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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쏟는 현대차 美 제철소 ‘사면초가’… 주민 강제 이주·노동권 논란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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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쏟는 현대차 美 제철소 ‘사면초가’… 주민 강제 이주·노동권 논란에 발목

‘그린 스틸’ 내세웠지만… 현지 시민단체 "약속 불이행 시 공장 건설 저지" 경고
호세 무뇨스 사장에 압박 서한… ‘지역사회협약(CBA)’ 미체결 시 착공 지연 불가피
현대차·기아 북미 공급망 수직계열화 전략 ‘비상’… ESG 경영 시험대 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약 8조 7500억 원)를 투입해 추진 중인 북미 첫 제철소 건설 사업이 지역 사회의 거센 저항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현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주민 강제 이주와 환경 오염 문제를 제기하며 최고경영자(CEO)와의 직접 면담과 강력한 보상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약 8조 7500억 원)를 투입해 추진 중인 북미 첫 제철소 건설 사업이 지역 사회의 거센 저항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현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주민 강제 이주와 환경 오염 문제를 제기하며 최고경영자(CEO)와의 직접 면담과 강력한 보상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약 8조 7500억 원)를 투입해 추진 중인 북미 첫 제철소 건설 사업이 지역 사회의 거센 저항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현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주민 강제 이주와 환경 오염 문제를 제기하며 최고경영자(CEO)와의 직접 면담과 강력한 보상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민원을 넘어 현대차의 북미 공급망 전략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중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유력 매체 더 애드보커트(The Advocate)의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전미금속노조(USW) 제13지부와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환경단체 시에라클럽 등 굵직한 단체들로 구성된 연합체는 지난달 31일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차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현대차가 지역 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지역사회협약(CBA)’ 체결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석] 현대차 美 루이지애나 제철소 리스크 시나리오.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분석] 현대차 美 루이지애나 제철소 리스크 시나리오.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친환경 약속은 어디로?"… 환경 정의와 '그린 스틸'의 충돌


이번 갈등의 핵심은 현대차가 공언한 '그린 제철소'의 실체와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문제다. 현대차는 당초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공정을 약속하며 주정부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시에라클럽 델타 지부의 안젤 브래드포드(Angelle Bradford) 의장은 "현대차는 몇 달 전 그린 수소를 활용한 친환경 공장을 약속했지만, 실제 추진 과정이 당초 가치와 일치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대화는 현대차가 아닌 주민 조건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공장부지 인근 모데스테(Modeste) 마을 주민들의 반발이 극렬하다. 현대차 제철소 외에도 대규모 암모니아 공장들이 줄줄이 들어설 예정이라, 주민들은 사실상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연합체는 "주민들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이주당하고 있으며, 적절한 대체 주거지 마련을 위한 보상이나 협의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식 '지역사회협약(CBA)'의 문턱… 노동권 보장도 쟁점


미국에서 대형 산업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열쇠는 지역사회협약(CBA)이다. 이는 기업이 개발 이익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고 고용, 환경, 주거 보상 등을 주민과 사전에 문서로 약속하는 계약이다.

주민 요구 사항은 강제 이주 반대, 실질적 이주 보상비 지급, 문화유산 보존이며, 노조 요구 사항은 미래 제철소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보장, 공정한 임금 체계 수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국 정부의 제조업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과 지역 사회의 환경권 요구가 정면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한다. 전미금속노조는 향후 공장 운영 과정에서의 노동권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비용 상승과 경영권 간섭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북미 공급망 수직계열화 ‘빨간불’… 시나리오별 대응은?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현대차·기아의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에 연간 60만 대분 강판을 공급할 핵심 요충지다. 2030년 완공이 늦어질 경우 현대차의 북미 시장 원가 통제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루이지애나 제철소 프로젝트의 향후 향방을 두고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먼저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현대차가 조속히 현지 주민 연합체와 면담에 나서 '지역사회협약(CBA)'을 체결하는 경우다. 이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이주 보상책과 구체적인 친환경 공정 로드맵이 도출된다면, 현대차는 사업 정상화는 물론 글로벌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으며 북미 시장 내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반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며 난항을 겪을 경우 착공이 최소 1~2년 지연되는 중립적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된다. 공사 지연은 인건비와 자재비 등 초기 설비투자 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지며,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 현대차·기아의 북미 공급망 수직계열화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주민 소송과 환경 단체의 강력한 저지 운동이 확산하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축소되거나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약 8조 원 규모의 투자 손실뿐만 아니라 북미 생산 거점의 핵심 요충지를 잃게 되는 비관적 결과로 이어져,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K-제조업' 미국 진출의 교훈… "기술보다 소통이 먼저"


현대차는 이번 서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전폭 지원하는 사업임에도 지역 민심이 돌아선 것은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만으로 미국 현지 여론을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내 증권가와 시민단체들은 현대차가 강조해 온 ESG 경영이 선언적 문구에 그치는지, 아니면 실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실천적 모델인지 주시하고 있다.

향후 사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분수령은 호세 무뇨스 사장이 현지 연합체의 면담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다. 현대차 경영진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으나, 침묵이 길어지면 지역 사회의 반발은 소송과 공사 저지 운동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주정부가 주민 보상과 기업 이익 사이에서 실효성 있는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대차가 기술적 완결성을 넘어 현지 주민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소통의 기술’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