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조달액 1999년 이후 반기 최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자금 몰렸지만 상장 후 주가 부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자금 몰렸지만 상장 후 주가 부진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1999년 닷컴버블 정점 이후 반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 상장한 에너지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2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에너지 기업의 IPO 조달액이 126억달러(약 19조3000억원)에 달했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1999년 하반기 이후 가장 큰 반기 조달액이며 상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지난해 연간 조달액인 43억달러(약 6조6000억원)의 약 3배에 이른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는 일이 수조달러(수천조원) 규모로 확대된 AI 투자 경쟁의 주요 걸림돌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기업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도시 하나만큼 전력 소비
AI 중심 데이터센터 한 곳은 연간 약 87만6000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영국 글래스고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전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규모다.
컨설팅업체 ICF는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미국의 전력 소비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3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 반도체 기업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발전과 전력망, 배전 장비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니시 카브라 미국 주식전략 책임자는 전력 공급능력 확대와 미국 내 생산시설 이전, AI 관련 기반시설 투자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GMO도 이번 주 발전과 전력망, 전기화 기반시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전력 인프라 ETF를 출시했다.
◇ 배전 장비·가스엔진·지열 기업 잇달아 상장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배전 장비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포전트 파워 솔루션스는 지난 2월 IPO를 통해 17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조달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변압기와 전기설비를 보호하는 개폐장치의 공급 부족과 납품 지연이 이어진 점이 투자 수요를 끌어올렸다.
독일 가스엔진 제조업체 이니오는 지난 6월 약 28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로 상장했다.
전력망의 공급능력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이 현장에 자체 발전설비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이니오의 상장을 뒷받침했다.
차세대 지열발전 기술을 개발하는 페르보는 지난 5월 IPO로 약 22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조달했다.
페르보는 석유와 가스 시추 기술을 이용해 지하에 우물을 만들고 열을 끌어올리는 방식의 지열발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1년 동안 유타주 발전소 개발에 12억달러(약 1조84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팀 래티머 페르보 최고경영자는 “IPO로 조달한 자금과 시장의 관심이 사업 확대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 에너지 기업 스탠더드 뉴클리어도 이달 말 미국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 에너지 업종 주가수익비율, IT의 절반 수준
에너지 기업의 비교적 낮은 기업가치도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너지 업종의 주가수익비율은 평균 18배로 정보기술 업종의 40배보다 크게 낮다.
AI 투자를 주도해온 대형 기술기업들이 막대한 지출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투자자는 AI 투자 확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와 기반시설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르네상스캐피털의 빌 스미스 IPO 자료 책임자는 “2026년이 스페이스X 상장과 함께 AI 혁명에 필요한 기반시설의 자금을 마련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근 2년 에너지 상장사 3분의 2 공모가 하회
에너지 기업의 자금 조달 열기가 상장 이후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와 지난해 상장한 에너지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2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다. 전체 업종의 IPO 기업 가운데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 비중은 40% 미만이다.
아마존이 투자한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업체 엑스에너지는 지난 4월 주당 23달러(약 3만5000원)에 상장했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33% 낮다.
가스발전기 제조업체 이록은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42% 하락했다. 데이터센터 에너지 기업 페르미는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68% 떨어졌다.
지하 약 1마일 깊이에 원자로를 설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딥피션은 지난 6월 IPO로 4000만달러(약 613억원)를 조달했다. 당초 목표보다 73% 줄어든 규모이며 상장 이후 주가도 33% 하락했다.
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 토터스캐피털의 브라이언 케센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부 투자자가 IPO에 참여한 뒤 주식을 빠르게 팔고 다음 상장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 오즈번 TD코웬 애널리스트는 “현재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아직 기술이나 사업성을 입증하지 못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