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스위스가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부부 공동 과세 제도를 폐지하고 개인별 과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맞벌이 부부가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이른바 ‘결혼세 불이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전날 진행된 국민투표에 대한 예비 집계 결과 전체 유권자의 약 54%가 제도 개편에 찬성했다. 이번 개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스위스 세제에서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현재 스위스는 부부가 소득을 합산해 하나의 세금 신고서를 제출하는 공동 과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누진세 구조에서 이 방식은 맞벌이 부부의 합산 소득을 더 높은 과세 구간으로 밀어 올리는 경우가 많아 미혼 커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만드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번 개편으로 앞으로는 부부가 각자의 소득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신고하는 개인 과세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2032년까지 단계적 시행
정부는 늦어도 2032년까지 개인 과세 체계가 완전히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약 6만명이 추가로 노동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은 약 1%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세수는 일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자들은 기존 제도가 맞벌이 가정의 두 번째 소득자,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을 억제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배우자의 소득과 합산되면서 추가 소득에 더 높은 한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세제 회피 위한 ‘결혼 미등록’까지 등장
스위스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다양한 편법 사례도 등장했다.
일부 커플은 결혼식을 올리면서도 법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고 은퇴 후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혼을 고려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세무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 문제는 수십 년 동안 정치권에서 논쟁이 이어져 온 사안이다.
보수 정당과 일부 가족 단체, 일부 칸톤 정부는 제도 변경이 단일 소득 가구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전통적인 가족 모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해 왔다.
반대 측은 또 부부가 각각 세금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늘어나고 세무 당국의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전체 납세자의 약 절반은 이번 개편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약 3분의 1은 세금 변화가 거의 없고 일부 납세자는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금 사용 보장 개헌도 지지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다른 정책안들도 함께 표결에 부쳐졌다.
특히 현금 사용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큰 지지를 받았다. 예비 집계 결과 70% 이상이 현금 접근권 보장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결제가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스위스 사회가 여전히 현금 사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