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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사업비 18조 원 돌파… '기술 성공' 뒤에 숨은 '환율·공급망'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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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사업비 18조 원 돌파… '기술 성공' 뒤에 숨은 '환율·공급망' 청구서

총사업비 4.4조 원 증액분 중 '대외 변수'가 70%… 블록-II 양산 비용 29.5% 급증
2030년 초반 '전투기 80대 공백' 현실화 우려… "수출 규모의 경제로 단가 낮춰야"
지난 2021년 4월 9일(현지시각) 경남 사천에서 열린 출고식에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4월 9일(현지시각) 경남 사천에서 열린 출고식에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방위사업청(DAPA)이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KF-21 사업 현황 보고서와 인도네시아 방산 전문 매체 인도밀리터(Indomiliter)13(현지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결정체인 KF-21 '보라매'가 기술적 성공의 환희를 뒤로하고 가혹한 '경제 리스크'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원화 약세라는 거대 경제 파고가 국방 예산의 효율성을 정면으로 타격하며 전체 사업비를 18조 원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비 증액은 단순한 예산 초과가 아니라 대외 거시경제 변수가 국방력 강화 일정에 직접적인 제동을 건 경제안보 위기 상황으로 풀이된다.

증액분 4.4조 원 '해부'해보니… 환율·물가가 삼킨 방산 예산


이번에 증액된 44000억 원의 내역을 뜯어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더 명확해진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증액분의 약 70% 이상이 환율 상승에 따른 부품 수입 단가 인상과 항공우주 원자재 가격 폭등에 집중되어 있다.

증액된 44000억 원 중 약 70%3조 원은 고환율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외산 부품 단가 상승분이다. 엔진 및 항전 장비 등 달러 결제가 필수적인 핵심 부품 수입 비용이 원화 약세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1조 원은 블록-II의 핵심인 공대지 타격 능력 확보와 정밀 무장 통합을 위한 기술 고도화 비용이며, 나머지 4000억 원은 인건비 상승과 양산 공급망 유지, 품질 인증 등 운영 측면의 실무 비용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대외 변수와 성능 강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80대를 생산하는 '블록-II' 양산 비용은 당초 142400억 원에서 184400억 원으로 29.5%나 수직 상승했다. 기체 성능은 마하 1.81의 초음속 비행과 AESA 레이더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쳐 '합격점'을 받았으나, 이제는 성능이 아닌 '비용'이 사업의 최대 적이 된 셈이다.

"하늘이 빈다"2030년 초반 '80대 규모' 전력 공백 현실화


비용 폭증보다 더 뼈아픈 실책은 전력화 일정의 연쇄 지연이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한정된 예산과 재원 배정의 병목 현상으로 인해 블록-I(40)의 전력화 완료 시점을 기존 2028년에서 2029년으로 1년 연기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더 큰 문제는 80대 규모의 블록-II 물량이다. 당초 2032년 완료가 목표였으나, 계약 및 생산 일정이 밀리며 2035년 혹은 최대 2036년까지(3~4)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연은 공군 전력 유지에 치명적인 독이 된다. 이미 20246월 공식 퇴역한 F-4 '팬텀'에 이어, '제공호'로 불리는 F-5 전투기 역시 기체 노후화 및 안전 문제로 수명 연장 없이 2028년 완전 도태를 목표로 순차 퇴역 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KF-21 도입이 1~4년 늦춰질 경우, 2030년을 전후해 공군이 우려하던 수십 대 규모의 '안보 전력 공백'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군 당국은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F-16 추가 개량이나 F-35A 추가 도입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나,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발목을 잡는다. 특히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다른 대형 사업들과 한정된 국방 재원을 두고 격렬한 우선순위 경쟁을 벌여야 해 정부의 재정적·전략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리스크와 '규모의 경제'… 단가 15% 인하가 관건


사업 정상화의 열쇠는 결국 '양산 규모'에 있다. 현재 내수 물량 120대 기준으로는 기체당 단가 방어가 어렵다. 방산업계는 전체 생산 물량이 200~300대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약 15~2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다. 수천억 원대의 분담금 미납은 단순한 재무 이슈를 넘어 '기술 이전 범위 축소''사업 구조 재편'을 압박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리스크를 조기에 매듭짓고 폴란드, 루마니아, 중동 등 잠재적 수출국을 선제적으로 공략해 '()수출 후()성능개량'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KF-21은 사업비 증액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제기 전량이 초음속 비행 및 최첨단 레이더 통합 등 성능 검증을 마쳐 기술적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성능 면에선 글로벌 시장의 동급 기종과 비교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 루마니아 등 해외 시장의 수요가 커지고 있어, 내수 물량에 수출을 더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면 대당 양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K-방산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책 컨트롤타워의 3대 과제


KF-21을 둘러싼 작금의 위기는 단순히 개별 사업의 비용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방위산업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다. 정책 컨트롤타워는 기술적 완성도를 경제적 실익으로 전환하기 위해 실질적 대안을 즉시 강구해야 할 것이다.

첫째, 공급망 자립을 위한 국산화 로드맵 가속화다. 현재 환율 변동성에 노출된 핵심 항전 장비와 엔진 부품의 국산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원가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이는 수입 대체 효과를 넘어 해외 벤더에 지급되던 로열티를 국내 산업 생태계로 환류시켜 방산 전반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둘째, 환율 리스크 전이를 차단할 방산 전용 금융 헤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 특성을 고려해, 정부가 환변동 보험 지원을 확대하거나 국책은행을 통한 맞춤형 금융 지원책을 마련함으로써 기업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대외 변수와 무관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약속하고,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셋째, 유연한 획득을 위한 스파이럴(Spiral) 개발 전략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모든 성능을 한꺼번에 구현하기보다 검증된 기능부터 단계적으로 양산에 적용함으로써 전력화 공백을 최소화하고 초기 양산 단가를 안정화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개발 기간 단축과 리스크 분산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납기 준수라는 K-방산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것이다.

KF-21 사업비 18조 원 돌파는 대한민국이 자주국방의 길에서 마주한 가장 비싼 '수업료'. 기술적 승리에 취해 경제적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군과 정부, 업계가 합심해 '가성비 K-방산'의 명성을 '경제적 지속 가능성'으로 증명해 보여야 할 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