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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시간은 98일뿐”… 글로벌 석유 재고, 호르무즈 봉쇄에 ‘마지노선’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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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시간은 98일뿐”… 글로벌 석유 재고, 호르무즈 봉쇄에 ‘마지노선’ 붕괴 위기

골드만삭스 경고… 5월 말 세계 원유 재고 ‘100일치 수요’ 미만으로 고갈 전망
해협 제한 개방에도 하루 1000만 배럴 손실 지속… 위성 포착 가시 재고는 사상 최저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고공행진 속 인도 등 54개국 ‘재택근무·해외여행 자제’ 비상
대한민국 대산 석유화학 단지의 석유 저장 탱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대산 석유화학 단지의 석유 저장 탱크. 사진=로이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가 비축해 둔 원유 재고가 이번 달을 기점으로 ‘100일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이 나왔다.

최근 해협의 빗장이 일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급량이 전 세계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제 유가가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일촉즉방의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도쿄 에너지 업계와 글로벌 투자은행(IB) 뉴스를 종합하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상업 재고와 각국 정부의 전략적 비축유(SPR)를 합산한 글로벌 석유 재고가 지난 4월 말 101일치에서 5월 말 기준 98일치 수요 분량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위성 가시 재고 ‘사상 최저’… IEA 마지노선 90일 턱밑까지 추락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치사슬을 흔들고 있는 이번 원유 재고 감소 속도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골드만삭스는 5월 한 달간 전 세계 원유 재고 감소 폭이 하루 평균 870만 배럴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위성 데이터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가시 재고’는 5월 말 기준 73일치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관련 위성 통계가 공개된 2018년 이후 가장 낮았던 2025년의 74일 기록을 깨뜨린 사상 최저치다.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회원국들이 보유한 비가시적 재고(미포착 재고) 25일치를 더해야 겨우 총량 98일이 완성된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회원국들에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국가 비상 마지노선인 ‘90일 의무 비축량’ 턱밑까지 차오른 수준이다.

문제는 외교적 타결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당장 정상화되더라도 물류 공급망이 회복되기까지 최소 몇 주의 시간이 걸려 6월 말에는 재고가 더 바닥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과 이란과의 휴전 협정 분위기로 해협 전면 개방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실제로는 매일 단 몇 척의 유조선만 수로를 통과하고 있어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결손이 고스란히 누적되고 있다.

“비축유 방출로 시간 벌었지만 한계”… 굳어지는 유가 100달러 선

국제 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9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9달러를 돌파하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유가 폭등을 막기 위해 IEA가 3월 11일부터 긴급 비축유 방출을 시작하면서 현재는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 수치상으로 남아있는 비축유마저도 100%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켄 코야마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IEEI) 선임연구원은 “국제 석유 시장이 비축유를 급격히 헐어 쓰며 간신히 시간 벌기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임시방편이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오랜 기간 탱크에 갇혀 있던 비축유의 경우 품질 악화로 실제 정제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며, 탱크 바닥에 남은 잔여 원유는 물리적 압력 제약 때문에 전량 추출해 발사하기 어렵다는 공학적 리스크도 상존한다.

아시아 중심 54개국 ‘강제 절전·해외여행 자제’령… 일본은 보조금 딜레마


원유 공급 회복이 지연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안보는 이제 ‘공급 확대’가 아닌 치욕적인 ‘수요 억제’ 단계로 진입했다.

IEA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4개 국가 및 지역 정부가 긴급 에너지 절약 조치를 공표하고 발효했다.

특히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비상 드라이브가 거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가 원유 절약을 위해 기업들의 재택근무를 우선시하고, 국민들에게 향후 1년간 불필요한 해외여행을 전면 자제해 달라고 극단적인 호소에 나섰을 정도다.

반면, 마찬가지로 중동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일본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수요 자제나 전 국민적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발령하지 않아 비판에 직면했다.

일본연구원의 유키 츠가노 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의 균형을 위해서도 일본 역시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부가 시장 가격을 왜곡하며 수요를 외려 부추기고 있는 현재의 석유·에너지 보조금을 즉각 중단한 후에야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절약 협조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의 엇박자 정책을 꼬집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