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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금 폭등 막으려면… 데이터센터 더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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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금 폭등 막으려면… 데이터센터 더 지어야 한다

팔란티어 고위 임원들 WP 기고 "인프라 봉쇄가 기술 불평등 고착"… 1930년대 농촌전기화법의 교훈 되새겨야
인공지능(AI)을 '가진 자의 전유물'로 만들지 않으려면, 역설적이게도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데이터센터 건설 저지 운동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을 '가진 자의 전유물'로 만들지 않으려면, 역설적이게도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데이터센터 건설 저지 운동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가진 자의 전유물'로 만들지 않으려면, 역설적이게도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데이터센터 건설 저지 운동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의 앤서니 박 AI 구현 총괄과 메디 알하사니 정무 총괄은 24(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AI 인프라 건설을 막으려는 세력이 스스로 가장 두려워하는 불평등한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민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 아래 벌어지는 건설 반대 운동이 결과적으로 그들이 지키려는 대상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별 AI 인프라 투자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빅테크 기업별 AI 인프라 투자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미국 전역 '건설 저지 전선'… 데이터센터 사면초가


현재 미국에서는 AI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건설 저지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 일부 정치권이 연대한 '()데이터센터 전선'은 전력망 과부하와 수자원 고갈, 지역 생태계 훼손 등을 명분으로 거세게 압박 중이다.
실제로 20252분기 단 석 달 사이에만 미국 내 20AI 관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역 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2026년 현재 30개 이상 주 의회에서 300건이 넘는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법안이 발의됐으며, 버몬트주는 2030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동결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역시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확충 비용을 100% 자체 부담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안을 검토하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두 기고가는 "지역 사회가 데이터센터의 영향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인프라 건설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인프라 공급이 막히면 AI 이용 비용이 치솟고, 결국 자본력이 넉넉한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사와 글로벌 대기업만 AI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굳어진다는 논리다.

GPT-4 토큰 가격, 16개월 만에 83% 급락… 이면에 숨겨진 '보조금의 역설'


AI 기술의 대중화는 이미 가파른 가격 하락세로 증명되고 있다. 오픈AI(OpenAI)GPT-4를 처음 공개한 20233, 출력 토큰 100만 개당 처리 비용은 60달러(89700)였다. 그러나 이후 16개월 만에 동급 성능 기준 가격은 10달러(14900) 수준으로 떨어졌다. 83%의 가격 하락이다.

그러나 두 기고가는 이 수치가 '착시'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현재의 낮은 가격은 막대한 벤처캐피털 자금과 선제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떠받치는 일종의 '인위적 보조금' 구조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인프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 병목이 심화하면, 기업들은 결국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직격탄을 맞는 것은 자금력이 취약한 소상공인, 스타트업, 비영리단체, 지역 학교 등이다. 현재의 저렴한 AI는 전기공이 서류 처리 시간을 줄여 영업 차량 한 대를 더 굴리게 하고, 오지의 소규모 병원이 도시 대형 병원 수준의 진단 도구를 갖출 수 있게 하는 '기회의 사다리'. 반면 공급 부족으로 AI 요금이 급등하면, 그 사다리는 중소기업을 생태계 밖으로 밀어내는 '도태의 벽'으로 돌변한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도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한다. 한 클라우드 기업 전략 담당자는 "국내 중소 개발사들은 이미 해외 빅테크의 API 가격 변동에 사업 생사가 갈릴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미국의 인프라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 인상 압박이 한국 시장에도 파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36'농촌전기화법'의 교훈… "AI 인프라도 공공재로 봐야"


기고가들이 제시한 해법의 뿌리는 역사에서 가져왔다. 19세기 대륙 횡단 철도 건설이 물류비를 낮추고 미국 경제의 지평을 바꿨듯, 1936년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서명한 농촌전기화법(Rural Electrification Act)은 전력을 도시 엘리트만의 혜택에서 중산층 전체의 인프라로 변환시켰다. 그 결과물이 미국 중산층의 팽창이었다.

두 기고가는 AI 인프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에 우선적으로 저렴한 전력을 공급하는 상생 협약 ▲풍력·태양광은 물론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에너지원을 적극 도입해 전력 총량 자체를 확대 ▲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의 일부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세제 혜택 또는 지분 공유 구조 도입을 제안했다.

요컨대 건설을 막는 것이 아니라, 건설의 방식과 혜택의 배분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 막는 이들이 불평등을 만든다"… 한국에도 울리는 경고음


기고문은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과거 인터넷 망 구축이 미국의 경제 지형을 바꾼 것처럼, AI 인프라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변곡점이다. 지금 건설을 막는 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평등한 세상을 스스로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중심의 데이터센터 집중과 전력 공급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를 단순한 민간 시설이 아닌 '21세기 전력망'과 같은 공공 인프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프라를 막는 것이 형평성을 지키는 길인지, 아니면 오히려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길인지—그 질문에 우리 사회도 답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