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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휴전 합의…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전망과 한국 에너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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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휴전 합의…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전망과 한국 에너지 영향

이란 10개 요구안·선박 통행료 29억 원 논란…미국 "제한 없는 개방" 강력 요구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코스피 7% 폭락 겪은 한국, 협상 결렬 시 재충격 우려
이란 테헤란 빌라스트 광장에 내걸린 그림판.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테헤란 빌라스트 광장에 내걸린 그림판.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원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벼랑 끝 담판 끝에 2주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해협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반도 에너지 안보에도 긴장의 끈이 유지되고 있다.

가디언(The Guardian)과 CNBC, AP통신, 알자지라(Al Jazeera) 등 주요 외신은 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확대 시한 만료 불과 1시간 전에 이란과 2주 휴전을 선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이란 양측이 각자 '승리'를 주장하는 가운데, 이란이 제시한 10개 요구안의 핵심 조항들을 미국이 실질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가 향후 협상의 최대 고비로 꼽힌다.

이란 10개 요구안의 속내…'페르시아만 통행세' 어디로


이란은 국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10개 평화 요구안에 ▲대이란 1·2차 제재 전면 해제 ▲호르무즈 해협 이란 통제권 유지 ▲미군 중동 전면 철수 ▲이란 동결 자산 반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합의 구속력 보장 등을 담았다.

눈에 띄는 것은 '통행료' 조항이다. AP통신은 익명의 역내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과 오만이 해협 통과 선박에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29억 원)의 통행료를 부과하고, 이를 전후 복구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레빗은 정례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어떠한 제한이나 지연 없이" 개방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며,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 자체가 '제한'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해협의 통행 정체를 해소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의 개별 요구안에 대한 직접 수용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란이 영문본과 페르시아어 원문을 서로 다르게 배포했다는 사실이다. 이란 메흐르 통신이 공개한 페르시아어 원문에는 핵 프로그램의 '우라늄 농축 수용' 조항이 포함됐으나, 이란 외교관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영문본에서는 해당 문구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의회 의장은 이후 미국이 레바논 휴전 미준수, 이란 영공 드론 침입, 농축권 부인 등 세 가지 항목에서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레바논 변수와 지정학적 균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미국의 2주 공격 유예 결정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번 휴전은 레바논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파키스탄 총리 샤바즈 샤리프가 "레바논을 포함한 전 지역에 걸친 휴전"이라고 발표한 내용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세로 현재까지 최소 1500명이 숨지고 120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으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란과의 연대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면서 전선에 끌려들어 왔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안드레아스 크레이그 부교수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전쟁 전보다 유리한 협상 지위에 서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란이 지난 2월 협상 결렬 당시보다 더 많은 양보를 할 가능성은 낮으며, 농축권 문제가 당시 협상을 무산시킨 핵심 쟁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휴전 중재를 이끈 파키스탄의 샤리프 총리는 오는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미·이란 대표단 회담을 열기로 했다.

미국 협상단은 제이디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재러드 쿠슈너 고문이 이끌 예정이다. CNBC 중국도 이란의 협상 참여를 촉구하는 압력을 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AFP에 중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국 원유 수입 90%가 이 해협을 지난다…협상 결렬 시 직격탄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아프리카·중동 담당 지역 이사 프라티바 타커는 CNBC에 출연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해결이 아니라 분쟁의 일시 중단"이라며 "양측의 깊은 신뢰 부족이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가는 휴전 발표 직후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으나, 전쟁 전 70달러 수준을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미국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은 그리스 선적 NJ 어스호와 라이베리아 선적 데이토나 비치호가 해협을 통과했다고 확인했지만, 전쟁 전 하루 100~120척이던 상업 선박 통항은 아직 정상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으며, 동북아 천연가스 지표인 LNG 일본·한국 마커(JKM)는 봉쇄 직후 하루 만에 40% 폭등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화학사들이 가동률을 60~70%대로 낮추고 일부 시설은 가동을 멈추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으며, 나프타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CA 리서치의 게르트켄 연구원은 "정부들이 재충돌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재고를 쌓으면서 유가와 가스 가격은 휴전 결과와 무관하게 전쟁 전 수준을 구조적으로 웃도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타운대학교 카타르 캠퍼스 정치학 교수 메란 캄라바는 "이번 2주 휴전은 워싱턴과 테헤란 양측 모두에 이 전쟁을 끝내려는 강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이란의 최대치 요구안과 미국의 원칙적 거부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협상은 언제든 다시 교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