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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올해만 33% 폭락… AI·반도체로 자금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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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올해만 33% 폭락… AI·반도체로 자금 대이동

기관 자금 5조 3785억 원 탈출·스테이블코인 급부상… '디지털 금'의 왕좌 흔들린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등 메가급 이슈와 AI 슈퍼사이클이 암호화폐 패권 재편 가속
비트코인이 올해 33% 넘게 무너지며 10년 만에 최악의 연간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비트코인이 올해 33% 넘게 무너지며 10년 만에 최악의 연간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때 12만 5000달러(약 1억 9487만 원)를 넘어섰던 비트코인이 올해 33% 넘게 무너지며 10년 만에 최악의 연간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각 )인공지능(AI) 빅테크와 반도체 종목으로 기관 자금이 빠르게 옮겨가고, 스테이블코인의 급부상까지 겹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ETF 자금 11일 연속 탈출… 2024년 출시 이후 최대 규모


비트코인 가격은 이번 주 들어서만 15%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FTX가 붕괴했던 2022년 11월 이후 주간 하락폭으로는 가장 큰 수치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LSEG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3분의 1 가까이 가치를 잃으며 최소 2015년 이후 같은 시점 기준으로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이탈은 수치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이어졌으며, 총 유출액은 약 34억 5000만 달러(약 5조 3785억 원)에 달했다. 이는 해당 상품이 2024년 1월 출시된 이후 최장·최대 규모의 연속 유출 기록이다.

LSEG 데이터를 보면, 올해 들어 비트코인 ETF에서 빠져나간 순유출 누계는 31억 달러(약 4조 8329억 원)를 웃돈다. 이와 동시에 비트코인 최대 법인 보유자인 스트래티지(Strategy)의 마이클 세일러 회장이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비트코인 32개를 매각했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시장 심리를 추가로 압박했다.

반면 같은 기간 AI·반도체 자금 유입은 정반대 그래프를 그렸다. 밴에크 반도체 ETF, 라운드힐 메모리 ETF, 스테이트스트리트 SPDR S&P 반도체 ETF, 아이쉐어스 반도체 ETF 등 4대 반도체 ETF에는 6월 첫 주에만 30억 달러(약 4조 6770억 원) 이상이 몰렸고, 올해 누계로는 210억 달러(약 32조 7390억 원)에 달한다.

'탈동조화' 가속… 반도체주 170% 오를 때 비트코인은 40% 빠져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채권 부문)는 자사 블로그에 "이번 사태는 한때 각광 받던 자산이 갑자기 유행에서 밀려날 때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썼다.

수익률 격차가 자금 이동의 방향을 설명한다. 지난 1년간 미국 반도체 주식은 170% 뛴 반면,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40% 떨어졌다. AI 붐으로 빅테크 데이터센터 투자, 반도체·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고수익 성장주로 이동했고, 비트코인은 그 반사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구조다.

상관관계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 이전까지 비트코인과 S&P500 지수 사이에는 뚜렷한 연동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6년 사이 두 자산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졌고, 최근에는 오히려 깊은 역방향 관계로 뒤집혔다.

AI 주도의 주식 강세장이 이어지는 동안 비트코인만 홀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 지표도 변했다.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비트(Deribit)의 비트코인 옵션 내재변동성 지수(DVOL)는 최근 31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다.

2021년 지수 도입 이후 지난해 초까지 50선을 좀처럼 밑돌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기관화가 진행될수록 비트코인 고유의 매력이었던 높은 변동성과 비상관성이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급부상, 비트코인 시장점유율 잠식


암호화폐 시장 내 경쟁 구도도 달라졌다. 비트코인의 전체 암호화폐 시장점유율은 1년 전 63%에서 현재 56%로 낮아졌다. 반면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시킨 스테이블코인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7%에서 1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암호화폐 데이터 업체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의 일간 거래량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합친 것보다 많다. 2위 스테이블코인인 USDC 거래량은 그 다음 10개 코인의 거래량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와 같은 대형 이벤트도 비트코인에서 자금을 빨아들이는 구조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AI 열풍 초기였던 2022년 말 챗GPT 등장 직후에는 '테크 기대감'의 수혜를 비트코인도 누렸지만, 지금은 그 자금이 AI 인프라와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로 흡수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비트코인이 단기 핵심 지지선으로 꼽히는 6만 달러선을 지켜내느냐가 다음 변수라는 시각이 많다. 기관화와 ETF 정착이 비트코인을 전통 금융시장에 편입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거시경제·유동성 사이클에 더 취약해졌다는 점이 역설로 남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