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난에 45억 달러 몰렸다… 글로벌 핵융합 상용화 ‘속도전’
연산 효율 극대화 기술 부상… 10만 개 나노 발진기 초고속 동기화 성공
연산 효율 극대화 기술 부상… 10만 개 나노 발진기 초고속 동기화 성공
이미지 확대보기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핵융합이 주목받는다면, 연산 효율 측면에서는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초거대 AI 기술 발전은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소비를 유발한다.
기술 기업들은 탄소 배출이 없는 안정적 에너지원인 핵융합에 투자를 집중하는 추세다. 반도체 미세화 공정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수요 측면의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연산 소자 개발 필요성도 커졌다.
45억 달러 몰린 핵융합… 마이크로소프트·구글 투자 경쟁
글로벌 핵융합 민간 투자는 지난해 44억 8000만 달러(약 6조 6300억 원, 2026년 7월 17일 원·달러 환율 1480원 기준)에 이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5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 보도를 보면, 미국 핵융합산업협회(FIA)는 민간 핵융합 기업의 71%가 2030년대까지 상업 발전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미국 헬리온에너지다. 헬리온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2028년부터 최소 50MW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는 구속력 있는 구매 계약(PPA)을 맺었다. 50MW는 현재 수준의 중형 AI 데이터센터 1~2개를 구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금융 페널티를 받는 구조다. 헬리온에너지는 지난해 워싱턴주 말라가에 상업용 발전 시설인 '오리온'을 착공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수억 달러의 개인 자금을 주입한 이 기업은 지난해 4억 6500만 달러(약 6884억 원)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155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토카막과 스타이레이터… 상용화 앞당기는 투트랙 기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분사한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FS)는 지난해 8억 6300만 달러(약 1조 2777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엔비디아와 구글, 빌 게이츠 등이 참여해 누적 투자금은 약 3조 원에 이른다.
CFS는 2030년대 초 버지니아주에 400MW급 상업용 발전소 '아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400MW는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 1기(1GW) 발전 용량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독일 프로시마퓨전은 복잡한 나선형 자기장을 사용하는 스타이레이터 기술을 개발한다. 스타이레이터는 플라스마 불안정성을 줄여 연속 운전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프로시마퓨전은 최근 4억 1100만 유로(약 6962억 원, 2026년 7월 17일 원·유로 환율 1694원 기준 환산)를 조달하며 유럽 내 최고 가치 핵융합 기업으로 올라섰다. 구글과 독일 전력회사 RWE가 각각 2500만 유로(약 423억 원)를 투자했다. 이 기업은 2030년대 초 가동을 목표로 순에너지 실증 장치인 '알파'를 뮌헨 인근에 건설할 예정이다.
트랜지스터 한계 넘는 '나노 발진기' 초고속 연산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하드웨어 연산 소자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16일 과학자들이 10만 5000개의 나노 발진기를 단 45나노초 만에 동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64개 소자 수준의 실험을 1000배 정도 확장한 수치다. 10~20나노미터 크기의 자성 소자 배열은 자체 스핀을 활용해 에너지를 아주 적게 쓰면서 연산을 수행한다.
나노 발진기는 소자 수가 늘어나도 연산 속도 저하가 거의 없다. 실험 결과 100개 소자를 동기화하는 데 10나노초가 걸렸고, 10만 5000개로 늘려도 45나노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가 행렬 연산을 처리하는 속도와 맞먹는다.
수십 GHz 주파수 영역에서 매우 낮은 전력으로 작동할 수 있어 패턴 인식이나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AI 추론 단계 연산 가속기에 활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용화 가로막는 기술적 병목과 회의론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나 기술적 난제 해결 여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핵융합 분야에서는 2030년대 상용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제어 기술과 극한 환경을 견딜 소재 확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상업 발전 시 기존 전력망과 비교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균등화발전비용(LCOE)의 불확실성도 크다. 차세대 연산 기술인 나노 발진기 역시 갈 길이 멀다.
정밀한 오류 정정이 필요한 양자컴퓨터와 달리 실온에서 명확한 파형 신호를 만들어내는 장점은 입증했다. 그러나 수십억 개 이상의 소자를 칩 하나에 집적하는 대규모 제조 공정이 확립되지 않았다. 신호 읽기 과정의 오류율 제어와 반도체 표준화 공정 적용 가능성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3대 핵심 지표
글로벌 투자 시장 전문가들은 AI 전력 수요 폭증과 차세대 컴퓨팅 전환 흐름 속에서 장기적으로 추적해야 할 핵심 지표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빅테크 기업의 청정에너지 장기 구매 계약(PPA) 규모다. 실제 전력 수요가 기업 간 계약으로 확정되는 지표다. 이 지표의 확대로 실제 전력 판매가 가시화되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기업가치 재평가)이 가능해진다.
둘째, 핵융합 실증 장치의 넷에너지(Net Energy) 달성 여부다. 기술이 실험실 연구 단계에서 벗어나 상업적 산업으로 진입하는 분기점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실증 성공 시 관련 장비, 소재, 전력망 기업으로 관심이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차세대 연산 소자의 기존 실리콘 웨이퍼 공정 적용 가능성이다. 연구실 단계의 소자가 상용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대량 양산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잣대다. 기존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업 추진력(모멘텀)이 발생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