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성장 기대 맞물려 ‘바이 유럽’ 거래 복귀…AI주 피로감 속 순환주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증시의 인공지능(AI) 랠리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 주식이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란 전쟁 완화 기대와 유가 하락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지면서 은행, 자동차, 명품 등 유럽 순환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물가 둔화와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유럽 증시를 올해 하반기 유망 지역으로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유럽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잠정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지고 국제유가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 유럽주, 미국주보다 선전
블룸버그에 따르면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이달 들어 약 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이란 전쟁은 유럽 증시 랠리를 꺾은 주요 변수였다. 에너지 가격이 뛰고 물가 압력이 커지면서 유럽 기업의 비용 부담과 소비 둔화 우려가 함께 부각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쟁 재확산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기대가 커지며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줄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도 한 달 사이 거의 30% 하락했다. 원유 가격 하락은 유럽 경제에 특히 중요하다.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 마진과 소비 여력이 개선되고,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 압력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 AI 없는 유럽이 오히려 장점
유럽 증시가 다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시장과의 차별성이다.
미국 증시는 최근 AI 관련 대형 기술주에 지나치게 쏠렸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AI 설비투자 확대와 고평가 부담, 금리 상승 가능성이 겹치며 기술주 랠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졌다.
반대로 유럽은 미국처럼 초대형 AI 기업 비중이 높지 않다. 과거에는 이 점이 약점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기술주 과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장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라파엘 튀앵 티케오 투자전략가는 “바이 유럽 거래의 투자 논리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 투자하는 것은 기술주 위험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며 최근 유럽 비중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순환주를 다시 포트폴리오에 담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바이 유럽’ 거래는 미국 중심의 성장주 투자에서 벗어나 유럽 주식, 특히 저평가된 경기 민감 업종을 사들이는 전략을 뜻한다. 에너지 가격 안정과 성장 회복 기대가 함께 나타날 때 힘을 받는 흐름이다.
◇ 비관론도 여전
다만 유럽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 전반의 공감대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 향후 몇 달 동안 유럽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펀드매니저가 상승을 예상한 쪽보다 순 4%포인트 많았다고 전했다.
유럽 경제가 구조적으로 낮은 성장률과 정치 불확실성, 높은 규제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가가 다시 오르거나 미국과 이란의 장기 평화합의가 흔들리면 유럽 증시의 반등 논리도 약해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경로도 변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48% 수준으로 상승했고 채권시장은 향후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 유럽 반등 지속성 시험대
유럽 증시의 반등은 아직 초기 단계다. 유가 하락과 중동 긴장 완화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장기 평화합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미국 기술주 조정이 깊어질 경우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이 함께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다시 유럽을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는 관측이다. 미국 시장은 AI와 대형 기술주 쏠림이 커졌고 유럽은 에너지 가격 하락과 경기순환주 회복 기대를 동시에 얻고 있어서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낮아질수록 유럽 증시는 미국 기술주 중심 장세의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