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조 명분으로 포장된 인프라 개보수 작업이 미군 전력 투사 가로막는 전략적 대못으로 변모
이미지 확대보기관광용 항구의 돌연한 변신과 헤리티지의 경고
미국의 안보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 남태평양의 평화로운 풍경 뒤에서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고발했다. 중국 국영 기업들이 바누아투를 비롯한 주요 섬나라의 항구와 비행장을 현대화한다는 명목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사실상 중국 인공지능 및 군사 자산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는 분석을 제기한 것이다. 재단은 이 같은 프로젝트들이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징후로 해석된다고 지적한 뒤 미국 안보 당국이 이를 국가 안보 전략 차원에서 시급히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군 겸용의 모호함을 악용하는 중국의 야망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과 미 국방부의 연례 중국 군사력 보고서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바에 의하면, 중국 전략의 핵심은 민군 겸용이라는 모호함에 있다. 민간 자본과 기술을 투입해 수심을 깊게 하고 부두 시설을 확충하는 행위는 겉으로 보기엔 해당 국가의 경제 발전을 돕는 인도적 지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개보수된 항구는 필요시 중국의 대형 군함이 즉각 정박하고 보급을 받을 수 있는 군사 기지로 순식간에 탈바꿈한다. 헤리티지 재단은 중국이 이러한 이중 용도 인프라를 통해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군사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누아투 사례로 본 거점 확보의 정석
특히 바누아투에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국영 기업이 주도하는 항구 재개발 사업은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을 목표로 한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제 설계 사양은 군용 대형 보급함이나 구축함의 운용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는 중국이 남태평양 중앙부에 영구적인 군사적 발판을 마련하려는 장기 포석의 일환이며, 유사시 미 해군의 자유로운 기동을 방해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055형 구축함과 같은 중국의 최첨단 전력들이 이 지역 소규모 항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러한 시설들이 이미 전략적 고려 대상에 포함되었음을 시사한다.
미군의 전력 투사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이번 분석이 미국 안보 당국에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남태평양은 괌과 하와이를 잇는 미국의 핵심 병참선이자 투사로다. 이 지역의 항구들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면, 미군은 작전 구역 진입 단계부터 중국의 감시와 견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민군 겸용 시설이 적대적 행위에 동원될 경우, 중국은 연료나 탄약 보급을 차단하거나 미국과 연합군 사이의 조율을 방해하며 새로운 전투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미군이 전방 전력을 지원하기 위해 훨씬 더 긴 우회로를 선택해야 하거나 위험한 적대 지역을 관통해야 하는 전략적 딜레마를 초래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근본적 재설계 필요성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기존의 물리적 군사 기지 건설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을 제기한다. 총성 없는 인프라 침공은 국제법적 제재를 가하기 까다롭고, 해당 국가들의 주권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정부가 이러한 민군 겸용 시설의 위험성을 국가 안보 전략에 명시하고, 상업적 시설이 하드 파워 투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의 인프라 무기화에 맞선 새로운 외교적, 산업적 방어망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