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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4사 시총 1조 달러 증발했는데…올해 AI에 7000억 달러 더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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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4사 시총 1조 달러 증발했는데…올해 AI에 7000억 달러 더 쏟아붓는다

알파벳·MS·아마존·메타, 실적 발표 뒤 주가 급락에도 설비투자 전년 대비 60% 이상 확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 수요 '견조'…빅테크 수익성 검증 실패 시 투자 속도 조절 변수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주가가 1조 달러어치 빠지는 와중에도 인공지능(AI) 투자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주가가 1조 달러어치 빠지는 와중에도 인공지능(AI) 투자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왜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주가가 1조 달러(1448조 원)어치 빠지는 와중에도 인공지능(AI) 투자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늘리겠다고 선언했을까.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4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CAPEX)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C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들 4사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 합산액은 6300~7000억 달러(910~1013조 원)에 이른다. 아랍에미리트(UAE)나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시장은 "돈을 쓴 만큼 벌어올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며 이들 기업 시총에서 1조 달러를 한꺼번에 걷어냈다.

"과잉 투자보다 과소 투자가 더 위험하다"…빅테크의 셈법


빅테크 4사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아마존은 2000억 달러(289조 원)AI 개발과 인프라에 쏟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1460~1500억 달러(211~217조 원)를 크게 웃돌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1.5% 급락하는 빌미를 줬다. 알파벳은 최대 1850억 달러(267조 원), 메타는 1150~1350억 달러(166~195조 원), MS950~1050억 달러(137~152조 원)를 투자한다.

주가 하락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투자를 줄이지 않는 배경에는 'AI 생태계 선점'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MS와 알파벳은 클라우드 부문 AI 서비스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한 번 주도권을 뺏기면 되찾기 어려운 플랫폼 사업 특성상,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느니 단기 주가 하락을 감수하겠다는 판단이다. 도이체방크의 리 호로위츠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의 위험은 과잉 투자가 아니라 투자 부족"이라며 목표주가 290달러(419700)를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롱보우 자산운용의 제이크 달러하이드 최고경영자(CEO)"AI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게 되면 기업의 내실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자본과 부채를 어떤 비율로 섞어 효율 높게 운영할지 결정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라며 "이런 난제를 풀어내라고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거액의 연봉을 주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도 인프라 측면에서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모닝스타는 "폭발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현재의 전력망이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AI 연산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수명이 예상보다 짧아질 수 있다며,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기존 장비가 금방 구식이 되면 투자자본수익률(ROI) 목표를 밑돌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0년 만기 채권까지 발행…자금 조달 방식도 달라졌다


투자 규모만 커진 게 아니다.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알파벳은 최근 200억 달러(29조 원) 규모의 무보증 선순위 채권을 발행했다. 영국 파운드화 표시 100년 만기 채권도 포함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술 기업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건 1997년 모토로라 이후 처음이다. 오라클은 올해 초 250억 달러(36조 원), 메타는 지난해 10300억 달러(43조 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었다.
일부 빅테크는 특수목적법인(SPV)을 활용해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도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라클, 메타, xAI, 코어위브 등 4개사가 SPV를 거쳐 재무제표에서 빠진 AI 투자 부채가 1186억 달러(171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FT는 이 같은 구조가 2001년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의 '부외부채'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SPV가 데이터센터 부지와 GPU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하고, 빅테크가 이를 빌려 쓰는 구조여서 빅테크의 장부에는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월가에서는 MS에 대한 경고 신호도 나온다. 멜리우스리서치는 MS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벤 라이티스 애널리스트는 "코파일럿(Copilot)을 무료로 제공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고, 이는 가장 수익성 높은 생산성 부문의 성장과 마진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MS 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24% 넘게 하락한 상태다.

한국 HBM 수요는 견조하나, 수익성 검증이 '분수령'


미국 빅테크의 천문학적 AI 투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해 약 9750억 달러(14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주문형반도체(ASIC) 기반 AI칩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82%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출하량 점유율 62%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공급 물량이 사실상 예약 완료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합산 70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30조 원대 중반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삼성전자도 메모리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양사 합산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며, 일부 낙관적 전망은 250~300조 원까지 상향 조정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AI 수익성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증권은 "AI 서버 수요가 견조하더라도 HBM 가격은 올해 이후 두 자릿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 SMIC의 자오 하이쥔 CEO도 최근 "수요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는 과잉 건설"이라며 경고했다. 무디스 역시 막대한 지출에 걸맞은 생산성 향상이 지표로 확인돼야만 투자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다고 밝혔다.

빅테크 4사의 시총 급락은 AI 산업이 '비전'만으로 움직이던 시대에서 '냉정한 수익 검증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하는 대형 데이터센터들이 얼마나 유료 사용자와 산업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AI 투자 지속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AI 관련 기술주와 반도체주는 변동성이 크고,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 변경·환율·무역 정책·기술 변화 등에 따라 주가가 급변할 수 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분석과 전문가 상담이 꼭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