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베테랑의 반란… '체력' 한계 넘은 '경륜'이 올림픽 판도 바꾼다
52세 스노보더·41세 봅슬레이 금메달… "단 하나의 지름길도 허용 안 한 자기 관리의 승리"
스포츠 과학이 연 '장수 시대', 4060세대에 강력한 동기부여… 올림픽 시청층도 확장
52세 스노보더·41세 봅슬레이 금메달… "단 하나의 지름길도 허용 안 한 자기 관리의 승리"
스포츠 과학이 연 '장수 시대', 4060세대에 강력한 동기부여… 올림픽 시청층도 확장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7일(현지 시각)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과거 30대만 되어도 ‘노장’이라 부르던 관행을 깨고 40~50대 선수들이 20대 후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림픽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다. 이들은 신체적 한계를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경기 운영, 즉 ‘경륜의 힘’으로 극복하며 스포츠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미지 확대보기52세 스노보더부터 41세 금메달리스트까지… ‘철인’의 귀환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오스트리아의 스노보드 국가대표 클라우디아 리글러(52)다. 리글러는 동계 올림픽 역사상 최고령 여성 선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 8일 평행대회전 경기를 마친 뒤 "서른 살 때 팀에서 너무 늙었다며 퇴출당했지만, 여전히 어린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엘라나 메이어스 테일러(41)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금 1개, 은 3개, 동 2개 등 총 6개의 메달을 획득해 미국 동계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딴 흑인 선수로 기록됐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테일러는 "아이 둘을 키우며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미친 짓 같지만, 전국의 어머니들을 대표해 뛴다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치로 본 올림픽 '에이지리스(Ageless)' 트렌드
스포츠 과학의 발달과 체계적인 관리 덕분에 선수들의 수명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주요 베테랑 선수들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최고령 출전을 기록한 리치 루오호넨(미국, 컬링)은 54세로, 미국 동계 올림픽 역사상 최고령 선수 기록을 경신했다.
최장기 활동은 닉 바움가르트너(미국, 스노보드 크로스)가 기록했다. 그는 44세로 2010년부터 16년째 올림픽 무대를 사수하고 있다.
부상 투혼도 있다. 린지 본(미국, 알파인 스키)은 올해 41세로 은퇴 7년 만에 복귀한 역전의 대스타이다. ACL(전방십자인대) 파열에도 출전을 강행해 불굴의 화신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단순한 체력 싸움이 아닌, 부상과 심리적 압박을 다스리는 '자기 관리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44세의 바움가르트너는 "젊었을 때는 요령을 피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단 하나의 지름길도 찾지 않는 생활 방식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밀라노에서 빛난 한국의 ‘불굴의 베테랑’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역시 외신이 주목한 ‘장수 시대’의 흐름을 몸소 증명했다. 특히 알파인 스키와 스노보드 등 체력 소모가 극심한 종목에서 노련미를 앞세운 베테랑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고령자인 정동현(38세)은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이번 밀라노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그는 한국 알파인 스키의 산증인으로 알파인 스키 사상 올림픽 최다 출전 기록 보유자다. 이번 대회 대회전 종목에서 33위를 기록하며 끝까지 완주하는 저력을 보였으나, 회전 종목에서는 아쉽게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른여덟의 나이에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설원을 누비며 한국 스키의 자존심을 지켰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김상겸(37세)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고령 메달리스트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끝에 일궈낸 이 메달은 한국 동계 스포츠 사상 통산 400호 메달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그 의미를 더했다.
김상겸 선수의 은메달 획득과 정동현 선수의 5회 연속 출전은 앞서 언급한 미국의 닉 바움가르트너나 클라우디아 리글러 사례처럼 '전성기는 스스로 정의하는 것'임을 입증했다. 특히 30대 후반에 이룬 성과는 단순한 노련함을 넘어, 철저한 자기관리와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전문가 "베테랑의 통찰, 어린 선수가 가질 수 없는 강력한 무기"
스포츠 심리학자들과 현장 지도자들은 고령 선수들이 가져오는 '관점'에 주목한다. 수많은 부상과 재활,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며 쌓인 이들의 회복 탄력성이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계와 과제도 명확하다. 미국의 스키 전설 린지 본은 41세의 나이에 야심 차게 복귀했으나, 대회 직전 무릎 부상을 입었고 결국 경기 중 추락하며 완주에 실패했다. 이는 노련함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신체적 노화와 부상 위험이라는 현실적 벽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베테랑들의 도전은 올림픽의 상업적·문화적 지평을 넓히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베테랑 선수들의 스토리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구매력이 높은 4060세대에게 강력한 동기부여와 영감을 준다"며 "이들의 존재 자체가 올림픽의 시청층을 확대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밀라노 올림픽은 이제 '가장 빠른 자'를 가리는 대회를 넘어, '가장 오래 버티는 위대함'을 증명하는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나이의 장벽을 허문 이들의 도전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기장 밖에서도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