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 물가 하락 속 생산자 원가 급등… ‘수요 부진형 마진 압박’ 심화
한국 수출, ‘중국 내수 회복 베팅’ 버리고 ‘공급 과잉 회피’로 틀어야
한국 수출, ‘중국 내수 회복 베팅’ 버리고 ‘공급 과잉 회피’로 틀어야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경제가 수출과 첨단 산업 홀로 달아나고 내수와 소비는 얼어붙는 극단적인 양극화 국면에 진입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첨단제조업 지표는 깜짝 반등을 기록했으나, 대다수 제조 기업은 원가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지 못해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수출 기업들은 중국 제조업의 표면적 반등에 숨은 구조적 침체 신호를 주시해야 한다.
PMI 분해가 드러낸 왜곡된 확장… 수출이 가린 내수 침체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6월 30일 발표한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을 기록하며 한 달 만에 경기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다. 전달 기록한 50.0보다 상승한 수치다.
수급 지표의 미스매치는 더 심각하다. 신규 수출주문 지수는 50.1로 반등하며 해외 수요 회복을 알렸지만, 생산 지수(51.4)가 전체 주문 지수(51.2)를 웃도는 구조상 과잉생산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7월 말 단행할 예정인 미국 통상법 제122조 조항과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관세 조치를 피하려고, 미국 수입업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물량까지 4~6주가량 앞당겨 주문하는 선장착(front-loading) 수요가 유입된 영향이 크다.
컨테이너 해운 운임 상승과 자동데이터처리장치 수출의 약 60% 급증은 이러한 관세 회피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건설 사업활동지수는 49.0으로 여전히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내수 침체의 깊이를 보여준다.
근원 물가 하락의 경고… 수요 부진형 마진 압박의 공포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7월 9일 집계한 중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4.1% 상승했다. 반면 같은 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0%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인 1.1%를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1.0%로 둔화해 가계의 체감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실상 소멸했음을 시사한다.
중동 지정학 불안 탓에 석탄, 원유, 철강 등 공급 측면의 원자재 원가는 급등했으나, 내수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이 비용을 제품 판매 가격에 전혀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수요 부진형 마진 압박(margin squeeze) 현상이다.
이 구조는 공장을 돌려 ‘많이 팔수록 덜 버는’ 역설로 귀결된다. 실제 중국 민간 제조업의 내수와 수출 판매단가 동향을 표시하는 ‘차이신 산출가격 지수’는 48.2로 위축권에 머물렀다.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만 상승하자 기업들은 결국 고용과 투자를 축소하는 생존 모드로 진입했다. 6월 차이신 고용 지수가 48.5로 내려앉은 배경이다. 이익 잠식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중국의 5월 산업이익 증가율은 21.1%로 둔화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첫 하락세로 돌아섰다.
팬데믹 이후 첫 소매판매 감소… 얼어붙은 중국 소비자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지난 6월 29일 미국 CNBC 방송을 통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5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줄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규제에서 벗어난 2022년 이후 첫 역성장이다.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인 약 60~70%가 묶인 부동산 투자가 16.2% 급감하면서 역자산 효과가 본격화됐다. 매년 가파른 성장을 이어오던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인 '618 쇼핑축제' 매출성장률마저 지난해 15.2%에서 올해 4.0%로 곤두박질치며 소비 절벽을 증명했다. 미국 CNBC가 지난 6월 23일 보도한 지표다.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저가 불황형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축제 기간 중고 전자제품 거래 플랫폼 매출이 80% 폭증하고, 가전제품 구매 대신 홈클리닝 같은 필수 서비스 수요만 선별적으로 늘어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 도입이 초래한 고용 대체 우려가 가계의 미래 소득 불안을 자극해 부동산 시장과 민간 소비 심리 회복을 장기간 지연시키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수출 산업, 부진 가릴 고부가·우회 전략 시급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 수출 호조가 오히려 당국으로 하여금 민간 소비 진작이나 구조조정을 미루게 만드는 함정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단기 부양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깊은 수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 기업들은 이제 ‘중국 내수 회복 베팅’이 아니라 ‘중국 공급과잉 회피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대중국 수출에서 품목별로 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이끄는 AI 반도체 등 고부가 제품은 단기 추진력을 유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단가 인하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
반면 중국 내부에서 소화되지 못한 가공 원자재와 소비재 밀어내기 수출이 본격화되면 화학, 철강 등 범용 중간재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향 중간재 물량을 미국, 인도, 아세안 등 대체 시장으로 과감히 돌려야 한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고부가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을 서둘러야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
향후 중국 시장 전망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거시경제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 부담에 따른 정책 여력 제한과 글로벌 관세 장벽 현실화 여부에 따라 향후 시나리오를 세 가지 경로로 예측한다.
기본적으로는 대규모 부양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국채 발행을 통한 선별 인프라 투자만 이어간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나 AI 수출이 하단을 받쳐주며 4%대 중반의 완만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관적 전망은 7월 말 미국의 추가 관세가 가시화되면서 선적 앞당김 효과가 소멸한다는 시나리오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수 디플레이션, 부동산 자산 가격 하락, 고용 위축이라는 3대 조건이 동시 충족되면서 구조 장기 불황에 진입하고 성장률은 4.5% 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낙관적 전망은 중동 분쟁 조기 타결로 원자재 비용 부담이 내려가고, 7월 말 정치국 회의에서 가계 가처분소득을 직접 보전하는 파격 재정 부양책이 승인되면서 민간 신뢰가 극적으로 회복된다는 시나리오지만 실현 가능성을 가장 낮게 본다.
시장참여자들은 단기 제조업 반등 헤드라인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세 가지 거시 지표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3분기 이후 선적 앞당김 효과가 소멸하는 시점부터 지표 간 괴리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비용 압박을 결정할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 추이, 내수 불황 탈출의 열쇠를 쥔 중국 가계의 근원 CPI와 기대 인플레이션율, 그리고 공급과잉 해소 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 차이신 제조업 산출가격 지수의 회복 여부를 종합적으로 주시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