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뒤 사방에 ‘무차별 공격’ 가한 휴머노이드…조종사 혈흔 낭자한 현장 충격
‘재난 로봇’인가 ‘흉기’인가…성능 과시용 ‘강화학습’이 부른 안전 불감증의 비극
‘재난 로봇’인가 ‘흉기’인가…성능 과시용 ‘강화학습’이 부른 안전 불감증의 비극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시연 도중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주변에 있던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부상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해 로봇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베트남의 경제 및 금융 전문 뉴스 매체 재정국제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중국 로봇 전문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의 휴머노이드 모델 'G1'이 시연 중 오작동을 일으켜 운용 인력에게 신체적 가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복구 본능이 부른 참사…조종사 코에서 피 낭자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영상에서 유니트리 G1은 관중 앞 시연 도중 갑자기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사건은 로봇이 쓰러진 직후에 발생했다. 기계음과 함께 팔다리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거칠게 발길질을 시작한 것이다.
영상 후반부에서 이 남성은 바닥에 주저앉아 피가 흐르는 코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로봇의 골격 강도와 운동 에너지를 고려할 때 코뼈 골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니트리 G1의 오작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 시연에서도 로봇이 무술 동작을 흉내 내다 곁에 선 남성의 급소를 발로 차는 사고가 기록된 바 있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무술 퍼포먼스'가 실제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강화학습'의 맹점…일어나는 데만 집중하다 주변 안 살펴
로봇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로봇 학습 방식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의 설계 오류를 지목한다.
부스터 로보틱스 소속 에렌 첸(Eren Chen)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재 적용된 강화학습 정책은 로봇이 넘어졌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봇 인공지능은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상을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혹은 자신의 동작이 타격이 될지 여부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현상은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안전 보호 장치인 '세이프티 가드' 설정이 미흡함을 뜻한다.
로봇이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활동하려면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창한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제1원칙이 소프트웨어적으로 완벽히 구현되어야 하지만, 현재 중국산 로봇들은 성능 과시에 치중한 나머지 기초적인 안전 알고리즘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술력 과신이 부른 ‘안전 공백’…상용화 전 제도적 장치 시급
기술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험실을 벗어나 일상생활에 안착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오작동 시 즉각 동력을 끊는 물리적 비상정지 버튼의 부재와, 유연성 및 힘을 과시하기 위해 과격한 동작 시연을 남발하는 제조사들의 홍보 관행이 안전 불감증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울러 넘어진 상태에서도 주변 사물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동작을 멈추는 지능형 충돌 방지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며, 이러한 하드웨어적·소프트웨어적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는 한 로봇의 대중화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로봇공학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가벼운 부상에 그쳤을지 모르나, 산업 현장이나 가정에 보급된 이후 발생할 대형 참사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봇 기술이 인간의 삶을 돕는 '조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파괴적인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철저한 안전 표준 확립이 최우선 과제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