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동중국해 거쳐 남중국해 기지화까지 '3단계 해양 영토 잠식' 가속
미국의 중동·남미 전력 분산 틈탄 도발… 해운 운임 및 방산·위성 시장 흔들 변수로
미국의 중동·남미 전력 분산 틈탄 도발… 해운 운임 및 방산·위성 시장 흔들 변수로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이 정규 군사력 대신 정부 직속 어선단과 해안경비대를 전면에 내세워 주변국 해역의 지배권을 잠식하는 '회색지대 전술'을 가속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지리공간 분석 기업 인제니스페이스(ingeniSPACE)의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추적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 정부 직속 어선단 약 200척이 미 해군 핵심 기지가 위치한 일본 사세보 서쪽 240km 해역까지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군사적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해역 장역을 노리는 베이징의 무력시위가 한반도와 일본 열도 턱밑까지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해양 팽창 정책이 비군사 선박의 무기화, 주변국 전초기지 구축, 그리고 미국의 군사력 분산 공백기를 노린 전략적 결합이라고 진단한다.
서해, 구조물 기습 배치로 '기초 지배권' 선점(1단계)
서해의 수온 환경상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연어 양식용 가두리 배치는 단순한 어로 활동을 넘어, 해당 해역의 상시 체류 명분을 확보하고 해양 데이터를 축적해 자국 영해로서의 권리를 기득권화하려는 치밀한 포석이다.
동중국해, 600척 '어선 장벽' 동원한 '항로 압박’(2단계)
기초 지배권을 확보한 중국의 전술은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함대를 동원한 실질적 항로 압박으로 진화한다. 스타보드 해양정보(Starboard Maritime Intelligence)의 선박 추적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4월 3일 중국 어선 600여 척이 최소 18시간 동안 일렬로 늘어서서 거대한 해상 장벽을 구축했다.
이러한 기습적 집결은 지난 12월과 1월, 3월에도 유사한 대형으로 반복 포착됐다. 인제니스페이스는 중국이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문턱 아래에서 정규 상선들의 항로 우회를 유도하고 주변국 유통망을 은밀히 위협하는 무력시위를 전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중국해, 27개 전초기지 완성… 해상 '완전 통제' 시도(3단계)
특히 베트남 인근 파라셀 제도의 앤텔로프 암초에서는 준설선을 동원해 거의 10년 만에 인공섬 건설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스탠포드 대학교 해양 투명성 프로젝트 시라이트(SeaLight)의 레이 파월 소장은 "중국이 산호초 주변에 준군사적 방벽을 구축해 베트남 선박의 접근을 차단했다"라며 "이는 파라셀 군도에 20개, 스프래틀리 군도에 7개의 전초기지를 확보해 남중국해 전체를 자국 영해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원유·반도체 수출길 직격… 투자자가 주목할 '시장 반응 변수’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해상 항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 부산항을 출발해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을 거쳐 중동·유럽으로 향하는 항로의 긴장 고조는 치명적이다. 특히 원유·LNG 등 핵심 에너지 수입 경로이자 반도체 수출 물동량의 대동맥인 동중국해의 병목 현상은 한국 경제의 직접적인 공급망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동중국해와 황해의 긴장 고조는 국적 선사들의 운항 리스크를 높여 해상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과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라며 "정부 차원의 항로 안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는
외교안보와 시장의 변화 속에서 앞으로 한국 경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투자자와 업계가 예리하게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동중국해 내 해상 민병대 집결 빈도 및 규모 변화 여부다. 600여 척에 달하는 대규모 선박 집결 현상이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되는 등 도발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단순 어로 행위를 넘어 수십 년간 축적된 군사적 압박의 연장선이며, 상선 운항을 실질적으로 위협해 동중국해 물류망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적 함대 과시다.
둘째, 서해 공유 해역 내 중국 측 추가 구조물 설치 여부다. 서해 공유 해역에 설치된 10여 개의 데이터 수집 부표에 더해 연어 양식용 가두리가 추가로 기습 배치되며 실효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군사적 충돌 문턱 아래에서 해양 데이터를 선점하고 자국 영해 권리를 기득권화하려는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술이다.
셋째, 한·미·일 해상 연합 순찰 및 해양 감시 데이터 공유 체계 구체화다. 미 해군 사세보 기지 인근까지 진출한 중국의 해양 팽창에 대응해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가 시급해졌다. 위성 정보와 선박 추적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고, 촘촘한 해상 연합 순찰 체계를 구체화해야만 우리 해상 경제 생명선을 방어할 수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한국 담당 책임자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종국에는 모두가 자신들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지배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시선이 중동과 남미로 분산된 정세를 중국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만큼, 보이지 않는 함대가 넓히는 회색지대에 맞서 정부와 기업의 기민한 입체적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