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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IPO 6월 상장…최대 110조 원 역대 최대 규모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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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IPO 6월 상장…최대 110조 원 역대 최대 규모 전망

xAI 합병·스타링크 성장으로 기업가치 2640조 원…기존 IPO 공식 전면 해체
미래에셋·국내 소재주 직접 수혜…한국 우주항공 밸류에이션 재편 기로
스페이스X가 발사를 준비 중인 팔콘9 로켓.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이스X가 발사를 준비 중인 팔콘9 로켓. 사진=연합뉴스
"투자자가 굳이 나를 찾아와야 할 이유가 있는가." 월스트리트가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온 기업공개(IPO) 로드쇼 관행에 일론 머스크(54)가 정면으로 칼을 들이댔다.

전 세계 자본이 6월 나스닥으로 쏟아질 준비를 하는 지금, 머스크는 오히려 펀드매니저들에게 "직접 로켓 발사 현장을 보러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스페이스X(SpaceX)가 오는 6월 나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400억∼750억 달러(약 60조∼113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Saudi Aramco)가 기록한 역대 최대 조달액 294억 달러(약 44조 원)를 단숨에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더인포메이션 등 복수의 외신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투자설명서가 제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를 로켓 발사장에 세운다…머스크식 '역(逆)로드쇼’


IPO의 첫 번째 파격은 투자 유치 방식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CEO)는 뉴욕·런던·홍콩을 돌며 기관투자자를 직접 찾아가는 로드쇼를 소화한다. 머스크는 이 절차를 뒤집었다.

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인근 대형 제조단지와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로켓 발사 기지로 투자자들을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팰컨 9 발사 장면을 직접 목격한 펀드매니저들이 더 큰 청약 주문을 낼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두 번째 파격은 주식 배정 구조다. 통상 IPO에서 개인투자자 몫은 전체 물량의 10% 안팎에 그친다. 머스크는 이 비중을 3분의 1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테슬라(Tesla) 주주와 2022년 트위터(현 X) 인수 당시 자금을 댄 투자자들에게는 우선 배정 혜택도 검토 중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테슬라 주주들이 스페이스X에 투자할 방법을 찾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보호예수(락업) 구조도 이분화된다. 일부 초기 대주주에게는 통상적인 6개월보다 긴 락업을 적용하는 반면, 또 다른 주주군에게는 락업을 아예 없애 상장 즉시 지분 매각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번 IPO를 주관하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마이클 그라임스(Michael Grimes)를 포함한 투자은행 팀이 이 같은 방안을 머스크와 함께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링크·xAI 합병으로 몸값 2640조 원…"비싸지만 불합리하지 않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급등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가 이끌었다.

스타링크 가입자는 지난해 말 920만 명을 돌파해 15개월 만에 두 배로 불었고, 지난해 매출은 160억 달러(약 24조 원)에 달한 것으로 모닝스타(Morningstar)는 추산했다. 올해 매출은 최대 240억 달러(약 36조 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올해 2월 머스크의 인공지능(AI) 회사 xAI를 전량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며 몸값이 더욱 치솟았다. 이 거래로 스페이스X와 xAI의 합산 기업가치는 약 1조 2500억 달러(약 1880조 원)로 평가됐고 이후 IPO 목표 기업가치는 최대 1조 7500억 달러(약 2640조 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투자리서치 기관 핏치북(PitchBook)의 분석가 프랑코 그란다(Franco Granda)는 "스타십 상용화 일정이 지켜지고 직접 셀 방식의 위성통신(D2C) 서비스가 확장된다면, 1조 7500억 달러 수준의 가치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모닝스타도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주가 수준은 비싸고 위험하지만 불합리하지는 않다"며 "스타십 상용화와 D2C 사업 확장이 5~7년 안에 실현될 경우 투자 수익 비대칭성은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도 들썩…미래에셋·소재株 직격 수혜


스페이스X IPO 가시화는 이미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스페이스X의 1차 벤더사인 스피어는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85% 넘게 치솟았고, 로켓 엔진용 초합금을 공급하는 에이치브이엠도 같은 기간 17%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금융사 중에서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의 움직임이 가장 가파르다. 미래에셋생명은 한 달 새 90% 넘게 폭등했고, 미래에셋증권도 70% 이상 뛰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은 2022~2023년 스페이스X에 약 40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IPO가 단순한 주가 이벤트를 넘어 산업 구조를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스페이스X의 IPO는 단순히 한 기업의 상장을 넘어 위성 산업 밸류체인 전반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KODEX 미국우주항공'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며 스페이스X를 최대 25%까지 편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도 최대 16% 편입이 가능하다.

다만 월가 일각에서는 냉정한 시선도 나온다. 한 증권가 방산업 연구원은 "주가가 오른 국내기업 가운데 실제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은 쎄트렉아이 정도"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형 방산업체들도 우주 관련 매출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역사상 가장 큰 IPO를 앞두고, 머스크는 또 한 번 세상이 그를 따라오도록 판을 짜고 있다. 문제는 그 판이 얼마나 비싼 입장료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다. 공모가 확정은 로드쇼 직전에 이뤄진다. 6월이 시험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