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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일자리 빼앗는다는 '공포'는 틀렸다… 제조 현장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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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일자리 빼앗는다는 '공포'는 틀렸다… 제조 현장의 진실

전 세계 로봇 설치 10년 만에 두 배, 숙련 인력 수요는 오히려 늘어
제조 데이터의 70% 아직 수작업 수집… 자율 로봇 전환엔 '사람'이 열쇠
아바타 로봇으로 장애인을 생산 현장에 복귀시킨 파나소닉 실험이 던진 질문
제조 현장에서 로봇과 인간이 데이터와 기술을 공유하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공존하는 미래의 모습을 이미자화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제조 현장에서 로봇과 인간이 데이터와 기술을 공유하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공존하는 미래의 모습을 이미자화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로봇이 공장 노동자를 밀어낸다는 공포가 제조업계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지만, 현장의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 흐름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 로봇 전문매체 로보틱스비즈니스리뷰(Robotics Business Review)는 지난 6일(현지시각) 로봇 도입이 가속화 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생산 현장에 필요해진다는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맡는 동안 전략적 판단과 숙련된 감독 역할을 담당할 인재에 대한 수요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설치 대수 두 배 늘어도… 로봇이 채울 수 없는 빈자리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54만 2000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를 웃돈다.

세계 평균 로봇 밀도도 2023년 기준 근로자 1만 명당 162대로 7년 전(74대)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한국은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가 곧 '사람 없는 공장'으로의 이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계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로봇을 도입하는 이유로 '생산성 향상'보다 '품질 개선'을 꼽는다는 점에서도 이미 변화는 감지된다.

더 근본적인 장벽은 데이터 기반 시설의 부재다. 전 세계 제조업체의 70%가 여전히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수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제조 현장의 인력 부족이 전 세계적으로 약 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로봇은 사람을 밀어내는 존재가 아닌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기술적 한계도 뚜렷하다. 로봇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왜 그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를 이해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십 년에 걸쳐 몸에 밴 숙련공의 감각적 판단—재료 상태의 미묘한 변화를 손끝으로 느끼는 능력, 기계 소음만으로 이상을 감지하는 경험—은 현재의 인공지능(AI) 기술로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 '지식 격차'야말로 완전 자율 로봇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장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나소닉의 실험이 보여준 다른 가능성


일본에서는 로봇과 인간의 협업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실험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오리랩(OryLab)이 개발한 아바타 로봇 '오리히메-D(OriHime-D)'는 중증 장애인이 원격으로 신체를 요하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파나소닉은 이 로봇을 활용한 시범 사업을 진행했으며, 참여자의 94%가 신체장애가 있는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에 더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 로봇이 물리적 장벽을 허물어 기존 노동시장 밖에 머물던 사람들을 생산 현장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오리랩의 기술은 외식 체인 원투원홀딩스(one to ONE Holdings)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이 카페 서빙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돈(Dawn) 카페' 운영 방식을 제조업 전반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원격 조종 로봇 시스템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현장 직원과 원격 운영자 모두가 새로운 협업 방식과 의사소통 흐름을 익히는 훈련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로봇 시대, 제조 인력의 재편 방향


로봇 도입이 가속화 할수록 제조 현장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달라진다. 단순 조립·운반 작업은 기계가 맡되, 전략적 사고·문제 해결·공정 설계·AI 시스템 감독 역할은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데이터 과학자적 사고방식을 갖춘 엔지니어, AI 도구 활용에 능숙한 현장 관리자, 공급망 파트너와 소통하는 협상가 등 기존에 없던 직종이 생산 현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조립 공정을 예로 들면, 특정 초소형 부품의 결합은 여전히 사람 손의 정교함이 필요하다. 로봇이 복잡한 조립 공정을 익히려면 수년간 숙련 인력의 밀착 지도가 선행돼야 한다. 이 과정 자체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현재 인형형 로봇은 생산 사이클 시간이 느리고 반복 정밀도도 낮으며, 위험 환경 인증과 생산 현장 가동률 실적도 산업용 로봇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완전 자율화를 향한 여정에서 인간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 로봇 도입 체계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산성 목표를 앞세운 채 안전 기준을 후순위로 미루면 노동법 위반과 평판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로봇 시대의 인력 재훈련 프로그램은 이 원칙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제조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