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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워런 버핏 슈퍼리치 재테크 "느닷없는 알파벳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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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워런 버핏 슈퍼리치 재테크 "느닷없는 알파벳 사랑"

워런버핏/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워런버핏/ 사진=로이터
[김대호 인물 탐구] 워런 버핏의 '알파벳 사랑'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구글 알파벳 찬가를 외치고 주목을 끌고있다. 뉴욕증시 용월가와 주요 언론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Alphabet) 지분을 약 310억 달러 규모로 파격 매수한 사건을 두고, 버핏의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Greg Abel) CEO의 첫 번째 독자적 대형 결단이라고 해석해 왔다. 전통적으로 빅테크 기술주 매입을 꺼려왔던 버핏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였다. 버핏이 이 관측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이번에는 분명히 밝히겠다. 알파벳 투자는 내가 먼저 시작했다"라는 직설적인 고백이었다. 그동안 수수께끼였던 알파벳 대규모 베팅의 실제 주인공이 버핏 자신이었음이 드러나면서, 그가 왜 생애 후반부에 알파벳이라는 AI·빅테크 공룡에 매료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후계 구도와 현재 증시에 대한 그의 통찰은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알파벳 지분은 총 31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210억 달러는 장내 매입을 통해 차곡차곡 확보한 물량이다.나머지100억 달러(약 14조 원)는 알파벳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된 비공개 신주 인수(Private Placement) 방식으로 추가 투입된 금액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 중 하나는 버핏과 그의 후계자 그레그 에이블 간의 독특한 협업 시스템과 신뢰 관계다. 버핏은 자신이 투자를 주도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에이블과의 관계를 털어놓았다.

"나는 그가 승인하지 않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 역시 내가 승인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깊은 대화를 나누지만, 최종 결정권은 엄연히 그레그에게 있다." 이 발언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권력 이양이 비단 명목상의 세대교체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상호 존중과 견제 속에서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핏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주도하더라도 에이블의 최종 승인이 없었다면 실행될 수 없었으며, 반대로 에이블 역시 버핏의 통찰력을 적극 수용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버핏은 스스로 판을 깔아주면서도 공은 에이블에게 넘기고, 경영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권위를 에이블에게 확실히 실어주는 모습이다.
구글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그의 투자 철학이 시대에 맞추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버핏은 과거 구글의 초기 성장 단계에서 투자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명백한 나의 실수였다"라고 재차 사과하고 인정하였다. 버핏이 밝힌 당시의 판단 착오 원인은 '자산이 가벼운 사업(Asset-light business)'에 대한 오해였다 과거 버핏은 막대한 공장과 설비투자가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기업들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치부하였다.버크셔 산하의 자회사인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GEICO)는 일찍부터 구글에 엄청난 규모의 검색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버핏은 가이코가 구글 검색 광고를 통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고객을 모으는지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독점적 수익성과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주식 매수로 연결짓지 못했었다.

버핏은 실수를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바로잡았다. 알파벳에 대한 현재 그의 평가 역시 대단히 후하다. 그는 "월가에서 거래되는 전체 종목 가운데 90~95%의 기업보다 알파벳이 향후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단언하였다. 버핏이 알파벳을 선호하는 핵심 이유는 검색 시장의 압도적 지배력, 유튜브라는 강력한 플랫폼 파이프라인, 그리고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이 AI 시대라는 파도 속에서도 쉽게 훼손되지 않을 절대적 독점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이 알파벳의 성공 가능성을 90~95%로 높게 평가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현재 뉴욕 증시와 월가 금융 시스템에 대한 깊은 환멸과 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버핏은 월가를 향해 "오늘날 금융시장은 투자판이 아니라 거대한 카지노이자 도박판으로 변질되었다"는 취지의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월가의 금융 기관과 주식 중개인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내재 가치나 지속 가능한 자본수익률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지금 당장 무언가를 상품화하여 사고팔 수 있는가"에만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가의 단기 시세차익 추구와 도박판과 같은 단타 매매 열풍 속에서, 버핏은 단단한 실적과 독보적인 기술력, 단단한 재무제표를 갖춘 알파벳과 같은 기업이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요즘 빅테크 업계는 그야말로 사운을 건 AI 자본지출(CAPEX) 전쟁에 돌입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그리고 알파벳까지 매년 수십조에서 수백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천문학적 비용 지출이 기업의 단기 수익성을 악화시킬까 우려하지만, 버핏의 진단은 달랐다. MS, 아마존, 메타, 알파벳 모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도태되므로 무조건 해야 하는 게임이다. 누군가 고객에게 더 나은 AI 결과를 제공하면, 고객은 주저 없이 그쪽으로 이동한다. 경쟁력 확보가 곧 생존이다.

투자 규모(CAPEX)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국채 금리보다 훨씬 높은 자본수익률(ROIC)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버핏은 "우리가 기업에 투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위험이 없는 국채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 오랫동안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좋은 사업이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더라도 오랫동안 높은 자본수익률을 지속해서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과거 '가벼운 자산'이었던 기술주들이 이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heavy asset' 형태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핏은 알파벳이 보유한 현금 창출력과 클라우드·검색·AI의 시너지 효과가 투자한 자본 대비 높은 수익률을 지속해서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알파벳 투자 못지않게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대목은 버핏의 개인 자산 사회 환원 계획과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과의 관계 정리였다.버핏은 그동안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해 오던 게이츠 재증여를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하였다. 그는 빌 게이츠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간의 과거 친분 관계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unpleasant)"라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기부 중단의 결정적 계기는 사적인 감정 때문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버핏은 자신의 세 자녀(수지, 하워드, 피터)가 이제는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유산을 책임감 있고 현명하게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하고 준비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워런 버핏의 알파벳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빅테크 주식 매수'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다.첫째, 90대의 나이에도 자신의 과거 실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시정할 수 있는 지적 유연성을 보여주었다.둘째, 후계자 그레그 에이블과의 완벽한 호흡을 통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승계 리스크를 소멸시켰다. 셋째, 단기 도박판으로 변질된 월가의 광풍 속에서도 '장기 자본수익률'이라는 투자의 본질을 다잡았다. 월가가 단기적 실적과 자본지출 규모에 일희일비하며 요동칠 때, 버핏은 기업의 내재 가치와 독점적 해자를 바라보며 43조 원이라는 거금을 던졌다. 구글에 대한 버핏의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저올 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