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다멘 반발해 연방정부 상대 손배소 공식통보, 사법갈등 격화
안일했던 계약설계 부메랑…대안 'MEKO'는 크기 줄고 인력난 가중
안일했던 계약설계 부메랑…대안 'MEKO'는 크기 줄고 인력난 가중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국방부가 북해와 북대서양에서의 러시아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던 F126 차세대 호위함 도입 사업의 계약 파기 여파가 상상을 초월하는 사법적 갈등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독일 정부가 납기 지연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자, 이에 반발한 네덜란드 조선사인 다멘(Damen)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공식 제기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수십억 유로 이상의 천문학적인 추가 안보 비용을 물어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긴급 조달하려는 대안 함정인 MEKO의 성능 저하와 군수 비효율성 논란까지 겹치며, 보리스 피스토리우스(Boris Pistorius) 독일 국방장관의 정치적 리더십도 거센 도마 위에 올랐다.
7월 15일(현지 시각) 독일 보도 전문 매체 엔티브이(n-tv)의 탐사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다멘 스헬데 해군 조선소(Damen Schelde Naval Shipbuilding·이하 DSNS)는 최근 법률대리인의 공식 서한을 통해 독일 국방부(BMVg)와 연방군 조달청에 F126 사업 취소 결정은 일방적이고 위법적이라며 그동안 투입된 매몰 비용과 기회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법적 권리 유보 서한을 발송했다.
'2.3억 유로 날리고 소송전까지'…30년 묵은 독일 획득 행정의 아킬레스건
이러한 참사는 과거 30년간 이어진 독일 국방 획득 행정의 안일함이 부른 결과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전 국방장관 시절인 지난 2020년 다멘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 독일 국방부는 긴장이 완화되었던 평화 유지기 특유의 느슨한 태도로 계약서에 확실한 인도 기한 준수 보장 조항이나 지체 배상금 강제 장치를 정밀하게 반영하지 않았다. 요하네스 빈더(Johannes Binder) 킬 세계경제연구소(IfW) 국방경제학자는 지난 30년간 독일 연방군 조달청이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국가 방산 사업이 얼마나 지연되는지 누구도 꼼꼼히 따지지 않았다며 과거의 안일했던 계약 설계가 오늘날 최악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안으로 급부상한 'MEKO'의 굴욕…크기는 줄고 필요 승조원은 '폭증'
독일 국방부는 부랴부랴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의 MEKO A-200 다목적 호위함 8척을 대안으로 구매하겠다며 하원에 관련 재정 승인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MEKO급이 기존 F126의 전력 공백을 완벽히 메울 수 없다고 단언한다. 첫째로 성능의 퇴보다. MEKO A-200은 전장이 120m로 기존에 요구했던 F126급(170m)보다 무려 50m나 작다. 그만큼 항속거리와 미사일 수직발사체계(VLS) 등 탑재할 수 있는 무장 용량이 크게 제한되어 북대서양의 거친 파도 속에서 장기 대잠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체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로 인력난 가중이다. 고도의 자동화를 통해 단 114명으로 기동할 예정이었던 F126에 비해, 검증된 구형 설계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MEKO는 척당 최소 150명의 승조원이 필요하다. 심각한 모병난에 시달리는 독일 연방군에게 추가적인 인력 수급 문제는 또 다른 물리적 전술 부담을 안기게 된다.
여기에 피스토리우스 장관을 향한 정치적 스캔들 정황도 폭로됐다. 군사 전문 포털 하르트풍크(Hartpunkt)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독일 의회 예산위원회와 연방 해군 전문가들이 이미 F126 사업의 표류를 예견하고 대안인 MEKO의 사전 예비 계약을 서두르라고 국방부를 강하게 압박했으나, 피스토리우스 장관이 직접 개입해 이를 가로막고 실패가 자명해 보였던 F126 계약 유지에 작년 말까지 무리하게 매달렸다는 내부 정황이 고스란히 폭로됐다. 야당인 좌파당(Die Linke)의 디트마어 바르트(Dietmar Bartsch) 예산 담당 의원 역시 이번 계약 해지를 두고 엄청난 세금이 투입된 치욕적인 대실패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동시에 독일의 이러한 천문학적인 방산 지출이 현대전의 기술적 흐름과 심각하게 동떨어져 있다는 본질적인 비판도 잇따른다. 기존 F126의 계약 취소 매몰 손실액과 신규 MEKO 8척 도입 비용을 합산할 경우 독일은 단 하나의 대잠 호위함 전력 확보에만 무려 180억 유로(약 30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되었듯 값비싼 대형 수상 함정들이 저렴한 자율 무인 수상정(USV)과 자폭형 해상 드론, 그리고 대함 미사일의 파상 공격에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 현대전의 교훈을 완전히 외면한 획득 행정이다.
요하네스 빈더 연구원은 병력 자원이 부족하고 국방 재정이 한정된 국가일수록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무인 드론 시스템 및 저비용 미사일 양산 체계에 가용 재원을 집중해야 하지만, 독일은 여전히 소수의 구형 대형 함정을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비효율적 국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유럽이 드론과 정밀 무기 개발에서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선언한 피스토리우스 장관의 대외적인 발언이, 실제 독일 안방에서 벌어지는 비효율적인 군수 획득 현실과 극심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