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차질로 3개월 새 40% 상승…곡물·육류·채소 가격 압박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서 비료 가격 급등이 식품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비료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농가 생산비가 뛰고 이 부담이 곡물과 육류, 과일·채소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힐은 세계 비료 물량의 약 30%가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지만 이란 전쟁 이후 해당 수로 접근이 사실상 막히면서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P통신도 지난 5월 말 비료 가격이 3개월 동안 40% 뛰었다고 전했다.
◇ 옥수수·밀 생산비에 직격탄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비료는 옥수수 운영비의 33~44%, 밀 운영비의 43~45%를 차지한다. 비료값이 오르면 농민들은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거나 비료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비료 사용을 줄이면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댄 샤이트럼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 농업경영학 교수는 “비료를 쓰는 거의 모든 작물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옥수수와 대두, 밀, 감자, 딸기 등 비료를 사용하는 작물 전반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농민들이 작물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농가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과수원이나 포도밭처럼 이미 나무와 덩굴이 심어진 다년생 작물 재배 농가는 단기간에 재배 면적을 줄이기 어렵다.
◇ 사료값 오르면 육류 가격도 상승
비료값 상승의 영향은 채소와 곡물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옥수수와 대두를 대량 생산하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가축 사료로 쓰인다. 옥수수는 소와 돼지, 닭을 기르는 데 들어가는 핵심 사료 원료다.
비료값이 오르면 옥수수와 대두 생산비가 오르고 이는 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료비가 뛰면 축산 농가의 생산비도 늘어난다. 결국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샤이트럼 교수는 더 비싼 사료는 더 비싼 육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료 가격 상승이 장바구니 전반의 가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 비료값 일부 하락했지만 충격은 남아
비료 가격은 최근 몇 주 동안 다소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란 전쟁이 끝나면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농가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충격은 이미 상당 부분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농민은 이미 파종기를 지나면서 필요한 비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거나 높은 가격에 비료를 구입했다. 여기에 농산물 생산과 운송에 필요한 연료비 부담도 커졌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비료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작물 수확량과 식품 가격, 식량 가용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은 비료만이 아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은 농산물을 농장에서 매장으로 운송하는 비용을 높인다. 수십 년 만의 부진한 밀 작황, 가뭄에 따른 쇠고기 가격 압력, 조직을 파먹는 가축 기생충인 뉴월드스크루웜의 확산 우려, 관세 변동도 식품 물가를 흔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 식품물가 이미 상승세
미국에서는 여러 요인이 겹치며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3년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 올랐다. 과일과 채소 가격은 약 6% 상승했고 토마토 가격은 32% 뛰었다.
비료 가격 상승은 이런 식품 물가 상승세를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변수다. 전쟁과 해상 수송 차질이 완화되더라도 이미 오른 농가 생산비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더힐은 “비료가 일반 소비자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비용 항목이지만 거의 모든 식품 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