과 대만 문제를 함께 고려한 새로운 계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계기로 중남미에서의 영향력 확대 전략을 재검토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당분간 이 지역에서 새로운 외교적 확장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 이해관계를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는 전했다.

◇ 중국의 ‘중남미 교두보’였던 베네수엘라

중국은 수년간 도로·항만·철도 건설 자금 지원과 대규모 원자재 구매를 앞세워 중남미 국가들의 대만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유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최대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베네수엘라는 중국 외교에서 최상위 격인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부여받은 국가로 중남미에서는 유일한 사례였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100억 달러(약 14조5900억 원)를 대출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미군 특수부대가 카라카스에 진입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중국의 이같은 구상은 단숨에 흔들렸다.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무력 개입이 자국의 핵심 이익을 정면으로 위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서반구는 미국, 대만해협은 중국’ 인식 확산


중국 정책 결정권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서반구에서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대신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WSJ는 중국 내부 논의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서반구는 미국의 영역이라면 대만해협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교환 논리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이를 즉각적인 대만 무력 통일로 연결 짓고 있지는 않다고 WSJ는 덧붙였다.

중국 지도부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중남미에서 중국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지해 왔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공조를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파나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외교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이탈했다.

◇ 미국의 공세적 재편과 중국의 수세적 대응


중국은 마두로 대통령 축출 직후 치우샤오치 중국 정부 특사를 베네수엘라에 급파해 채무 상환과 원유 접근권 유지 등 최소한의 이해관계를 지키려 했으나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계획은 무산됐다.

현재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미상환 채권을 떠안은 채 새 정권과의 관계 재정립이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권을 미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과정에서 중국을 사실상 배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백악관은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는 것은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대만을 둘러싼 미·중 힘겨루기 본격화


중국의 전략 변화는 대만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이 먼로 독트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서반구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대만을 세계 경제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며 군사적 억지력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대만은 미국이 규정한 제1도련선의 핵심 거점으로 중국 견제 전략의 중심에 놓여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달 말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검토 중이며 미국이 그의 경유 입국을 허용할지 여부에 중국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베이징의 새로운 시험대


오는 4월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중국의 새로운 전략이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에 집중하는 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 개입 강도가 낮아질지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윤선 미국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마두로 축출은 중국에 미국의 군사 개입 의지가 여전히 현실임을 각인시켰다”며 “베이징은 더 이상 미국을 종이호랑이로 볼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WSJ는 “중국이 중남미에서 한발 물러나는 대신 대만해협을 둘러싼 전략적 계산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며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