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업비자 승인 5년 전의 두 배
글로벌 금융사 고위직 인력 다시 확충
고급주택 임대료 뛰고 국제학교 입학난
글로벌 금융사 고위직 인력 다시 확충
고급주택 임대료 뛰고 국제학교 입학난
이미지 확대보기낮은 세율, 기업공개(IPO) 시장 회복, 금융회사들의 채용 확대가 맞물리면서 홍콩의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홍콩의 외국인 취업비자 승인 건수가 3만1278건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6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이 가운데 일본, 한국, 영국 국적자에게 발급된 비자가 상당수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서비스 분야의 외국인 비자 승인 건수도 지난해 17% 증가해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세율·IPO 회복에 전문직 귀환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 전문직의 귀환을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는 낮은 세율과 금융시장 회복이 꼽힌다.
프랑스 국적의 퀀트 엔지니어 테오 베르트랑은 지난해 암스테르담에서 홍콩으로 돌아왔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성과급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냈지만 홍콩에서는 생활비가 더 많이 들어도 세금 부담을 줄여 전체적으로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베르트랑은 “일자리 기회가 늘고 생활 속도가 빨라진 홍콩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활기찼다”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으로 두바이 등 중동 지역의 매력도가 낮아진 점도 홍콩을 선택한 배경으로 들었다.
정책 지원은 중국 기업의 홍콩 상장 증가와 맞물리고 있다. 광학장비업체 중지 이노라이트는 지난달 30일 홍콩증시에 상장해 68억달러(약 9조6800억원)를 조달했다. 홍콩에서 7년 만에 이뤄진 최대 규모 신규 상장이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최신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뉴욕, 런던에 이어 각각 3위, 4위를 기록했다. 홍콩이 세제 혜택을 확대하자 싱가포르 통화청도 투자회사들과 세금 인하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최근 3년간 홍콩의 각종 인재 유치 제도를 통해 승인된 41만여 건 가운데 약 4분의 3은 중국 본토 출신이었다. 중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은 전문기술을 갖추거나 다국적기업 내부 전근에 해당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사 인력 늘고 사무실 공실 감소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HSBC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홍콩의 회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고위직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BofA는 취리히에서 근무하던 토르스텐 파울리를 아시아·태평양 자본시장 책임자로 홍콩에 전보할 예정이다. HSBC의 에일린 테일러 인사·지배구조 총괄도 런던에서 홍콩으로 근무지를 옮길 계획이다.
조르주 엘헤데리 HSBC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홍콩에서 일정 기간 근무했다. HSBC는 홍콩에서 약 2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인 채용 전문가 존 토지는 2022년 말 홍콩을 떠났다가 올해 1월 뉴욕에서 다시 돌아왔다. 급여를 30% 낮췄지만 홍콩의 낮은 세율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경제 사정은 오히려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가의 사무실 수요도 회복하고 있다. 2024년 문을 연 190m 높이의 초고층 건물 ‘더 헨더슨’은 한때 공실률이 40%에 달했지만 현재 입주율이 90%까지 올라갔다. 자산운용사 포인트72 등이 주요 임차인으로 들어왔다.
같은 해 완공된 청콩센터Ⅱ의 입주율도 올해 들어 두 배가량 상승해 약 60%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IPO 시장의 호조와 정부의 금융허브 경쟁력 강화 정책이 홍콩에 대한 관심을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들은 규제 변화, 지정학적 위험, 거시경제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고급주택 임대료·국제학교 수요 급증
외국인과 해외 근무 경험이 있는 홍콩 주민의 귀환은 주택 임대시장과 국제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미드레벨스 이스트와 빅토리아 피크 지역의 임대료는 지난 6월 전년 동기보다 각각 약 14%,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홍콩 전체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10%였다.
주요 국제학교의 입학 대기기간은 최대 1년까지 늘어났다. 지난 3년간 홍콩 국제학교 학생 수는 약 10% 증가해 4만8000명을 넘어섰지만 입학 정원은 5% 미만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거에는 기업이 학교에 무이자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의 사채를 매입하면 자녀의 입학 우선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학생이 몰리면서 중화국제학교 등 최상위권 학교에서는 이를 보유해도 입학 면접 기회조차 보장받기 어려워졌다.
외국인 전문직의 귀환이 홍콩을 과거의 전성기로 완전히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과 미국 등 출신 전문직 종사자는 홍콩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금융·기업 분야에서 중국 본토 출신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치와 언론 자유가 약화됐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홍콩을 다시 찾은 외국인들도 미국인 비중은 줄고 유럽인과 중국 본토 출신이 늘어나는 등 도시의 인적 구성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홍콩의 외국인 유입이 지속될지는 IPO 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는지, 싱가포르와 두바이 등 경쟁 도시가 어떤 세제·금융 정책을 내놓는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