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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 시대 열렸다... 일라이 릴리, 4.1조 원 규모 빅딜로 글로벌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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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 시대 열렸다... 일라이 릴리, 4.1조 원 규모 빅딜로 글로벌 영토 확장

홍콩 인실리코와 전략적 제휴... 선급금만 1700억 원 '파격 조건'
AI 발굴 후보물질 28개 달해... 신약 개발 '3년→18개월' 반토막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 사진=연합뉴스
미국 제약 거두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인공지능(AI)이 설계한 혁신 신약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기 위해 홍콩의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총 27억 5000만 달러(약 4조 1600억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디지털 제약' 시대를 정조준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AI가 발굴한 후보물질의 상업화를 가속하는 전략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양사는 지난 2023년부터 이어온 파트너십을 이번 계약을 통해 독점적 라이선스 및 공동 연구개발(R&D) 단계로 전격 확대했다.

전통 방식 깨는 'AI 속도전'... 개발 기간 50% 단축


이번 계약의 핵심은 AI를 통한 신약 개발의 효율성 극대화다. CN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실리코 메디슨은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인 '파마.AI(Pharma.AI)'를 활용해 현재까지 28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이미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알렉스 자보론코프(Alex Zhavoronkov) 인실리코 메디슨 최고경영자(CEO)는 보도된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초기 후보물질 발굴에만 3~6년이 걸리지만, AI를 도입하면서 이를 12~18개월로 단축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실리코는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20개의 전임상 후보물질을 지명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어왔다.

일라이 릴리는 이번 계약으로 1억 15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선급금을 우선 지급한다. 이는 반환 의무가 없는 확정 금액으로, 인실리코의 기술력에 대한 일라이 릴리의 강한 신뢰를 보여준다.

향후 임상 및 상업화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마일스톤을 포함하면 전체 계약 규모는 4조 1600억 원에 이른다.

'데이터'와 '생산망'의 결합... 4.5조 원 규모 중국 기지 확충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일라이 릴리의 거대한 생산 인프라 확충 계획과 맞물려 파급력을 더하고 있다. 릴리는 향후 10년간 중국 시장에 30억 달러(약 4조 5400억 원)를 추가 투입해 '오르포글리프론' 등 차세대 경구용 비만 치료제의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는 쑤저우 공장의 주사제 라인 확장과 베이징의 알약 전용 신설 기지를 포함하는 대규모 공세다.

인실리코 메디슨 역시 AI로 설계한 세계 최초의 폐섬유증 신약 'ISM001-055'를 임상 2상에 안착시키는 등 30개에 육박하는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실리코의 '디지털 브레인'과 릴리의 '글로벌 생산 근육'이 결합한 형태라고 평가한다. 인실리코가 AI로 후보물질을 빠르게 찾아내면, 릴리가 구축한 대규모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즉각적인 양산에 돌입하는 '하이브리드 R&D' 모델이 완성되는 셈이다.

빅파마의 내부 역량 결합... 글로벌 임상 생태계 주도


일라이 릴리의 이번 행보는 외부 기술 도입과 내부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혁신 모델의 전형이다. 앤드루 애덤스(Andrew Adams) 일라이 릴리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인실리코의 AI 엔진은 릴리의 깊은 질병 전문성과 결합해 치료제 식별 속도를 높이는 강력한 보완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릴리가 구축 중인 독자적인 AI 생태계다. 인실리코는 이번 계약의 일환으로 릴리의 바이오테크 인큐베이터인 '게이트웨이 랩스(Gateway Labs)'에 합류한다.

이는 릴리가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밀착 협력하며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보론코프 CEO 역시 "릴리는 생물학, 화학, 자동화를 통합 관리하는 내부 전문가를 보유한 AI 선두주자"라고 치켜세웠다.

시장 평가와 향후 전망: '데이터 주권' 확보가 관건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계약이 침체된 바이오 투자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인실리코 메디슨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급등하며 AI 신약 개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업계 관계자는 "2026년은 AI로 만든 약이 실제 시장에서 통하는지를 증명하는 '상업적 검증의 해'가 될 것"이라며 "일라이 릴리와 같은 거대 기업의 자본이 투입되면서 신약 개발의 주도권이 실험실에서 슈퍼컴퓨터와 지능형 생산 시설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