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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역습'인가 '설계의 빈틈'인가... 中 로봇, 마카오서 인간 추격 소동으로 '안전 논란'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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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역습'인가 '설계의 빈틈'인가... 中 로봇, 마카오서 인간 추격 소동으로 '안전 논란' 초래

인간 추격하며 공포 유발한 '유니트리 G1', 서비스 로봇의 '안전거리' 실종이 부른 참사
홍콩 SCMP·마카오포스트 "70대 노인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후송"... 단순 해프닝 넘어선 '로봇 통제권' 논란
마카오에서 교육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70대 여성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위협하는 소동이 벌어져 현지 경찰이 긴급 출동해 해당 로봇을 강제 연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마카오에서 교육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70대 여성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위협하는 소동이 벌어져 현지 경찰이 긴급 출동해 해당 로봇을 강제 연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공장소에서 시민을 끈질기게 추격하며 위협을 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인공지능(AI) 로봇의 통제와 안전 기준에 대한 글로벌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마카오포스트(Macau Post) 등 외신 보도에 의하면, 최근 마카오 특별행정구 내 주택가에서 교육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70대 여성을 추적하며 위협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건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오후 9시경 발생했으며, 현지 경찰이 출동해 '기계 인간'의 팔을 붙잡고 연행하는 기괴한 광경이 연출됐다. 이번 사건은 로봇 산업의 급격한 팽창 속에서 '인간과 로봇의 안전거리'라는 근본적인 설계 결함을 정조준하며 기술 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야간 도심서 벌어진 '로봇의 추격전'... 공포에 질린 시민과 무력한 기술


사건 당일 밤, 마카오의 한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걷던 70세 여성 A씨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계적 인기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국 로봇 전문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제작한 첨단 휴머노이드 모델 'G1'이 A씨의 보폭에 맞춰 끈질기게 뒤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A씨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살 수가 없다"며 "할 일이 산더미 같은 로봇이 왜 나를 괴롭히느냐, 당신 미쳤느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로봇은 이에 대응하듯 양팔을 위로 올리는 기괴한 동작을 반복했으나, 이는 피해자의 공포를 가중할 뿐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로봇의 어깨를 짚고 물리적으로 이동을 제한한 뒤에야 소동은 일단락됐다.

A씨는 신체적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극심한 심리적 불안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데이터로 본 'G1'의 성능과 안전 공백... 1만6000달러짜리 공포

사건의 주인공인 유니트리 G1은 지난해 출시 당시 약 1만6000달러(약 2300만 원)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공지능 기반 휴머노이드다. 키 약 127cm, 무게 약 35kg의 이 로봇은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과 초당 2m의 이동 속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고성능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적 '사회적 지능'은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산업 전문가들은 G1에 탑재된 '피사체 추적(Subject Tracking)' 기능이나 '군중 속 보행 알고리즘'이 야간이라는 환경적 제약과 만나 오작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홍보 목적으로 설정된 로봇의 '친밀도 접근' 명령이 거부 의사를 밝힌 노인에게는 '공포의 추격'으로 치환된 셈이다.

현지 교육센터 소유로 밝혀진 이 로봇은 당시 50대 남성 운영자가 관리 중이었으나, 돌발적인 자율주행 상황을 즉각 제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 소홀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자율'의 경계 허물어진 로봇 시대, 법적 책임과 윤리 가이드라인 시급


글로벌 로봇 업계에서는 이번 마카오 소동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로봇 범죄(Robot Crime)'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재 로봇이 타인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심리적 피해를 줬을 때, 이를 제조사의 설계 결함으로 볼지 혹은 운영자의 조작 미숙으로 볼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니트리를 포함한 중국 로봇 기업들은 공격적인 보급형 휴머노이드 출시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운용 지침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로봇 공학계의 한 교수는 "로봇이 인간의 언어적 거부 표현이나 비언어적 공포 신호를 인지했을 때 즉각 멈추는 '세이프티 킬(Safety Kill)' 소프트웨어가 의무화되어야 한다"며 "글로벌 로봇 표준 협의회에서도 서비스 로봇의 최소 안전 거리 확보를 강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로봇이 인간의 동반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동성보다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윤리적 알고리즘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기계의 자율성이 인간의 안전권을 침해하는 순간, 그 기술은 혁신이 아닌 '공포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의 일상 보급에 앞서,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촘촘한 사회적·법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