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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민투표로 ‘결혼세 불이익’ 폐지 결정…개인 과세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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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국민투표로 ‘결혼세 불이익’ 폐지 결정…개인 과세 도입



지난 2021년 5월 22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5월 22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위스가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부부 공동 과세 제도를 폐지하고 개인별 과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맞벌이 부부가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이른바 ‘결혼세 불이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스위스 유권자들이 국민투표에서 개인 과세 도입을 지지하며 결혼한 부부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세제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전날 진행된 국민투표에 대한 예비 집계 결과 전체 유권자의 약 54%가 제도 개편에 찬성했다. 이번 개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스위스 세제에서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현재 스위스는 부부가 소득을 합산해 하나의 세금 신고서를 제출하는 공동 과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누진세 구조에서 이 방식은 맞벌이 부부의 합산 소득을 더 높은 과세 구간으로 밀어 올리는 경우가 많아 미혼 커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만드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번 개편으로 앞으로는 부부가 각자의 소득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신고하는 개인 과세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2032년까지 단계적 시행
새 제도는 즉시 시행되지 않고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스위스 연방정부와 26개 칸톤(주)이 세제 시스템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늦어도 2032년까지 개인 과세 체계가 완전히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약 6만명이 추가로 노동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은 약 1%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세수는 일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자들은 기존 제도가 맞벌이 가정의 두 번째 소득자,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을 억제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배우자의 소득과 합산되면서 추가 소득에 더 높은 한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세제 회피 위한 ‘결혼 미등록’까지 등장

스위스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다양한 편법 사례도 등장했다.

일부 커플은 결혼식을 올리면서도 법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고 은퇴 후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혼을 고려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세무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 문제는 수십 년 동안 정치권에서 논쟁이 이어져 온 사안이다.

보수 정당과 일부 가족 단체, 일부 칸톤 정부는 제도 변경이 단일 소득 가구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전통적인 가족 모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해 왔다.

반대 측은 또 부부가 각각 세금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늘어나고 세무 당국의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전체 납세자의 약 절반은 이번 개편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약 3분의 1은 세금 변화가 거의 없고 일부 납세자는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금 사용 보장 개헌도 지지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다른 정책안들도 함께 표결에 부쳐졌다.

특히 현금 사용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큰 지지를 받았다. 예비 집계 결과 70% 이상이 현금 접근권 보장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결제가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스위스 사회가 여전히 현금 사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