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2.25%로 올려…전문가들 “에너지 충격 외면 어렵지만 긴축 여력은 제한적”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자 시장의 관심이 추가 인상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유로존 물가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이지만 성장 둔화 우려가 커 긴축 사이클이 길게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11일(이하 현지시각) ECB의 금리 인상 이후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이번 결정이 이미 널리 예상됐던 조치였지만 향후 정책 경로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ECB는 이날 개최한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2.00%에서 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주요재융자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2.40%, 2.65%로 인상했다. ECB의 금리 인상은 지난 2023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에너지발 물가 확산 차단
이번 인상은 이란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비용이 유로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3%를 넘어 ECB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로이터는 “21개국 유로화 사용권의 물가가 목표치를 크게 넘어섰고 성장세는 약해지는 상황에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긴축 필요성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월 도이체방크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정에 대해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인상이 2023년 이후 ECB의 첫 금리 인상일 뿐 아니라 에너지 충격에 대응한 주요 글로벌 중앙은행의 첫 인상이라며 ECB가 에너지발 물가 상승을 단순히 지나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긴축이 오래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물가에는 상방 위험이 있지만 성장에는 하방 위험이 있다며 9월 한 차례 추가 인상 뒤에는 멈출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9월 인상 가능성 주시
시장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리처드 카터 퀼터 체비엇 채권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이 이미 9월 ECB 회의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실제 추가 인상 여부는 중동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크게 달려 있다고 봤다. 분쟁 해결이 늦어질 경우 에너지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더 넓은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터 책임자는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이 ECB를 곧바로 따라갈지도 관심사”라고 봤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산드라 호스필드 인베스텍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결정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ECB가 이미 일정 기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왔고 평소 완화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까지 인상 필요성을 언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핵심은 ECB가 추가 인상에 대해 얼마나 강한 신호를 보낼지라고 봤다. ECB가 단 한 번의 인상으로 장기 물가 압력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번 조치를 단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로·채권·주식시장 반응은 제한적
금융시장 반응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소폭 하락해 1유로당 1.153달러 부근에서 거래됐지만 결정 전 수준과 큰 차이는 없었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단기 유로존 국채 금리는 다소 올랐다.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2.678% 수준에서 2.71% 부근으로 상승했다.
유럽 증시도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범유럽 스톡스600지수는 ECB 결정 전 한때 1% 가까이 올랐지만, 이후 상승폭을 줄여 0.4% 안팎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이번 인상이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당장의 금리 인상보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 새 경제전망, 9월 회의에서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성장 둔화와 물가 고착 사이 딜레마
로이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ECB가 쉽지 않은 균형점에 서 있다는 입장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반대로 금리 인상을 미루면 에너지 가격 충격이 임금과 서비스 물가로 번질 수 있어서다.
안제이 슈체파니악 노무라 유럽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ECB 전망에서 물가가 2028년에야 목표치인 2%로 돌아가는 것으로 제시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근원물가도 예상보다 조금 더 끈질긴 흐름을 보인다며, 이란 전쟁이 기저 물가 압력을 다소 강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키르스티네 쿤뷔닐센 단스케방크 외환·채권 리서치 담당자는 ECB의 새 전망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물가 전망은 예상보다 높게 수정됐고 성장 전망은 생각만큼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ECB 결정은 중동 전쟁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판단을 다시 긴축 쪽으로 돌려세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만큼, 추가 인상은 유가와 중동 정세, 물가 기대심리의 향방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