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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의 '초고령 日 엿보기'] 은퇴 후 다시 대학으로… 73세 대학생의 캠퍼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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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의 '초고령 日 엿보기'] 은퇴 후 다시 대학으로… 73세 대학생의 캠퍼스 라이프

'일본인은 왜 은퇴하지 않는가'를 주제로 활기찬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일본 중장년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달 15일과 16일 '릿쿄 세컨드 스테이지 칼리지(RSSC)'에 재학 중인 73세 대학생 와키 미쓰루(和気満) 씨를 만났다. 일본의 시니어들은 왜 은퇴 후 다시 대학을 찾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를 이틀 연속으로 만났다. 와키 씨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학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지식이 아니라 사람들과 주고받는 '자극의 캐치볼'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초고령사회에서 대학이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공간을 넘어 서로의 삶을 나누며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노트북이 든 가방을 메고 릿쿄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는 73세 대학생 와키 미쓰루(왼쪽에서 둘째) 씨. 그는 대학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지식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진=신현정 중부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노트북이 든 가방을 메고 릿쿄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는 73세 대학생 와키 미쓰루(왼쪽에서 둘째) 씨. 그는 "대학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지식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진=신현정 중부대 교수

'삶의 지평을 넓히고 싶었다.'


73세의 와키 씨는 젊은 시절 동료 세 명과 함께 은행 인테리어 설계·시공 전문회사를 창업했다. 은행 점포의 디자인부터 시공, 가구 제작까지 하는 회사였다. 그는 40여 년 동안 한길만 걸었고, 65세에는 창업 멤버 가운데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직에 올라 6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71세가 되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은 일만 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른 세상으로 시야를 넓혀보고 싶었습니다."

그가 말한 '시야를 넓힌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취미를 갖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일이라는 한정된 세계에 머무른 자기를 넘어 세계·종교·철학·역사 등 그동안 접하지 못한 깊이 있는 학문 분야를 배우며 삶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는 의미다.

그때 문득 오래전 릿쿄대학교에서 우연히 받아 둔 RSSC 안내 팸플릿이 떠올랐다. RSSC는 일본 내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장년 대상의 고등교육과정 중 하나다.그는 망설임 없이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입학 당시 그는 자기가 보기에도 많이 위축된 듯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퇴임 당시 후배들에게 명예롭게 회사를 물려주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갈등 끝에 회사를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몸담은 삶의 터전을 그렇게 떠나게 된 상실감은 예상보다 컸고, 그를 깊은 우울감에 빠뜨렸다. 그 우울감에서 벗어난 계기가 릿쿄대학의 캠퍼스 라이프였다.

'

나를 바꾼 것은 강의보다 사람'

입학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철학과 종교, 국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자유로운 인간을 기르기 위한 폭넓은 학문 교육)를 공부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고,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저를 가장 많이 바꾼 것은 지금 함께 배우는 동기들입니다." 그는 RSSC를 단순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지적 공동체'라고 표현했다. 기업 임원, 교사, 연구자, 기술자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모두 학생으로 다시 만난다.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각자의 인생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극을 얻고, 자기의 생각도 성장한다.

"제게는 동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선생님입니다." 그는 이를 '자극의 캐치볼'이라고 표현했다. 공을 주고받듯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가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강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이 훨씬 더 큰 배움이었습니다."

73세의 릿쿄대학교 대학생 와키 미쓰루 씨. 은퇴 후 릿쿄대학교 세컨드스테이지칼리지(RSSC)에 입학해 철학과 종교, 국제사회 등의 리버럴 아츠(교양교육)를 공부하며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사진=신현정 중부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73세의 릿쿄대학교 대학생 와키 미쓰루 씨. 은퇴 후 릿쿄대학교 세컨드스테이지칼리지(RSSC)에 입학해 철학과 종교, 국제사회 등의 리버럴 아츠(교양교육)를 공부하며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사진=신현정 중부대 교수

다음 연구는 '조선을 이해하려 한 일본인'


현재 와키 씨가 졸업논문으로 연구하고 있는 인물은 에도 시대 유학자이자 외교가인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다. 처음부터 그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소 존경하는 지인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고향인 쓰시마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호슈의 삶을 알게 됐다. 호슈는 임진왜란 이후 악화된 조선과 일본의 관계 속에서도 상대의 언어뿐 아니라 문화와 사고방식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진정한 교린(交隣)을 실천한 인물이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언어만이 아니라 문화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와키 씨는 호슈의 삶에서 오늘날에도 필요한 한·일 관계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교린을 주제로 졸업논문을 준비하는 그는 한국인인 필자를 누구보다 반갑게 맞아주었다.

'캠퍼스 라이프를 직접 경험해 보세요'


인터뷰 말미에 한국의 시니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대학 캠퍼스 라이프의 즐거움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 역시 처음에는 젊은 시절 일하느라 미뤄둔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입학했다. 기대한 학문적 배움은 물론 자기의 삶 전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캠퍼스 라이프가 준 가장 큰 선물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신선한 자극이었다. "머리로만 상상하지 말고 직접 대학 생활을 경험해 보세요. 그러면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 ‘자극의 캐치볼’이 시작됩니다. 그 캐치볼은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다른 도전을 시작하게 만듭니다."

그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도서관에서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학생 식당에서 학식을 먹으며 동기들과 캠퍼스 생활을 즐길 계획이다. 졸업 후에는 동창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자연환경 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지역사회로부터 받기만 하고 살아왔으니 이제는 조금씩 돌려주며 살고 싶습니다.”

73세의 대학생은 오늘도 노트북이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짙푸른 녹음이 가득한 캠퍼스를 걷는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씩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에게 제2의 인생은 은퇴 이후의 시간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며 계속 성장해 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 이번 취재를 마치며 다시 질문을 떠올려 봤다. 일본의 시니어들은 왜 다시 대학으로 향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지식은 책에서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경험은 사람만이 줄 수 있다. 초고령사회 일본의 대학은 중장년에게 새로운 지식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되는 배움의 공동체로 변하고 있었다.

도쿄=신현정 중부대 교수(교육학)/릿쿄대 객원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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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중부대학교 교수/릿쿄대학 객원교원



신현정 중부대 교수/ 릿쿄대 객원 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