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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참패 설욕한다"…日, '피지컬 AI'에 10.5조 엔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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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참패 설욕한다"…日, '피지컬 AI'에 10.5조 엔 베팅

日 정부 2040년까지 현실 세계 제어하는 '피지컬 AI'에 10.5조 엔 투입
"시장은 반도체(토양)를 사고, 국가는 로봇(신체)에 투자한다"… 민관 역할 분담 통한 산업 재건
美(소프트웨어)·中(물량 데이터) 사이 생존 전략… 전문가 "의료·인간 융합(사이보그)이 日 최후의 승부수"
키옥시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키옥시아 로고. 사진=로이터


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7만 엔을 돌파하며 전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에 2040년까지 10조 5,000억 엔(약 92조 원)을 투입한다는 초대형 산업 정책을 발표했다.

과거 가전, PC, 스마트폰 패권 경쟁에서 잇따라 미국과 한국 등에 밀리며 '디지털 패전국'으로 전락했던 일본이, 인공지능(AI)과 로봇 하드웨어가 결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기를 틈타 글로벌 산업의 '설계자(Rule Maker)'로 부활하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가 전부가 아니다"… 민관이 그리는 3층 구조


24일 일본 경제 전문 매체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다나카 미치아키(田中道昭) 일본공업대학 대학원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최근 일본 증시의 폭등과 정부의 피지컬 AI 투자 정책 이면에 숨겨진 치밀한 국가적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다나카 교수는 현재 닛케이 7만 엔 시대를 견인하는 '일본판 M7(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키옥시아, 도쿄일렉트론, 무라타제작소, 어드반테스트, 신에쓰화학, 소프트뱅크그룹, 히타치제작소—의 면면에 주목했다. 도요타나 소니 같은 완성품(신체) 업체가 아닌, 이들 7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이유는 이들이 피지컬 AI 생태계의 기초인 '토양(반도체·부품)'과 현장을 통합하는 '운영체제(OS·데이터센터)'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미 '토양'과 'OS'의 가치를 알아보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10.5조 엔 투자는 철저히 시장이 아직 키우지 못한 '신체(Body·로봇 및 물리적 제어)' 영역에 집중된다. 다목적 로봇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육성이나 모터, 감속기 등 핵심 부품의 제조 능력 강화를 통해, '토양(시장) - 신체(정부) - OS(기업)'로 이어지는 완전한 AI 밸류체인을 자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것이 일본의 국가적 전략이다.

뇌(美)와 물량(中)의 틈새… "하청업체 전락 반복 안 돼"


일본이 마주한 글로벌 현실은 냉혹하다. 최첨단 생성형 AI의 두뇌(모델) 시장은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반면, AI가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며 얻는 '물리적 데이터'의 축적은 압도적인 로봇 및 전기차(EV) 보급 물량을 자랑하는 중국이 선점했다. 실제로 중국의 연간 산업용 로봇 도입 대수는 29.5만 대로 미국의 9배에 달한다.

다나카 교수는 "미국이 '뇌'로 이기고 중국이 '양'으로 이기는 구조 속에서, 일본이 과거 스마트폰 시대처럼 핵심 운영체제를 해외에 내주고 부품만 납품하는 '마진 낮은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우를 3번이나 반복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가 제시한 일본의 유일한 승리 공식은 '특화 신체와 특화 OS의 결합'이다. 반도체 장비, 전자 부품, 초정밀 제어 기술 등 일본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조 현장의 노하우를 범용 AI 위에 독자적인 '통합층(Integration Layer)'으로 구축해야만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5조 엔의 궁극적 타깃… "인간과 기계의 융합"


특히 다나카 교수는 정부의 10.5조 엔 투자 계획에 명시되지 않은, 일본의 가장 강력한 '히든카드'로 '인체 융합(인간과 기계의 융합)' 분야를 지목했다.

현재 정부의 투자는 인력 부족을 대체하는 산업·물류 로봇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피지컬 AI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신체 외부에 존재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 직접 결합하는 기술(장착형 사이보그, 로봇 지원 의료, 정밀 제어 재생의료 등)이라는 주장이다.

이 분야는 미국 기업들의 경우 엄격한 규제와 천문학적인 의료 소송 리스크로 인해 진입을 주저하고 있으며, 중국은 안전성과 생명 윤리 문제로 서방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반면, 의료 기기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테루모 등)과 장착형 사이보그 기술(사이버다인 등), 그리고 '안전성'에 대한 높은 국가적 신뢰도를 갖춘 일본만이 이 거대한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정부는 10.5조 엔의 예산 중 최소 1조 엔 이상을 '인간-기계 융합' 영역에 집중 투하하는 결단을 지금 당장 내려야 한다"며 "피지컬 AI는 단순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이 21세기 세계의 설계국으로 남을지, 아니면 단순 구현국(하청)으로 끝날지를 결정짓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