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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학계도 ‘트럼프 리스크’…경영학회 美 개최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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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학계도 ‘트럼프 리스크’…경영학회 美 개최 취소

태미 매드슨 미국경영학회 회장. 사진=산타클라라대이미지 확대보기
태미 매드슨 미국경영학회 회장. 사진=산타클라라대

세계 최대 경영대학 학술단체가 미국에서 열 예정이던 연례 학회를 취소하고 유럽으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비자 문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한 해외 참가자들의 미국 기피 현상이 학계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경영대학 학술 네트워크인 미국경영학회가 내년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연례 학회를 오스트리아 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경영학회는 이어지는 연례 학회도 미국 밖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2028년은 캐나다 토론토, 2029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2030년은 영국 런던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경영학회는 “전 세계 회원들의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학회를 순환 개최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확대 적용한 것”이라며 “회원들이 연결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 비자 거부·입국 지연에 참가 포기 확산


이번 결정에는 미국 비자 발급 불확실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FT에 따르면 복수의 관계자들은 오는 8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2026년 학회와 관련해 일부 해외 참가자들이 비자 발급 거부나 처리 지연을 겪었고, 다른 참가자들 역시 현재 미국 정치 상황 때문에 방문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필라델피아 학회 사전 등록자 수 역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학회에는 역대 최대인 1만4000명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그 절반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경영학회 회장인 태미 매드슨 산타클라라대 교수는 “논문 제출 데이터와 특정 국가의 비자 대기 기간, 코펜하겐 학회의 기록적 성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럽 개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몰 코펜하겐경영대학원 교수는 “일부 학자들은 미국 방문 자체를 원하지 않고, 또 다른 이들은 입국이 거부될까 우려한다”며 “결국 참가자 수 감소를 우려한 재정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국, 더 이상 안전한 학회 개최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입국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버밍엄경영대학원의 스테퍼니 데커 교수는 “현재 미국 상황을 보면 개인적으로도 매우 고통스럽다”며 “캐나다 학자들 가운데는 미국의 대캐나다 강경 태도 때문에 더 이상 미국 학회에 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존 브리스코 노던일리노이대 교수도 “미국의 국가 이미지와 자의적인 법 집행, 특히 이민법 적용 방식은 최근 몇 달 동안 해외 학자들을 환영하는 분위기와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국민과 국가의 안전”이라며 “미국 입국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토 슐리히경영대학원의 맥심 보로노프 교수는 최근 학술 글에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권위주의적 분위기 강화로 미국은 점점 더 안전하지 않고 접근하기 어려운 학회 개최지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면역 취약자, 성소수자, 임신부,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 반트럼프 성향을 드러낸 연구자들이 사실상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