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6달러 시대" LA의 비명… 중동 봉쇄 땐 세계 경제 1300만 배럴 증발 '역사적 쇼크'
헬륨 공급망 5년 마비에 비료값 50% 급등… 고금리 속 '공급 충격' 가중되는 이중 긴축 위기
한국 에너지·반도체 직격탄… 1973년 오일쇼크 상회하는 'S(스태그플레이션)' 대비해야
헬륨 공급망 5년 마비에 비료값 50% 급등… 고금리 속 '공급 충격' 가중되는 이중 긴축 위기
한국 에너지·반도체 직격탄… 1973년 오일쇼크 상회하는 'S(스태그플레이션)' 대비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일(현지 시각) 보도에서 중동 전쟁이 단기에 종결되더라도 그 경제적 후폭풍은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았다. 이란과의 교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마비됐고, 이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 폭등과 금리 인상, 공급망 붕괴라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약 9060원)를 돌파하며 서민 경제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1300만 배럴 증발한 에너지 시장…1973년 오일쇼크 넘어서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란의 해상 봉쇄를 두고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쇼크"라고 규정했다. 매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가 막히면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극에 이르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해상 물류 중단이 3개월간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70달러(약 25만67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쟁이 6개월 이상 길어져 하루 1300만 배럴의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세계경제는 피할 수 없는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반도체 헬륨 '5년 마비' 우려…AI·먹거리 물가까지 번지는 불길
이번 위기는 과거의 에너지 위기와 결이 다르다. 현대 산업의 쌀인 반도체와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핵심 공정에 쓰이는 헬륨은 천연가스 생산의 부산물인데,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가스 단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라스라판 시설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에 3~5년 이상이 걸려 중장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원가 상승과 수급 불안이라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먹거리 물가도 비상이다. 세계 10대 요소·무수 암모니아 비료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이란이 모두 분쟁 지역에 포함됐다. 미국농경인협회(NCGA) 크리스카 스완슨 수석 경제학자는 "요소 비료 가격이 지난 2월 말보다 50%가량 올랐다"면서 "이 여파는 2027년 농작물 수확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항공료 동반 상승…고물가·고금리 '이중 긴축'의 덫
금융시장의 반응은 냉혹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현재 2.8% 수준인 미국의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조만간 4%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평균 6.46%까지 올랐다. 전쟁 발발 전보다 0.5%포인트가량 급등한 수치다.
항공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싱가포르 허브의 항공유 가격은 전쟁 전보다 2배 이상 폭등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노선을 축소하고 운임을 올리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유럽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오는 5월부터 7월 사이 운항 편수의 10%를 취소해야 할 처지다.
한국 경제의 대응 전략, '공급망 복원력'이 생존 열쇠
금융권과 학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중동 위기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발생 확률이 50% 정도인 기본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의 부분 봉쇄와 우회 운송로 확보가 병행되는 경우다. 이때 유가는 배럴당 100~120달러 선에서 형성되며 세계경제는 완만한 성장 둔화를 겪게 된다.
반면 봉쇄가 3~6개월간 실질적으로 지속되는 악화 시나리오(30%)에서는 유가가 140~170달러(약 21만1400~25만6700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불가피해진다. 가장 경계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20%)는 군사 충돌이 확대되어 주요 생산 인프라가 초토화되는 상황이다. 유가가 200달러(약 30만2000원)를 돌파하며 1970년대식 초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지구촌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보다 충격이 더 빠르고 강하게 전이될 수 있다. 특히 헬륨 공급 차질은 국내 반도체 미세 공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과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추가 상승 여부다. 이는 곧 국내 대출금리 압박으로 이어진다. 둘째, 카타르 가스시설의 복구 속도다. 이는 반도체주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지표다. 셋째, 정부의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 속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씨티그룹 나단 시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의 경험으로만 판단하기엔 이번 공급망 파괴의 골이 너무 깊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원자재 등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에 주목하되, 장기적으로는 탈중동 에너지 정책과 핵심 소재 국산화라는 경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전쟁이 빨리 끝날수록 좋다"는 절박함 뒤에는, 이미 변해버린 글로벌 공급망 질서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라는 무거운 숙제가 남겨져 있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가격 충격’이 아니라 ‘공급망 질서의 재편’이며, 대응 속도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국면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