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이 경제학 연구 방식 전반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연구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오류를 걸러내는 기존 학문 체계에는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경제학계에서는 AI를 활용해 정책 평가 수백건을 자동 생성하거나 가상의 토론 상대와 질의응답을 연습하는 등 연구 과정 전반에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는 특히 데이터 정리나 연구비 신청서 작성, 표 작성 등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며 연구자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폴 노보사드 교수는 “연구 문제 자체를 고민하는 시간은 약 5배 늘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AI가 독자적으로 고급 연구를 만들어내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리히대의 데이비드 야나기자와드롯 교수는 AI로 생성된 연구 결과에 대해 “준수한 수준이지만 노벨상급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요 경제학 학술지 투고 논문 중 약 4분의 1이 AI 사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논문의 전반적인 질이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 연구 범위 확대…정성 데이터 분석 가능해져
AI는 경제학 연구 범위를 넓히는 데는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집과 분석이 어려웠던 정성적 정보까지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기업 실적 발표나 정책 효과, 노동시장 경험 등 다양한 영역 분석이 가능해졌다.
또 범용 예측 모델 개발에도 활용되며 경제 전망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AI 기반 모델이 과거 인플레이션 지속 현상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오류 검증 더 중요해져”…동료심사 체계 흔들릴 수도
문제는 AI가 늘어난 연구량 속에서 오류를 걸러내는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경제학 저널들은 이미 ‘리파인’과 같은 AI 기반 검토 도구를 도입해 논문 오류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도구 개발에 참여한 벤 골럽은 “최상위 학술지 심사를 거친 논문에서도 최소 3분의 1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동료심사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그러나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간 연구자들의 검증 노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학계에서는 AI가 작성한 부실한 심사 보고서가 제출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제학계는 AI가 오류를 더 빠르게 찾아내는 속도와 연구자들이 검증에 들이는 노력 감소 속도 중 어느 쪽이 더 빠른지가 향후 연구 질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