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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로봇’ 공습에 올라탄 삼성·우리금융... 휴머노이드 유니콘 ‘싱동지위안’ 1.8조 베팅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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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로봇’ 공습에 올라탄 삼성·우리금융... 휴머노이드 유니콘 ‘싱동지위안’ 1.8조 베팅의 막전막후

삼성·우리금융, 글로벌 거물들과 1.8조 원 몸값 ‘싱동지위안’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
칭화대 천재가 빚은 ‘AI 브레인’, 물류·제조 현장 파고들며 해외 매출 비중 50% 돌파
한·중 협력과 견제 사이 ‘투트랙’ 행보... 국내 로봇 생태계에 던지는 묵직한 화두
삼성과 우리금융은 중국 휴머노이드 유니콘 기업 '싱동지위안'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삼성과 우리금융은 중국 휴머노이드 유니콘 기업 '싱동지위안'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의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싱동지위안(Xingdong Jiyuan)이 삼성과 우리금융 등 한국 자본을 포함한 글로벌 거물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1조8000억 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섰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36커(36Kr)와 계면신문(Jiemian News)이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싱동지위안은 10억 위안(약 2156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글로벌 로봇 패권 경쟁의 핵심 주자로 부상했다.

K-자본의 ‘차이나 로봇’ 베팅, 단순 투자인가 전략적 포석인가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삼성벤처투자와 우리캐피탈 등 한국 주요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다. 삼성벤처투자는 지난해 말에 이어 이번에도 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싱동지위안과의 접점을 넓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공언한 '2030년 무인 공장' 실현을 위해 중국의 가파른 하드웨어 상용화 속도와 제조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우리캐피탈을 통해 이번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로봇 렌털이나 리스 등 '로봇 기반 금융 서비스(Raa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장기 포석으로 본다.

국내 로봇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기업들이 국내 기술 육성과는 별개로,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해외 유망주에 깃발을 꽂는 '리스크 분산'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칭화대 DNA가 만든 ‘스타1’, 연구실 넘어 글로벌 제조 현장 정조준


싱동지위안의 폭발적 성장은 중국 로봇 연구의 산실인 칭화대학교의 막강한 기술력에 뿌리를 둔다. 창업자 천젠위 대표는 UC버클리 박사 출신으로 기계제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사요시 토미즈카 교수의 제자다.

2020년 튜링상 수상자인 야오치즈 교수의 권유로 귀국해 칭화대 조교수로 재직하며 이 회사를 세웠다. 칭화대학교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유일한 휴머노이드 기업이라는 점은 이 회사의 기술적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지표다.
현재 싱동지위안의 성적표는 시장의 기대를 웃돈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주력 로봇 '스타1(STAR1)'과 12자유도를 구현한 정밀 손 'XHAND1'을 앞세워 누적 주문액 5억 위안(약 911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체 매출의 50%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로봇은 이미 물류 현장에서 약품을 분류하고, 제조 공정에서 고정밀 부품을 조립하는 등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데이터로 본 로봇 패권... 중국의 물량 공세와 한국의 선택


휴머노이드 시장의 주도권은 이제 거대한 자본과 실전 데이터의 싸움으로 번진다. 시장 조사 기관 옴디아(Omdia)와 '2025 휴머노이드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에이전트 인텔리전스 시장 규모는 약 19억 5250만 위안(약 42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중국은 전 세계 시장의 약 27%인 5억2950만 위안을 점유하며 독보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출하량 측면에서도 중국의 기세는 매섭다. 지난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량 1만3300대 중 즈푸 로보틱스가 39%(5100대 이상)를 점유했고, 유니트리가 34%(4200대)로 뒤를 이었다.

상위권 대부분을 중국 기업이 독식하는 형국이다. 증권가에서는 "결국 누가 먼저 복제 가능한 서비스 표준과 수익 모델을 구축하느냐가 승부처"라며 "싱동지위안이 확보한 16개 사의 글로벌 파트너십은 거대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며 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기술 종속’ 우려 넘어 ‘표준 경쟁’의 일원으로


싱동지위안을 향한 글로벌 자본의 쏠림 현상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시사한다.

삼성과 우리금융의 이번 투자는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보다는, 글로벌 표준이 만들어지는 판에 직접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실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향후 로봇 산업은 단순한 기계 제조를 넘어 AI 브레인과 클라우드, 금융 서비스가 결합된 거대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할 전망이다.

한국기업들이 이번 투자를 계기로 확보할 글로벌 네트워크와 실전 데이터가 국내 로봇 생태계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 혹은 새로운 경쟁의 장벽으로 작용할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