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녹스 인수 6년 만에 AI 네트워킹 강자로 부상
1분기 매출 21억달러…시스코·아리스타 장악 시장 흔들어
1분기 매출 21억달러…시스코·아리스타 장악 시장 흔들어
이미지 확대보기엔비디아가 6년 전 이스라엘 네트워킹 업체 멜라녹스를 인수한 효과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칭 시장에서도 매출 기준으로 시스코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분석됐다.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칭은 데이터센터 안의 서버·GPU·저장장치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연결해주는 고속 네트워크 장비·기술이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칭 시장에서 시스코를 추월했다는 말은 엔비디아가 단순히 GPU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안의 고속 연결 장비 시장에서도 시스코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미국 금융 전문매체 더스트리트는 엔비디아가 지난 2020년 69억달러(약 10조6000억 원)를 들여 인수한 멜라녹스가 AI 인프라 경쟁 속에서 핵심 자산으로 부상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당시 멜라녹스는 네트워킹 스위치와 어댑터를 만드는 회사였다.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인 GPU와 비교하면 부수적인 인수처럼 보였지만 AI 모델 학습에 수천 개 GPU를 연결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 데이터센터 스위칭 매출 21억달러
시장조사업체 IDC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026년 1분기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7% 증가한 21억 달러(약 3조2000억 원)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21.5%에 달했다.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 이더넷 스위치 시장 전체 규모는 100억 달러(약 15조3000억 원)로 61% 성장했다. 캠퍼스 네트워크까지 포함한 전체 이더넷 스위치 시장은 154억 달러(약 23조6000억 원)로 약 40% 확대됐다.
엔비디아가 시스코를 앞선 것은 단순한 점유율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스코는 오랫동안 이더넷 스위칭 시장을 사실상 개척하고 지배해온 기업이다. 아리스타네트웍스도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분야에서 강자로 꼽혀왔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시장의 중심이 전통적인 기업 네트워크에서 GPU 클러스터 연결로 이동하면서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 AI 시대엔 GPU만큼 네트워크도 중요
AI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수천 개, 많게는 수만 개의 GPU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병목이 생기면 아무리 비싼 GPU를 많이 확보해도 전체 성능이 떨어진다. GPU 사이의 통신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장비가 AI 인프라의 핵심 구성요소가 된 이유다.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은 ‘스펙트럼-X’다. 일반 이더넷은 대규모 AI 학습 클러스터의 데이터 이동량을 감당하도록 설계된 기술이 아니다. 기존에는 고성능 네트워크 기술인 인피니밴드가 대안으로 쓰였지만 비용이 높고 엔비디아 생태계에 더 강하게 묶이는 측면이 있었다.
스펙트럼-X는 그 중간 지대를 노린다. 엔비디아는 스위치와 블루필드 데이터처리장치(DPU), 맞춤형 케이블을 결합해 인피니밴드에 가까운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기업들이 익숙한 이더넷 기반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AI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속도와 비용, 운용 편의성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선택지가 되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클라우드, 코어위브, 구글클라우드, 메타플랫폼스 등이 스펙트럼-X 플랫폼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 네트워킹 매출, 한 분기 11조 아닌 17조원 규모
스위칭은 엔비디아 네트워킹 사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엔비디아는 NV링크와 인피니밴드, 이더넷 스위칭을 포함한 네트워킹 사업을 별도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엔비디아 네트워킹 부문 매출은 최근 회계분기 110억 달러(약 16조9000억 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한 수치다. 연간 매출은 310억 달러(약 47조5000억 원)로, 2021회계연도 이후 10배 이상 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이제 세계 최대 네트워킹 회사”라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를 GPU 기업으로만 보던 시장 인식과는 크게 달라진 발언이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네트워킹 사업은 여전히 블랙웰 GPU 판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더스트리트는 “엔비디아의 원래 주력 사업이던 게임 부문보다 네트워킹 사업이 훨씬 커졌지만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GPU 출하와 AI 칩 수요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 시스코·아리스타엔 구조적 부담
다만 시스코와 아리스타가 곧바로 시장에서 밀려난다는 뜻은 아니다. 두 회사는 기업용 캠퍼스 네트워크와 지사 네트워크 등 AI 클러스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 여전히 강한 기반을 갖고 있다. 해당 시장도 같은 분기 12.3% 성장했다.
그러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킹이다. 이 영역에서는 엔비디아가 GPU와 네트워크를 하나의 패키지처럼 묶어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고객은 단순히 스위치 성능만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GPU와 네트워크가 함께 최적화된 전체 AI 인프라를 구매한다.
시스코와 아리스타는 스위치 기술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자체 GPU 사업이 없다. AI 클러스터 전체를 설계하고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경쟁할 때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GPU, 네트워킹, 국가 단위 AI 인프라 수요가 동시에 성장축이 되고 있다. GPU 하나의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네트워킹과 AI 인프라 매출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멜라녹스 인수는 당시에는 조용한 부수적 베팅처럼 보였지만, AI 데이터센터 시대에는 GPU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로 평가받고 있다. AI 경쟁이 칩 성능을 넘어 칩들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엔비디아의 네트워킹 사업은 더 이상 부업이 아니라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