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관세와 정치 개입으로 미국 신뢰 잃어 자유무역 축은 유럽과 신흥국으로 이동"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예측 불가능한 보호무역과 정치적 개입을 강화하면서 세계 주요 경제권이 미국 중심의 통상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유무역과 규칙 기반 질서를 공유해 온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경제 축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지난 1월 29일(현지시각) 공개된 ‘세계가 미국과의 경제적 이혼을 신청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 유럽연합과 인도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단순한 통상 합의가 아니라 세계가 미국을 신뢰 가능한 경제 파트너로 더 이상 전제하지 않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관세 중심 통상 정책과 정치적 개입이 누적되면서,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의 경제적 거리를 의도적으로 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과 인도 협정이 보여준 자유무역 축의 이동
크루그먼은 유럽연합과 인도의 자유무역협정이 실질적 관세 인하와 규제 조정을 포함한 구체적이고 집행 가능한 합의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 협정이 미국이 최근 내세워 온 무역 합의들과 달리, 모호한 투자 약속이나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실제 교역 구조를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과 인도는 경제 규모가 크고 산업 구조가 상호 보완적이어서 자유무역 확대의 효과가 양측 모두에 분명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관세로 통상을 압박한 미국의 선택
반면 미국은 관세를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면서, 무역을 상호 이익의 과정이 아닌 제로섬 게임으로 취급해 왔다고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남용하면서 그 부담이 미국 소비자와 기업, 투자자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이들 다수는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불신이 협정을 앞당겼다
크루그먼은 유럽과 인도가 협정 체결에 속도를 낸 배경으로 미국과의 통상 관계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유럽은 미국이 자국 경제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과 기술 분야에서의 압박, 유럽 정치에 대한 개입, 영토 문제를 둘러싼 위협 등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경우 미국이 자국 수출품에 중국과 유사한 수준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 점이 결정적인 전환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기업들도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기 시작
이 같은 변화는 정부 차원에 그치지 않고 민간 부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크루그먼은 지적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경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오히려 유럽연합 시장 접근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 역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시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칙 기반 질서의 붕괴와 미국의 대가
그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신뢰를 잃고 고립될수록, 그 비용은 결국 미국 내부에서 더 높은 물가와 낮은 성장, 줄어든 투자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것이 크루그먼의 판단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