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EPFL 'X-크로싱' 기술로 자체 무게 400배 하중 구현…일반 의류처럼 착용 가능
한국 기계연, 대량생산 자동직조 성공…재활·산업 현장 '근력 보조 의류' 상용화 앞당겨
한국 기계연, 대량생산 자동직조 성공…재활·산업 현장 '근력 보조 의류' 상용화 앞당겨
이미지 확대보기섬유 교차점 각도 정밀 설계로 힘 분산 최소화
EPFL 소프트 트랜스듀서 연구실 연구팀이 개발한 'X-크로싱(X-Crossing)' 기술은 섬유가 교차하는 지점의 각도와 방향을 정밀하게 설계해 각 섬유 가닥이 내는 힘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연구를 주도한 화펑 장(Huapeng Zhang) 박사는 지난 2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섬유 교차점의 방향을 움직이려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시킨 것이 핵심"이라며 "이러한 구성 덕분에 각 가닥이 내는 힘이 서로 상쇄되지 않고 온전히 합쳐져 폭발적인 기계 효율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섬유는 니켈과 티타늄을 배합한 형상기억합금을 내장했다. 전류를 흘려 열을 가하면 섬유가 수축하며 강력한 힘을 발생시키는 원리다. 연구실 책임자인 허버트 셰아(Herbert Shea) 교수는 "거추장스러운 장치 없이도 인간의 신체 능력을 보조하는 차세대 의류의 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로봇 섬유는 원래 길이의 160%까지 늘어나는 신축성을 갖춰 사용자가 옷을 입고 벗거나 복잡한 움직임을 할 때 제약이 거의 없다. 전력 효율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기존 전동식 외골격 로봇은 힘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이 섬유는 한 번 수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드는 전력 소모가 매우 적다. 연구팀은 마네킹 팔에 이 섬유를 장착한 시연에서 1kg 가방을 30도 각도로 부드럽게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 기계연 대량 생산 성공…임상실험서 어깨 가동범위 57% 개선
스위스의 이번 성과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근육 옷감 기술을 육성 중인 한국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기계연구원(KIMM) AI로봇연구소 첨단로봇연구센터 박철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머리카락 4분의 1 수준인 직경 25마이크로미터의 형상기억합금 와이어를 코일 형태로 가공해 근육옷감을 연속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자동직조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계연 연구팀은 근육옷감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팔꿈치와 어깨, 허리 3개 관절을 동시에 보조하는 2kg 미만의 경량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근육 사용량을 40% 이상 감소시켰다. 무게 840g의 초경량 어깨 보조 로봇으로 진행한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실험에서는 듀센 근이영양증 등 근육 약화 환자의 어깨 움직임 범위가 57% 이상 개선됐다.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핵심 기술인 근육옷감의 대량생산 기술 개발을 통해 의료와 물류, 건설 등 다양한 현장에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성과는 재활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IEEE TNSRE 지난해 10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글로벌 시장 2030년까지 19조원 규모 전망…한국 기술 경쟁력 주목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르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웨어러블 로봇과 외골격 시장은 올해 33억7000만 달러(약 4조8200억 원)에서 2030년 135억2000만 달러(약 19조3600억 원)로 연평균 32.05% 성장할 전망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는 올해 24억9000만 달러에서 2034년 642억3000만 달러(약 3조5600억~92조 원)로 연평균 43.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성장 배경에는 고령화로 인한 재활 수요 증가와 산업 현장 안전 강화 요구, 군사 분야 활용 확대 등이 작용하고 있다. 북미 지역이 올해 전체 시장 38.7%를 차지하며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연평균 26.87%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도 일상복 안에 입는 소프트 슈트 형태의 보행 보조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로봇 섬유가 의료기기 표준화와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의 제도 뒷받침을 받는다면 앞으로 5~10년 내에 백화점에서 근력 보조 의류를 구매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형상기억합금의 발열 제어와 세탁 내구성 확보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