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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수니 vs 시아 "이슬람 종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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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수니 vs 시아 "이슬람 종파 전쟁"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다른 종교의 이교도 보다 같은 종교 내의 이단이 더 무섭다"
중세 교회 철학의 거두인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가 한 말이다. 아퀴나스는 그의 저서 신학대전(Summa Theologica)에서 이단이 이교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아퀴나스에 따르면 이교도는 진리를 아직 접하지 못한 '단순한 불신'으로 전도나 교화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반면 이단은 진리를 받아들인 후 이를 고의로 왜곡하므로 그 죄의 질이 더욱 불량하다는 것이다. 실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단에 대한 적개심을 사소한 차이에 대한 나르시시즘'이라 명명하였다. 완전히 다른 타자 즉 이교도는 경계의 대상에 그치지만 나와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결정적 지점에서 궤를 달리하는 존재 즉 이단) 나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에 더 큰 실존적 공포를 유발한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하늘에 드론과 탄도 미사일이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단에 대한 아퀴나스의 저주를 다시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자 이란은 직접적인 맞대응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를 정치학에서는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이라 부른다. 그 이면에는 이슬람교의 이단자 박멸이라는 이른다 카르발라 참극’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400 여년 전인 서기 668년의 일이다. 메소포타미아 사막 한복판인 카르발리에서 전투가 발생한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이자 시아파의 이맘이었던 후세인 알리가 당시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파 야지드의 불의에 항거하며 72명의 추종자와 함께 다른 도시로 떠났다. 후세인 알리 일행은 도중에 수만 명의 대군에 포위된 채 모두 처참하게 살해되었다. 알리의 머리는 다마스쿠스로 보내졌다. 이른바 카르발라의 참극이다.

이 사건은 이슬람 세계를 돌이킬 수 없는 분열로 몰아넣었다. 다수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소수로 맞서다 쓰러진 후세인의 죽음은 시아파에게 ‘영원한 슬픔’이자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시아파는 스스로를 ‘억압받는 자' 즉 무자히딘(Mustadafin)’로 규정했다. 주류 수니파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피해의식을 시아파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았다. 시아파에게 카르발라는 과거의 사건을 넘어 지금도 매일 반복되는 선과 악의 투쟁이다.

1979년 이란에서 터진 이슬람 혁명은 시아의 종교적 에너지를 국가 통치 철학과 군사 전략으로 전이시킨 변곡점이었다. 혁명의 지도자 호메이니는 카르발라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미국을 ‘대악마(Great Satan)’로, 사우디 등 수니파 왕정을 ‘미국의 하수인’이자 ‘현대판 야지드’로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시아파 초승달(Shia Crescent) 전략이 탄생한다.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등 역내 소수파들을 지원하며 시아파 동맹을 구축한 것이다. 시아파 초승달 동맹은 오래전 카르발라에서 고립되었던 후세인의 후예들이 이제는 국경을 넘어 연대한는 종교적 서사를 제공한다. 사우디와 UAE가 이란의 포격 대상이 되는 이유는 적어도 시아파의 시각에서는 이슬람의 정통성을 배반하고 외부 세력을 끌어들인 ‘종파적 배신자’이기 때문이다.

카르발라의 순교 정신은 현대 이란 군사력의 핵심인 ‘비대칭 전력’으로 구체화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은 무기가 부족하자 소년병들에게 천국으로 가는 ‘황금 열쇠’를 목에 걸어주고 지뢰밭으로 돌격하게 했다. 일본의 가미카제보다 더 무서운 무기이다. 이 처참한 ‘인간 파도’ 전술은 ‘자폭 드론’과 ‘정밀 미사일’로 진화했다. 이란의 드론 전략은 순교자의 자살 공격을 기계화한 것이다. 값비싼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할 수 없는 이란은 수만 달러짜리 드론 수백 대를 한꺼번에 날려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한다. 소수의 결사대가 대군을 괴롭히는 카르발라식 유격전의 현대판이다.

이란이 미국과의 갈등 상황에서 이웃 수니파 국가들을 겨냥하는 것은 ‘종파적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함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자임을 자처한다. 이란이 사우디의 안보를 흔들 수 있다면, 이는 수니파 왕정의 통치 능력을 부정하는 것이자 시아파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또한 UAE와 같은 상대적 약소국은 안보의 불확실성에 극도로 취약하다. 이란은 이들의 경제적 기반을 위협함으로써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할 경우 동맹국들이 입을 타격을 인질로 삼는다. 우리가 죽는다면, 너희 배신자들의 번영도 끝이다라는 극단적인 순교적 동반 자살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

이란에게 있어 미국의 공습은 단순한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또 다른 ‘카르발라의 재현’이다. 이들은 공격받을수록 종파적 결집력을 더 강화한다. 자신들의 비대칭 전력을 ‘성스러운 저항의 도구’로 미화한다. 사우디와 UAE를 향한 포격은 그 저항을 가시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1,400년 전 사막에 뿌려진 피의 서사가 지금도 중동을 뒤흔들고 있다.

이 와중에 사우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란을 공격해달라고 로비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겉으로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실제로는 비밀리에 대(對)이란 공격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대이란 공격이 수 주에 걸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로비 끝에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와의 대화에서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이란이 더 강력하고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빈살만 왕세자의 동생인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는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이란을 공습을 탄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마디로 이란에 대한 트럼프 공습의 배후에 사우디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슬람 세계는 카르발라 참사 이후 시아와 수니로 갈라져 왔다. 이슬람이라는 면에서는 같은 형제이지만 토마스 아퀴나스의 관점에서 볼 때는 이교도 보다 훨씬 더 사악하고 더 미운 이단인 셈이다. 이란 혁명 이후 시아와 수니는 종교를 넘어 정치적으로도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원수가 되었다. 혁명이후 이란은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 국가들의 왕정을 반 이슬람으로 보고 종교지도자가 다스리는 신정 공화국으로의 수출을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 왕정 체제인 수니파 국가들어서는 좌시할 수 없는 도전이다. 사우디의 빈 살만이 트럼프에게 이란 공습을 촉구하는 로비를 했다는 보도가 맞다면 이는 외세의 힘을 빌려써라도 이란의 혁명 수출 시도를 근원적으로 박멸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겉으로는 핵 무장을 둘러싼 갈등으로 촉발된 것으로 오지지만 그 이면에는 시아와 수니 간의 종교 전쟁도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쟁이 미국-이스라엘-이란을 넘어 중동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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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