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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거물 차오런셴, 500억 달러 제국 구축…선그로우 글로벌 무대 전면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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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거물 차오런셴, 500억 달러 제국 구축…선그로우 글로벌 무대 전면 등판

에너지저장 선점으로 AI 데이터센터 수요 흡수…홍콩 IPO로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상장주 부상
태양광 침체 비켜갔지만 미·중 규제·가격 경쟁이 최대 변수
사진=구글 제미나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제미나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열풍에 휩싸인 가운데,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중국의 한 청정 에너지 억만장자가 글로벌 금융 시장의 중심부로 걸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인버터 및 에너지 저장 장치(ESS) 기업인 선그로우(Sungrow, 阳光电源)의 창업자 차오런셴(曹仁贤, 57)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금융권에 따르면, 선그로우는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약 150억 홍콩달러(약 19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장 후 선그로우의 전체 기업 가치는 약 500억 달러(약 67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 상아탑 버리고 ‘청정 에너지’ 도박… 30년 만의 결실


차오런셴 회장의 이력은 여느 중국 기술 거물들과는 다르다. 그는 합페이 공업대학교에서 전력전자학을 가르치던 교수였다.

1997년 재생 에너지가 거의 전무하던 시절 그는 안정적인 교수직을 버리고 단돈 50만 위안(약 7만 2,000달러)으로 선그로우를 설립했다.

알리바바의 마윈처럼 화려한 대중적 인기를 얻기보다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그는, 현재 전 세계 170개국에 진출하고 17,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을 일구어냈다.

◇ AI 데이터 센터가 쏘아 올린 ‘배터리 붐’의 수혜자


선그로우가 태양광 산업의 불황을 뚫고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비결은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의 발 빠른 전환에 있다.
차오 회장은 배터리가 글로벌 화두가 되기 훨씬 전인 2015년에 이미 에너지 저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AI 데이터 센터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산업용 배터리가 필수품이 되면서, 선그로우의 ESS 매출은 2024년 기준 전체의 32%를 넘어섰으며 2029년에는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년간 선그로우 주가는 약 112% 급등했으며, 차오 회장의 순자산은 150억 달러(약 20조 원)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의 대체 에너지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 홍콩 상장과 ‘글로벌 규제’라는 양날의 검


선그로우의 홍콩 상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문을 여는 동시에, 차오 회장이 그동안 피해왔던 국제적 감시와 규제의 도마 위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 외국 기관(FEOC)’ 규제와 중국산 에너지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약 48.4%)는 큰 걸림돌이다.

선그로우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번 상장 자금의 상당 부분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차오 선생님(Cao Laoshi)’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소탈하고 엄격한 경영 스타일을 고수해온 그는, 이제 글로벌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의 엄격한 지배구조 감시와 공시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 새로운 세대의 산업 리더


전문가들은 차오런셴을 기존의 소비자 인터넷 시대 리더들과 차별화된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형 산업 리더’로 평가한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실질적인 기술 우위와 정교한 시장 진입 타이밍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작년 해외 파트너들과의 행사에서 직접 색소폰으로 ‘레드 리버 밸리(Red River Valley)’를 연주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연주한 곡처럼, 선그로우는 이제 중국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라는 거대한 강을 건너려 하고 있다.

2026년 홍콩 증시 최대의 기업공개(IPO) 중 하나로 기록될 선그로우의 행보에 전 세계 에너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