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중동 전쟁 여파에 화폐 가치 급락… 미 연금 인상률 4.2% 상향 전망
배당성장·단기채·달러자산 ‘실전 분배율’ 제시… 국산 물가 방어주로 대안 넓혀야
배당성장·단기채·달러자산 ‘실전 분배율’ 제시… 국산 물가 방어주로 대안 넓혀야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Barron’s)는 최근 보도에서 고유가 흐름과 중동 분쟁 여파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8%에 도달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과 물류 대란 탓에 토마토와 커피 원두 가격까지 전년 대비 폭등하면서, 고정된 연금이나 자산으로 살아가는 은퇴자들의 일상 생활비 부담은 한층 무거워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자, 미 사회보장국(SSA)이 오는 10월 발표할 2027년 사회보장연금 생활비 조정률(COLA) 전망치도 기존 1.2%에서 4.2%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대한민국 국민연금 역시 법적으로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올리지만, 세금과 건강보험료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은퇴자가 체감하는 실질 소득 보전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연금 인상분만으로는 식료품, 의료비, 유가 상승 폭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현금 중심의 자산 구조를 탈피해 물가 상승기에 비용을 외부로 넘기는 '가격 전가력' 중심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하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은퇴 자산의 실질 가치를 지키기 위한 핵심 자산 설계 전략을 분석했다.
가격 전가력 높은 배당 성장주와 리츠, 인플레이션을 비용으로 넘기다
미국 자산운용사 웨스코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리의 마크 맥카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배당 수익률 2.7%를 기록하며 올해 7%의 총수익률을 올린 유틸리티 상장지수펀드(ETF)와 배당 수익률 3.8%의 글로벌 부동산 ETF를 유망 자산으로 꼽았다.
물가 상승에 맞춰 임대료와 이용 요금을 구조적으로 올릴 수 있어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맥쿼리인프라나 타이거(TIGER) 리츠 ETF 등이 직관적인 대안이 된다. 다만 유틸리티와 리츠는 금리가 추가로 오를 때 자산 가치 할인율이 상승해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개별 주식 중에서는 풍부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꾸준히 늘리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자산관리회사 캡웰의 팀 파글리아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CVS헬스와 탄탄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헬스케어 업체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추천했다. 두 종목의 배당 수익률은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단순 수치만 보면 3.8%인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 보인다. 하지만 파글리아라 CIO는 "자체 현금으로 배당을 지속해서 올리는 기업은 '배당금 증가분과 주가 상승분'을 합산한 총수익 관점에서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무난히 웃돌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고정된 고배당률보다 '배당 성장률이 물가를 이기느냐'가 핵심이다.
금리 변동성 방어하는 단기 채권, 연 4.3% 수익률로 현금 가치 보존
채권은 은퇴자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이지만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발행된 채권 가격이 떨어져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4.0%에서 연 4.5%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0%로 상승했다.
재무 상담 플랫폼 웰스램프의 팜 크루거 최고경영자(CEO)는 "장기 채권은 높은 이자 수익을 주지만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흔들림이 심하다"며 은퇴자들이 만기가 긴 채권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채권 투자 전문가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맥카론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연 3.5% 안팎인 물가 상승 속도를 고려하면 현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만으로는 자산 가치를 지킬 수 없다"며 연 4.3% 수준의 수익률을 내는 뱅가드 단기 우량 채권 미 상호펀드를 대안으로 꼽았다.
이는 미국 CPI(3.8%) 대비 실질적으로 약 +0.5%포인트의 추가 수익을 확보해 현금 가치를 방어하는 효과를 낸다. 단, 단기 채권은 만기가 돌아왔을 때 시장 금리가 내려가 있으면 이전보다 낮은 금리로 재투자해야 하는 '재투자 리스크'가 존재한다. 소득세율이 높은 고소득 은퇴자라면 연 2.6% 수준의 세금 면제 혜택이 있는 단기 지방채 ETF나 국내 기준 달러 MMF 및 미국 단기채 ETF를 활용해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실전 대안이다.
원금 보장과 물가 연동의 결합, 연 4.26% ‘I-Bond’와 달러 자산
인플레이션 방어의 대명사로 꼽히는 물가연동국채(TIPS)는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을 때 물가연동국채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미래의 물가 상승 실적을 반영하지만, 당장 급등하는 시장 금리에 따라 채권 본래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동성을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시리즈 I 저축국채(I-Bond)'가 부각되고 있다. I-Bond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변동에 따라 6개월마다 이자율이 바뀐다. 현재 책정된 이자율은 연 4.26%로, 올해 10월까지 유지된다. I-Bond는 만기나 중도 해지 시점에 이자를 한꺼번에 수령하므로 중도 해지 시 일부 이자 손실이 발생하는 유동성 제약이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I-Bond가 미국 시민권자나 거주자 위주로 매입이 제한되어 한국 영주권이 없는 국내 개인 투자자는 직접 투자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 은퇴 개미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국물가연동채 ETF나 달러 환노출형 단기 국채 ETF를 매입함으로써 미 고물가 기조에 따른 '달러화 가치 상승(환차익)'을 동시에 누리는 방향으로 대안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완충 요인과 리스크
다만 이러한 고물가 기조 속에서도 미국 노동시장의 온기가 완만하게 식어 가고 있다는 점은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폭주를 막을 완충 요인이다. 한국은행 역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등 국내 물가 파급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어, 극단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통제 범위 내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자들의 인플레이션 방어 핵심 체크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 추이 및 페드워치 금리 인상 확률 변화: 시장이 예측하는 연내 금리 인상 확률이 30%를 웃돌 경우 채권 만기를 단기화하여 평가손실 위험을 차단하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금리가 오를 때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가격 하락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방어력이 높은 단기 자산으로 대피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둘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내 코어(근원) 물가 기조성 확인이다. 에너지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가격 전가력이 높은 유틸리티 섹터와 글로벌 리츠 자산의 비중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근원 물가가 고착화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된다는 신호이므로, 비용 상승을 고스란히 제품 및 서비스 가격에 반영해 살아남을 수 있는 전가력 중심의 주식 비중을 높여두어야 자산 훼손을 막는다.
셋째, 보유 기업의 잉여현금흐름(FCF) 대비 배당성장률 추적이다. 자본조달 비용이 급등하는 시기이므로, 외부 차입 없이 자체 벌어들인 현금만으로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는지 매 분기 확인해야 한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빚을 내어 배당을 주는 기업의 파산 위험이 커지므로, 기업이 장부에 쥐고 있는 순수 현금 흐름이 매년 늘어나는지 확인하는 것만이 은퇴자의 안전한 현금 흐름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고물가 시대 은퇴자 실전 포트폴리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자산가치 잠식을 막기 위한 실전 포트폴리오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범위는 다음과 같다. 전체 자산 중 '배당성장주 및 글로벌 리츠'에 40~50%를 배치하여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자산 증식을 도모하고, 금리 변동 위험을 방어하는 '단기 채권 및 MMF'에 30~40%를 분하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자산의 10~20%는 '물가연동채 및 달러 환노출 자산'에 분산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쇼크에 따른 환차익 방어막을 쳐두는 것이 가장 균형 잡힌 실전 설계다.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케빈 워시를 향한 백악관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으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채권 시장 참여자들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31% 수준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물가 통제가 불확실한 국면에서 은퇴 자산 관리의 성패는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자녀 세대의 절약 방식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율을 웃도는 이익 전환 능력을 갖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조화하는 대응력에 달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