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의 독자 물류망 구축, 글로벌 공급망 위기 극복의 새 모델로 주목
자동차 업계 ‘배송 경쟁’ 패러다임 바꾼다
자동차 업계 ‘배송 경쟁’ 패러다임 바꾼다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물류 병목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EV) 거인 BYD가 직접 건조한 대형 카캐리어(자동차 운반선)를 투입해 물류 장벽을 허물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해상 물류 내재화는 기존의 3자 물류 의존 시스템을 뒤흔드는 파격적인 행보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밀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블로그(Autoblog) 보도에 따르면, BYD가 자체 소유한 전용 카캐리어 ‘BYD 정저우(Zhengzhou)’호가 최근 호주 멜버른항에 입항해 전기차 5000여 대를 성공적으로 하역했다.
‘해상 물류 내재화’가 바꾼 시장의 판도
BYD는 현재 총 8척의 전용 운반선으로 구성된 ‘BYD 함대’를 운영하며 글로벌 수출 전선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번 호주 수출은 그 첫 대규모 성과물이다. 이번에 하역된 차량은 ‘실리온 7’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덴자 D9’ 미니밴 등 전략 차종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공급망 관리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대응이라고 평가한다.
포드(Ford) 등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수급 문제와 물류 효율성 저하로 전기차 생산목표 시점을 2029년까지 미루는 등 고전하는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물류 업계 관계자는 “BYD는 원자재 채굴부터 배터리 조립, 그리고 완성차의 최종 해상 운송까지 모든 과정을 수직 계열화했다”며 “글로벌 해상 운송 용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도 자체 선박을 통해 수출 물량을 제때 확보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YD는 이번 호주 입항을 기점으로 향후 2개월 내에 추가로 3만 대의 전기차를 호주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호주 시장, 글로벌 공급망 시험대로
호주는 자동차 제조 기반이 약한 대신, 오른쪽 운전석(RHD) 시장으로서 매우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호주가 BYD의 물류 경쟁력을 입증하는 ‘공급망 테스트베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호주 자동차 시장에서는 도요타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BYD가 물류 효율성을 앞세워 단기간에 차량 공급을 늘리면서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3자 물류 업체에 의존하며 운송 지연을 감수하는 동안, BYD는 자체 선박으로 재고를 적시에 투입하는 ‘물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물류 주도권이 곧 가격 경쟁력이다
이러한 물류 내재화는 단순한 배송 시간 단축을 넘어 가격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가 직접 운송 수단을 통제할 경우 외부 물류업체의 급격한 운임 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요 급증기에 즉각적인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물류 시스템 혁신을 등한시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의 낡은 공급망 관리 규칙에 매몰된 기업들은 물류 병목 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공급 차질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BYD는 선박을 직접 물에 띄우는 방식으로 이 고리를 끊어냈다.
자동차산업 분석가들은 BYD의 이번 성공적인 물류 실험이 향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제는 누가 더 잘 만드느냐의 시대를 지나, 누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외 시장에 완성차를 ‘전달’하느냐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 legacy(전통적) 기업들의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