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에너지부, 차세대 원자로 속도전 명분으로 안전·환경·보안 기준 은밀히 손질
- AI 전력 공급 앞세워 규제 철거…전문가들 미국 핵 안전 체계 붕괴 우려
- AI 전력 공급 앞세워 규제 철거…전문가들 미국 핵 안전 체계 붕괴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비영리 매체인 엔피알(NPR)이 지난 1월 28일 ‘트럼프 행정부가 비밀리에 원자력 안전 규칙을 다시 만들었다’는 특종 보도를 통해, 미 에너지부가 새로운 원자로 개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기존 원자력 안전 지침을 대폭 수정하고 이를 일반 공개 없이 일부 프로젝트에만 적용해 왔다고 전했다.
차세대 원자로 속도전과 에너지부의 판단
미 에너지부는 차세대 원자로 실증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기존 안전 규정을 전면 재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수백 쪽에 이르던 안전 지침이 크게 줄었고, 세부 기준보다는 포괄적 원칙 중심의 문구로 대체됐다.
방사선 노출을 가능한 한 낮춰야 한다는 기존 원칙과, 설비별로 요구되던 안전 장치 기준이 삭제되거나 축소됐다. 환경 보호와 오염 방지 조항 역시 구체적 기준 대신 일반적 권고 수준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경은 에너지부 내부 판단에 따라 진행됐으며, 외부 공청회나 공개 검토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비공개 규정 적용과 보안 기준 후퇴
수정된 규정은 에너지부가 지원하는 일부 원자로 개발 사업에만 전달됐다. 일반 국민이나 독립 규제기관은 해당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없었다.
보안과 관련된 세부 기준도 상당 부분 빠졌다. 출입 통제, 현장 관리, 사고 대응 절차에 대한 구체적 요구가 줄어들면서, 시설 운영의 자율성은 커졌지만 통제와 점검의 강도는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전력 수요가 만든 정책 압박
미 에너지부는 이러한 규정 완화가 인공지능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시설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새로운 원자로를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전 규정이 개발 속도의 걸림돌로 인식되면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보호 장치들이 한꺼번에 정리됐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핵 안전 체계의 균열
원전 안전 전문가들과 전직 규제 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규정 정비가 아니라, 미국의 핵 안전 체계 근간을 흔드는 결정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규정 완화 자체보다도, 이를 비공개로 추진한 방식이 향후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원자력 안전이 속도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검증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개발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고 위험과 제도 신뢰 하락이라는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경고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