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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 제재 유예에 '아시아 원유 판로' 확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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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 제재 유예에 '아시아 원유 판로' 확대 나섰다

6800만배럴 해상 물량 소화 시도…인도·일본·한국 정유사들은 신중
미국의 한시적 제재 유예로 이란이 아시아 원유 판로 확대에 나섰지만 인도·일본·한국 등 주요 정유사들은 정책 불확실성과 대체 물량 확보를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한시적 제재 유예로 이란이 아시아 원유 판로 확대에 나섰지만 인도·일본·한국 등 주요 정유사들은 정책 불확실성과 대체 물량 확보를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의 60일짜리 제재 유예가 발효되자 이란이 아시아 주요 원유 수입국을 상대로 판로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정유사들은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과 이미 확보한 대체 물량을 이유로 이란산 원유 구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미국의 제재 유예를 계기로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정유사들에 원유 판매를 타진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 유예는 이란이 원유 수출을 재개하고 해상에 떠 있는 대기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임시 통로를 제공한다. 이란 입장에서는 평화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경제적 숨통을 틔우고, 중국에 집중됐던 판매처를 넓힐 기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관계자와 중개업자들은 제재 유예가 공식 발효되기 전부터 인도와 일본, 한국 등지의 정유사들과 접촉했다. 이후 판매 움직임은 더 빨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 해상 대기 물량 6800만배럴


이란이 서두르는 이유는 해상에 묶인 원유 물량 때문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보텍사 자료와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2일 기준 해상에 떠 있는 이란산 원유와 콘덴세이트는 약 6800만배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최소 80%는 명확한 목적지가 없는 물량으로 파악됐다. 이는 제재 유예 기간에 구매자를 찾을 수 있는 잠재 공급 물량이라는 뜻이다.

이란은 장기 공급계약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제재 완화가 일시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더 오래 이어질 경우 원유 생산을 늘리고 판매처를 다변화하려는 포석이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 제재 때문에 원유 수출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해왔다. 중국 정유사들은 할인된 이란산 원유를 흡수해왔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특정 시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미국의 60일 유예는 인도와 일본,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구매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제한적 기회를 제공한다.

◇ 아시아 정유사들 “서두를 이유 없다”


하지만 아시아 구매자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유사들은 이란 전쟁 기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공급 차질에 대비해 이미 대체 물량을 확보해둔 상태다.

일본 정유사 타이요오일 대변인은 현재 단계에서 이란산 원유 구매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원유 조달은 계속 정부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정유사들은 미국의 제재 정책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부담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제한 조치도 여전히 남아 있어 금융과 보험 처리가 복잡하다. 이란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모든 항만이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케이플러의 수밋 리톨리아 정제공급·모델링 책임자는 미국의 제재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지정학적 상황이 매우 유동적인 동안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확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외 아시아 정유사들이 이미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한 원유 물량을 늘려 확보해뒀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유사들도 8월 도착분까지 원유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인도는 거리상 유리하지만 리스크 부담


인도는 이란산 원유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일부 선적분은 이란에서 인도 정유시설까지 2~3일이면 도착할 수 있다. 60일짜리 단기 유예 기간 안에 거래와 운송을 마치기 유리한 위치다.

그러나 인도 정유사들도 제재 대상 원유 구매에는 일반적으로 조심스럽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금융·보험 제약, 향후 제재 재개 가능성이 모두 부담이기 때문이다.

리톨리아 책임자는 이란과 아시아 구매자들이 실제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는 원유보다 액화석유가스(LPG), 석유화학 제품, 비료, broader 에너지 협력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제재 완화의 불확실성과 워싱턴의 정책 방향 때문에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공급 과잉에 할인 폭이 관건


이란의 더 큰 문제는 아시아 시장에 원유가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차질에도 아시아 정유사들은 이미 대체 물량을 확보해왔다.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는 정유사들이 제재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란산 원유를 살 유인이 크지 않다.

중동산 기준 유종인 두바이유와 아부다비 머반유 시장은 이미 콘탱고 구조를 보이고 있다. 콘탱고는 가까운 인도분 가격이 나중 인도분 가격보다 낮은 상태로, 단기 공급이 넉넉하거나 공급과잉 우려가 커질 때 나타난다.

따라서 이란산 원유가 아시아 시장에서 더 많은 구매자를 확보하려면 상당한 할인 조건이 필요할 수 있다. 미국 제재 유예가 이란에 중국 외 판매처를 열어주기는 했지만, 단기 유예만으로는 정유사들의 리스크를 충분히 낮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ING그룹의 워런 패터슨 원자재전략 책임자는 이번 유예가 이란이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아시아에 원유를 팔 수 있는 문을 더 열어준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란산 원유 공급이 의미 있게 늘어나려면 제재 완화가 더 영구적인 형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란은 제재 유예라는 한시적 기회를 활용해 아시아 원유 시장 복귀를 서두르고 있지만, 구매자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60일이라는 짧은 기간과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 금융·보험 제약, 아시아의 충분한 대체 공급이 이란산 원유의 본격 복귀를 가로막는 변수로 남아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