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듬 220% 급등에 물류株 폭락…"수익 못 내는 AI는 독(毒)" 경고음
S&P500 지난해 11월後 최악의 주…PCE·GDP 동시 발표로 변곡점 예고
S&P500 지난해 11월後 최악의 주…PCE·GDP 동시 발표로 변곡점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화물 중개업 '붕괴론'에 촉발된 시장 공포
시장 혼란의 시작은 전 가라오케 기기 제조업체에서 AI 물류 기업으로 변신한 알고리듬(Algorhythm)이었다. 이 회사가 지난 12일 AI 기반 화물 운송 최적화 플랫폼 'SemiCab'의 성과를 공개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알고리듬 주가는 220% 이상 폭등한 반면, 기존 화물 중개 대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C.H. 로빈슨(CHRW)은 14.5%, RXO는 20.5% 급락했다.
도이체방크의 에이드리언 콕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시장이 갑자기 AI 자동화와 중간 단계 퇴출, 그리고 기술적 노후화로 파괴될 수 있는 업종을 찾아내는 '스나이퍼 골목'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AI가 모든 업종에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누가 살아남고 누가 사라질 것인가'를 따지는 냉혹한 검증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이번 주 3대 경제지표 발표에 시선 집중
첫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다. 오는 20일 발표되는 12월 근원 PCE 물가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신뢰하는 물가 지표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난 만큼, PCE 지수도 둔화세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둘째,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같은 날 발표되는 지난해 4분기 GDP 선행 추정치는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증명하는 지표다. 경제가 견조하면서도 물가가 잡히는 '골디락스' 시나리오를 뒷받침할지 주목된다.
셋째,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다. 오는 18일 공개되는 1월 의사록을 통해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어떤 논의를 주고받았는지 실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은 경제지표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여주길 바라고 있지만, AI 기술이 특정 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증시 상단을 누르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앞두고 극도로 예민해진 시장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도 극도의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엔비디아 주가는 2.21%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AI 무용론이나 거품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I에 쏟아부은 막대한 투자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수익을 내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투자자들은 이제 지표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콕스 애널리스트는 "AI가 모든 것을 개선할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하지만, 당장은 최악의 상황인 기존 산업 붕괴를 두려워하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위기이자 기회
뉴욕 증시를 덮친 'AI 공포'는 역설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질적 성장을 강요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시장은 AI 인프라 확충에만 집중하며 모든 반도체 기업의 동반 상승을 즐겼으나, 이제는 '수익을 내는 AI'와 '비용만 쓰는 AI'를 가려내는 냉혹한 선별 과정이 시작됐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분수령이다. 시장이 단순한 매출 성장을 넘어, AI 도입 기업들이 실제 이익을 거두고 있는지 증명하길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듬 사례처럼 특정 산업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실전형 AI' 서비스가 계속 등장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맞춤형 칩(ASIC) 수요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반면 범용 반도체나 구형 공정 제품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AI가 초래한 산업 재편 과정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
미국 증시에서 불거진 AI 공포의 본질은 '투자 대비 수익(ROI)'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는 한국 반도체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위기이자 기회다. 시장은 이제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AI 서비스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실체'를 보여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한다면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 특히 최근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맞춤형(Custom) HBM' 역량은 AI 공포를 잠재울 강력한 무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최근 시장이 AI로 인한 산업 파괴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고객사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기간을 단축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길 원한다. 삼성전자가 GAA(Gate-All-Around) 공정 기반 3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수율을 안정화하고, 여기에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AI 산업 재편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투자 관전 포인트
앞으로의 관건은 AI가 단순히 '공포'에 머물지 않고 실제 기업 이익으로 연결되는 지표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GDP와 PCE 물가지수가 연착륙 신호를 보낸다면, AI 인프라 투자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 미국 증시 흐름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동안 'AI 수혜주'라는 이름 아래 반도체와 장비주들이 동반 상승해 왔으나, 이제는 AI 기술이 기존 산업 이익을 훼손하는 '제 살 깎아먹기'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 단순 서비스, 중개업 등 AI 자동화에 취약한 업종 비중이 높은 한국 상장사들은 미국 시장에서 나타난 '스나이퍼 장세'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제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뿐 아니라, AI를 도입해 실제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내는 기업과 반대로 뒤처지는 기업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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