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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 생산량, 26년 만에 日 추월… 트럼프 관세와 ‘AI 열풍’이 만든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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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 생산량, 26년 만에 日 추월… 트럼프 관세와 ‘AI 열풍’이 만든 반전

美 원철 생산량 8200만 톤 달성… 中·인도 이어 세계 3위 도약
보호무역주의로 국내 가격 급등 및 수익성 개선… AI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이 수요 견인
미국에 본사를 둔 스틸 다이내믹스는 호주의 블루스코프 스틸(BlueScope Steel)의 북미 생산 시설을 인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진=스틸 다이내믹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 본사를 둔 스틸 다이내믹스는 호주의 블루스코프 스틸(BlueScope Steel)의 북미 생산 시설을 인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진=스틸 다이내믹스
미국의 철강 생산량이 26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무역 관세와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건설 붐이라는 ‘쌍끌이 호재’가 맞물린 결과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대 철강 생산국 지위를 탈환했다.

27일(현지시각) 세계철강협회(WSTA)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원철 생산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8200만 톤을 기록했다. 미국이 일본의 생산량을 넘어선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 트럼프 관세의 힘… 국내 생산 증대와 가격 급등


이번 순위 역전의 일등 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다. 2025년 상반기 미국은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대폭 상향했다.

수입 철강 가격이 치솟자 미국 제조업체들은 국내산 철강 수요 급증을 예상하고 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미국 내 열간 압연 강 코일(HRC) 가격은 톤당 983달러까지 올라 전 세계 수출 가격의 두 배를 기록했다. 이는 생산 기업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며 신규 투자의 발판이 되었다.

◇ AI 데이터 센터 붐이 불러온 ‘철강 골드러시’


전통적인 제조업 수요 외에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신규 시장이 철강 산업의 지형을 바꿨다.

데이터 센터와 전력 공급망 건설에 막대한 양의 철강이 투입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데이터 센터 관련 민간 건설 지출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데이터 센터 전력 변압기에 사용되는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몸값이 뛰고 있다.

◇ 일본제철의 미국 투자와 M&A 열풍


미국 시장의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 6월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닛폰제철)은 데이터 센터용 고급 철강 생산을 위해 미국 현지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미국 내 기업 간의 합병 시도도 활발하다. 전기 아크로(EAF) 방식의 강자 스틸 다이내믹스(Steel Dynamics)는 최근 호주 블루스코프 스틸(BlueScope Steel)의 북미 생산 시설 인수를 위해 91억 달러 규모의 제안을 던지는 등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 동아시아 철강사 ‘울상’… 시장 양극화 심화


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침체에 빠졌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남은 저가 철강이 세계 시장에 쏟아지며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가운데, 최대 시장인 미국마저 관세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 조치로 철강 수입을 제한하는 미국과 그렇지 못한 기타 지역 간의 시장 양극화가 2026년 이후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특히 수출 주도형 모델을 가진 한국과 일본 철강사들의 이익 환경이 더욱 가혹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