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소프트웨어 GDP 기여 0.5% 미만… 나머지 99.5% 실물 경제가 AI 다음 영토"
7조 6000억 달러 인프라 빅뱅… 데이터센터·전력망·자동화 설비로 자금 대이동
7조 6000억 달러 인프라 빅뱅… 데이터센터·전력망·자동화 설비로 자금 대이동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투자의 거대한 물줄기가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공장과 광산, 발전소 같은 물리적 경제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부문의 다음 자금 거래와 투자의 핵심 축이 실물 경제 전반에 인공지능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1라운드가 '연산'이었다면, 2라운드는 '에너지와 물리 인프라'다. 피지컬 AI 인프라 중심으로 글로벌 자본 지형이 재편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대대적인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골드만삭스가 분류한 AI 확산 단계에 따르면, 3라운드는 AI를 비즈니스에 도입하여 실제 매출과 플랫폼 수익을 올리는 소프트웨어/IT 기업 중심의 단계이고, 4라운드는 실물 경제 전반의 모든 기업이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최종 단계다.
"99.5% 실물 경제로 향한다"… 하드 인프라 레이어의 재발견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보면 세계 총생산(GDP)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직접 창출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0.5% 미만이다.
물론 소프트웨어가 전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인 생산성 파급력은 매우 크지만, 직접적인 매출과 시장 규모 면에서는 나머지 99.5%를 차지하는 실물 경제가 AI의 거대한 영토가 된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냉각 솔루션, 산업 자동화 설비 등 AI 하드 인프라 구축에 세계적으로 약 7조 6000억 달러(약 1경 1672조 원)가 모일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제조업의 설비투자(CAPEX) 흐름을 완전히 재편할 수준의 거대한 자본 대이동이다.
전통 산업 현장의 변화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골드만삭스 산업재 부문 글로벌 총괄 마크 소렐은 인터뷰에서 "제조업 경영진과의 대화 주제가 공장 내 AI 도입 여부에서 자동화 확산 속도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밝혔다.
M&A 5660억 달러 돌파… 국내 전력·기계·에너지 장비주 주목
자본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기술 분야 인수합병(M&A) 규모는 상반기에만 이미 5660억 달러(약 869조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체 실적인 3340억 달러(약 512조 9500억 원)를 반년 만에 가볍게 돌파한 수치다.
특히 이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전력 공급, 산업 자동화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정학 긴장 속에서도 세계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타면서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가속화한 덕분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한국 전력·기계·에너지 장비 업계에 강력한 차별화 기회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AI 열풍이 메모리 반도체에 과도하게 쏠려 있지만, 본질적인 자금의 다음 목적지는 고부가가치 기계와 전력 인프라라고 짚는다.
구체적으로는 초고압 변압기와 송전망, 고압직류송전(HVDC) 등 전력 설비 기업, 산업용 로봇과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계 업체, 데이터센터 열관리를 위한 냉각 솔루션 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다.
아울러 대규모 전력 수급을 뒷받침할 액화천연가스(LNG) 및 원전 벨류체인도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반도체 이후 '전력-기계-에너지' 밸류체인으로 시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전력 병목'과 '수익화 지연'…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암초
다만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실질적인 수익 모델 구축이 늦어질 경우, 자본 구조 부실에 따른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전력 병목 현상이다. 고성능 AI 장비를 가동할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가 자금 유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AI 산업 전체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실물 경제의 AI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 비용(CAPEX)이 먼저 지출되는 반면 수익은 나중에 발생하므로, 가치평가(밸류에이션) 거품 논쟁이 주기적으로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요국의 제조 보조금 축소 등 정책 의존도에 따른 리스크도 상존한다.
그럼에도 주요국 정부가 공급망 본국 회귀(리쇼어링)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급격한 충격을 막아줄 완충 요인이다. 기업들이 국가 지원을 지렛대 삼아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어 과거 닷컴 버블 같은 급격한 붕괴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AI 본질은 생산성 재설계… 결국 답은 설비투자에 있다
앞으로 1~2년 동안 시장은 엔지니어링 기술력보다 자금을 적재적소에 조달하는 금융 구조의 우열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기술 기업은 실물 자산을 가진 제조사와 손잡지 않으면 고립되고, 전통 제조사는 기술을 수용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공생의 시대다.
이번 AI 빅뱅의 본질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실물 산업 생산성의 근본적인 재설계다.
반도체 독주 체제에 가려져 있던 전력망 인프라와 첨단 자동화 기계 자산이 자본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이유다. 답은 글로벌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장부에 실시간으로 찍히는 숫자에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