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수익률 30년 만에 최고치 경신, 미·일 금리 차 축소로 자본 본국 회귀 가속
30년물 미 국채 2007년 이후 처음 5% 돌파… 미 재무부 자금 조달 비용 압박 '가중'
30년물 미 국채 2007년 이후 처음 5% 돌파… 미 재무부 자금 조달 비용 압박 '가중'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일본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미 국채 매입 기조를 사실상 접고 자국 시장으로 돈을 빨아들이는 '자본 본국 회귀(Repatriation)' 흐름을 본격화하면서,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글로벌 채권시장에 또 하나의 구조적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17일(현지시각) 이 같은 흐름을 상세히 보도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현재 미 국채를 약 1조 달러(약 1504조 원) 보유한 미국 최대 해외 채권국이다.
그러나 일본은행(BOJ)이 2024년 이후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을 목전에 두고 있는 데다, 일본 국채(JGB) 수익률이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내 채권이 미 국채보다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30년 만에 뒤집힌 금리 방정식… 日 자금, 고국으로 유턴
수십 년간 일본 국채는 사실상 '이자 없는 채권'이었다.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을 잡겠다며 초저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집하는 동안, 일본의 생명보험사·연기금·은행은 눈을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 자금이 향한 곳이 바로 미 국채였다.
하지만 그 방정식이 뒤집혔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해 5월 기준 2.5%대를 웃돌며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30년물은 3%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반면, 환헤지 비용을 감안한 미 국채의 실질 수익률은 일본 국내 채권에 비해 더 이상 우위에 있지 않다.
TD이코노믹스는 "일본 국내 시장에서 약 2.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데 반해, 환헤지를 완전히 적용한 미 국채 투자의 실질 수익률은 1.3%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자금 이동은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 3월 일본 국채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루베이(BlueBay)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다우딩(Mark Dowding)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새로 투입되는 자금은 더 이상 해외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 회사채나 미 국채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국내 자산 배분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속한 블루베이는 올 3월 처음으로 일본 채권 펀드를 출시하며 이 흐름에 직접 올라탔다.
투자자들은 다음 달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현 0.75%에서 1.0%로 추가 인상할 것으로 광범위하게 예상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러퍼(Ruffer)의 펀드매니저 매트 스미스(Matt Smith)는 FT에 "장기 국내 수익률이 오르면서 압박이 축적되고 있다"며 "일본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이제 '자금을 본국으로 가져오라'는 제도적 신호가 켜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엔화 강세는 천천히 오다가 갑자기 급격히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크로 분석기관 맥쿼리(Macquarie)의 분석가들도 "JGB 수익률이 충분히 오른다면, 미국으로 자본을 수출하던 구조가 미국에서 자본을 되가져오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일본 재무성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들어 해외 증권 순매도 규모가 4조 엔(약 37조 원)에 달했으며, 최근 3개월간의 미 국채 매도 규모는 4조 6700억 엔(약 44조 1987억 원)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이 소리치고 있다'… 미 재무부 자금 조달 위기 가시화
일본발 매도 압력은 이미 취약해진 미 국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형국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주 연속실시한 채권 입찰에서 저조한 수요에 직면한 끝에, 30년물 국채 250억 달러(약 37조 5950억 원)어치를 5% 금리에 판매했다.
30년물 미 국채가 5% 금리로 발행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불과 2월 중순, 미·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개시 직전에는 30년물 입찰에서 역대 최고 수요가 나타났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불안감은 더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올 3월 2년물, 5년물, 7년물 국채 입찰도 모두 수요 부진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 낙찰됐다. 여기에 회사채의 대거 발행이 미 국채와 투자자 자금을 두고 경쟁하면서 금리를 추가로 밀어 올리는 구조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이자 비용을 끌어올리는 직격탄이 된다. 현재 연방정부의 이자 지출은 연간 약 1조 달러(약 1502조 원)에 달하며, 이는 재정 적자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미 재무부는 최근 올 2분기 차입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자산운용사 시버트파이낸셜(Siebert Financial)의 CIO 마크 말렉(Mark Malek)은 최근 '채권시장이 소리치고 있다(The bond market is shouting)'는 제목의 분석 글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4년 중반 이후 기준금리를 175bp 인하했음에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고작 35bp 하락하는 데 그쳤고, 30년물은 오히려 5%에 닿았다고 지적했다.
말렉은 "이런 괴리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1990년 이후 연준 정책과 장기 금리의 관계를 추적해온 분석가들은 이를 전례 없는 현상으로 본다. 채권시장은 고장 난 게 아니라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전환의 시작… 글로벌 금리 환경 재편 불가피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이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구조 변화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월간 JGB 매입 규모를 2024년 8월 5조 7000억 엔에서 올 1분기 2조 9000억 엔으로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수십 년간 글로벌 금리를 끌어내리는 '닻(anchor)' 역할을 해왔던 일본발 유동성이 빠르게 수축하고 있다.
연준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금리 인하로 예상되지만, 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가속으로 그 시기가 2027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일 금리 차는 2025년 초 525bp에서 현재 300bp대로 급격히 좁혀졌으며,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TD이코노믹스는 "조정이 질서 있게 진행되는 한 장기 금리에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상승 압박을 가하는 데 그치겠지만, 환율 급변이나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 미 국채 수요가 더 급격히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발 자본 귀환이 급격히 진행될 경우, 미 재무부는 기존 투자자 이탈을 메우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고, 이는 미국의 차입 비용과 재정 부담을 동시에 키우는 연쇄 반응으로 이어진다.
수십 년간 전 세계 금리를 조용히 눌러온 일본이 역할을 내려놓는 과정은 단발성 충격이 아니라, 채권·주식·통화 시장 전반에 걸친 장기적인 재평가 국면을 예고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