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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함포 외교’, 중국에 55조달러 경제 주도권 넘길 위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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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함포 외교’, 중국에 55조달러 경제 주도권 넘길 위험 키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과 서반구에 군사적 압박을 집중하는 외교 노선을 이어가면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카리브해와 이란 인근 해역에 해군 전력을 전개하며 강경한 대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이같은 접근이 미국의 전략 자원을 분산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지역에서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아시아보다 중동·미주에 쏠린 트럼프 외교


미국 외교·안보 전략가들은 지난 10여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이 된 아시아로 전략적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이른바 ‘아시아 회귀’를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국제 규범 역시 최소한의 공통 기준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공유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을 상대로도 영유권 주장이나 무역 압박을 서슴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국제 질서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규범이 아니라 힘의 논리라는 인식이 강하며 미국이 자국의 영향권부터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는 세력권 중심 세계관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그가 중국 견제를 정책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렸고 이런 강경 노선이 베이징과 모스크바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유럽 국가들로 하여금 방위비 부담을 늘리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러시아와 이란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대전략의 단서가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 대만·남중국해, 세계 경제에 치명적 변수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력권 정치의 위험은 경쟁국 역시 같은 논리를 적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전선에 인접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주 우선’ 구상보다 미국과 세계 경제에 훨씬 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만약 이곳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중립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으며 그 파급 효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주요 분쟁 가능 지역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을 둘러싼 전쟁이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가 입을 피해는 10조 달러(약 1경4600조 원)를 넘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충격을 웃도는 규모다. 남중국해 항로를 통해 매년 약 4조 달러(약 5840조 원)의 글로벌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

◇ ‘타코 트레이드’에도 커지는 동맹국 불안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항상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린란드 병합을 시사했다가 결국 병합에 이르지 않는 선에서 물러섰고 관세 역시 발표된 것 가운데 실제 시행된 비중은 약 4분의 1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반복적 후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는 이른바 ‘타코(TACO) 트레이드’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이런 행보는 미국 동맹국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다음 압박은 어디에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긴장 국면은 이번 주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 회의는 ‘총을 든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며 200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 지난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발언 등 국제 질서의 전환점을 예고하는 장면들이 등장해 왔다.

◇ 아시아 성장 격차…미국 전략의 시험대


이번 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은 중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중동에서 미국의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최근에는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군사 행동을 시사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극단적인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6000원)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장기 성장 전망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국내총생산(GDP)은 2025년 38조 달러(약 5경5500조 원)에서 2035년 55조 달러(약 8경350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37조 달러(약 5경4000조 원)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미주 지역은 11조5000억 달러(약 1경6800조 원), 중동과 아프리카는 9조5000억 달러(약 1경3900조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아시아에는 여전히 친미 성향 지도자들이 존재한다. 최근 총선에서 압승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한국, 인도와 관세 갈등을 벌였고 취임 전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는 대만이 미국의 보호에 대해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군사력 측면에서도 중국의 해군 전력은 이미 함정 수 기준으로 미국을 앞섰고 잠수함 전력 역시 추월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은 과부하 상태이며 핵심 전력 상당수가 여전히 다른 지역에 묶여 있다. 이로 인해 아시아에서의 억지력이 약화되고 중국이 대만에 대한 행동에 나설 유인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최근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유용한 허구’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전환이 아니라 단절의 한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의 세계는 더 가난하고, 더 취약하며, 덜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트럼프 2기 외교 전략을 ‘약탈적 패권’이라고 규정하며,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