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235달러 제시…궤도 데이터센터 실현성 논란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스페이스X를 둘러싼 월가의 낙관론이 인공지능(AI) 거품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스페이스X 목표주가를 235달러(약 35만4000원)로 제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장기 성장 가정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더스트리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스페이스X 목표가 산정 방식이 AI 과열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페이스X 주식은 이날 153달러(약 23만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기업공개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수준이다. 스페이스X는 최근 나스닥100에 편입됐고 대형 투자은행들은 잇따라 높은 목표주가를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스페이스X 목표주가를 205달러(약 30만9000원)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300달러(약 45만2000원)까지 높여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235달러를 제시했다. 이들 은행 가운데 일부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 주관사로 참여했다.
◇ 2045년까지 내다본 가치평가
더스트리트가 문제 삼은 대목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가치평가 방식이다. 로널드 엡스타인 뱅크오브아메리카 항공우주 담당 애널리스트팀은 2045년까지의 매출과 현금창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할인현금흐름(DCF) 모델을 적용했다.
DCF 모델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적정가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5~10년 안팎의 전망을 토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분석은 약 20년에 가까운 기간을 전제로 삼았다.
더스트리트는 “이처럼 긴 분석 기간이 스페이스X의 현재 목표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먼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의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엡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발사가 우주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애플리케이션이 현금흐름을 만들며 그 현금흐름이 추가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스타십과 궤도 데이터센터가 핵심 전제
낙관론의 핵심에는 스타십의 완전 재사용과 궤도 데이터센터가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스페이스X의 장기 기회 상당 부분이 스타십의 완전 재사용 상업화에 달려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 전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스타십의 완전 재사용이 실현되면 우주 수송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이는 아직 확정된 기술 성과가 아니라서다.
더스트리트는 스페이스X가 전통적인 우주기업이 아니라 AI기업에 가까운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논란의 핵심으로 짚었다. 스페이스X가 제시한 총주소가능시장(TAM)도 논쟁거리다.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증권신고서에서 총주소가능시장을 28조5000억달러(약 4경2893조원)로 추산했고 이 가운데 AI 관련 시장이 26조5000억달러(약 3경9883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비중으로는 90%를 넘는다.
이는 스페이스X 가치평가가 로켓 발사와 위성통신을 넘어 AI 인프라 사업의 성공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우주 데이터센터 실현성에 회의론
궤도 데이터센터 구상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더스트리트는 전직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가 우주 데이터센터의 현실성을 비판한 글을 소개했다. 그는 전력과 열 제어, 방사선, 통신 지연 등이 모두 기술적 난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구상은 지상 전력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그룹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도 이 아이디어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데이터센터 운영비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하드웨어 비용보다 작다며 전력비 절감 효과가 우주 운송비와 유지보수 비용, 통신 지연 문제로 상쇄될 수 있다고 봤다.
저궤도 환경도 변수다. 인공위성과 우주 물체가 늘어나면서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스트리트는 학술 논문에서 제시된 ‘크래시 클록’ 지표를 인용해 저궤도 충돌 위험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케슬러 증후군 우려도 거론됐다. 케슬러 증후군은 궤도상 물체 충돌이 연쇄 충돌을 일으켜 우주 잔해가 늘고 저궤도 이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는 스페이스X의 위성망과 우주 인프라 확장 전략이 장기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으로 꼽힌다.
◇ AI 사업 수익성도 쟁점
스페이스X의 AI 구상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의문을 받고 있다. 더스트리트는 스페이스X가 앤스로픽에 잉여 컴퓨팅 용량을 임대하고 구글과도 관련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런 계약은 단기 매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스페이스X가 자체 AI 모델을 충분히 활용할 고객 기반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더스트리트는 “메타도 잉여 컴퓨팅 용량을 판매하는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러 기업이 AI 인프라 공급자로 나설 경우 수익률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AI 모델 사업 자체의 수익성도 불확실하다. AI 회의론자로 알려진 기술 칼럼니스트 에드 지트론은 오픈AI의 손실 확대를 거론하며 AI 모델 제공업체들의 비용 구조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스트리트는 오픈AI의 순손실이 2024년 50억9000만달러(약 7조6600억원)에서 2025년 385억3000만달러(약 58조원)로 늘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기업들이 AI 사용량을 제한하고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지는 흐름도 부담이다.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더라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모델 사업자의 수익성 개선은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모닝스타는 63달러 평가
월가 대형은행의 낙관론과 달리 보수적 평가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의 니컬러스 오언스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의 적정가치를 주당 63달러(약 9만5000원)로 평가했다.
그는 기업공개 가격이 정당화되려면 스타십의 빠른 재사용과 상업적으로 경쟁력 있는 궤도 데이터센터가 실현돼야 한다고 봤다. 이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가까우며 실제 달성 여부는 매우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와 스타링크에서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현재 주가와 목표가에는 우주 AI 인프라가 대규모 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는다는 가정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
스페이스X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개별 기업 가치평가를 넘어 AI 시장 전반의 과열 여부와 맞닿아 있다. 발사 역량과 스타링크 현금흐름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스타십 완전 재사용과 궤도 데이터센터, AI 모델 수익화까지 한꺼번에 성공해야 현재의 고평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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